경찰차의 추격은 뉴스에 자주 등장한다. 그런 장면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동시에 흔히 뭔가 불상사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경찰차의 추격에 의한 사상자는 연간 부상자 8000∼5만5000명, 사망자 350∼2500명으로 추정된다. 사망자 중 3분의 1 이상은 거리의 구경꾼이나 행인이다.
지금까지 경찰은 그런 추격을 피하는 면에서 거의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 상황이 달라질지 모른다. 최근 아리조나주 피오리아의 지붕수리 전문가 레너드 스톡(50)은 경찰차의 추격에서 인명을 구할 수 있는 로테크 해법을 자신의 차고에서 고안했다.
'그래플러 폴리스 범퍼'로 이름 붙인 이 장치는 경찰차의 범퍼 앞면에 장착됐다가 버튼을 누르면 떨어져 나가도록 만들어졌다.
경찰차가 도주 차량의 후미에 다가가면 운전자는 '스파이더맨' 식으로 경찰차 범퍼에 부착된 로프 띠를 도주 차량 후미를 향해 발사한다.
그 로프가 달아나는 차량의 뒷바퀴 중 하나를 둘러싸면 차는 속도를 늦추거나 멈출 수밖에 없다.
경찰차가 도주 차량에 로프로 연결된 상태로 있는 옵션도 있다.
스톡은 2004년 그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돌이켰다.
"뭘 만들거나 고치는 건 좋아하지만 공학은 못 배웠다. 그래서 시도했다가 잘 안 돼 그만뒀다. 하지만 6개월 뒤 내 차고로 돌아가 다시 시도한 끝에 발명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이제 그는 자신의 발명품을 판매할 준비를 거의 마쳤다.
현재 경찰은 도주 차량을 정지시킬 수 있는 다른 대안을 갖고 있다.
타이어에 펑크를 내는 끈이나 정밀정지기법(PIT) 등이다.
PIT는 도주 차량 뒷부분을 순찰차의 앞 범퍼로 비스듬히 들이받아 스핀을 사용해 차를 멈추게 하는 기술로 일부 경찰서에서 기본 조치로 허용된다.
그러나 아리조나주 피오리아 경찰 협회의 론 바텔 대표는 "그런 방법은 경관에게나 또는 용의자에게나 모두에게 위험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플러 폴리스 범퍼를 두고 "테스트가 좀 더 필요하지만 상당히 유망하다"고 밝혔다.
스톡은 그 장치가 모든 차량 추격에 적합한 건 아니라고 설명했다.
경찰차가 잠시나마 도주 차량 뒤에 가까이 붙어야 하기 때문이다.
차축이 차량 후미에서 얼마나 떨어졌느냐에 따라 그 간격은 몇 ㎝에서 1.2m까지 허용될 수 있다.
스톡은 "시속 130~160㎞의 속도에선 너무 위험해 그 정도로 바짝 다가가선 안 된다. 하지만 속도가 65~80㎞라면 사용하기가 아주 쉽다"고 말했다.
그래플러 폴리스 범퍼는 경찰차 추격에 사용될 수 있는 여러 옵션 중 하나다.
제너럴모터스(GM)의 온스타는 경찰이나 차량 소유주가 리모컨으로 도난당한 차량을 멈추게 할 수 있다.
지금까지 가장 효과가 큰 기술은 2009년 선보인 스타체이스로 미국 경찰서 100여 곳에서 사용 중이다.
스타체이스의 트레버 피슈바크 대표에 따르면 경찰이 최대 15m 떨어진 곳에서 스타체이스 GPS 추적장치를 발사해 도주 차량에 접착시킬 수 있다.
경찰은 고속 추격 대신 충분한 거리를 두고 그 차량을 추적해 안전할 때 접근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