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구글이 세계 최초로 아리조나에서 자율주행차 택시 서비스를 시작했다. 운전자 없는 택시를 타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웨이모는 피닉스시 일대 160㎞ 지역에서 400여명을 대상으로 유료 운송 서비스 '웨이모 원(Waymo One)'을 시작했다.
워싱턴포스트는 "100여 년 전 뉴욕시에 지하철이 첫 등장했듯이 '21세기 물건'이 아리조나에 등장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시승을 한 기자들 사이에서는 "타는 내내 심장이 쫄깃했다"거나 "게임체인저(game changer·판도를 바꿀 존재)가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반응과, "완전 무인택시는 아니었다" "사람이 운전하는 느낌이 안들었다"는 아쉬움 섞인 평가가 나왔다.
씨넷(CNET)은 "올해 안에 웨이모가 완전 자율주행차 서비스를 론칭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긴 했지만, 운전자가 없는 완전한 무인 서비스까진 아니었다"고 전했다.
웨이모는 엔지니어가 운전석에 앉아 비상상황을 대비하도록 했다. 웨이모 측은 엔지니어를 운전석 아닌 보조석에 앉힐 계획이었을 만큼 기술력에 자신이 있었으나, 텅빈 운전석을 보면 승객들이 긴장하게 된다는 피드백에 따라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완전 무인 자율주행차 서비스를 개시할 시점은 공개하지 않았다.
아리조나주는 완전 무인주행차의 도로주행을 허가하므로, 서비스가 안정적이라고 판단되면 엔지니어가 탑승하지 않은 완전 자율주행차 서비스도 가능하다.
차량 호출은 스마트폰 앱을 이용하면 된다. 우버나 리프트 등 차량호출서비스와 이용 방식이 똑같다. 승객이 스마트폰 앱을 켜서 목적지를 입력하고 자율주행 택시를 호출하면 웨이모가 승객이 서 있는 지점으로 정확하게 이동해 승객을 태우고 목적지까지 주행한다. 요금은 미리 등록한 신용카드에서 결제된다.
차량은 크라이슬러 미니밴 '퍼시피카'를 개조한 모델이다. 차량 앞부분과 양옆에 차선과 주변 교통상황을 체크하는 카메라와 센서, 레이더 장치가 부착돼 있다. 차량 위에는 GPS 수신장치를 포함한 데이터 처리장치가 장착됐다.
웨이모가 정확한 차량 대수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피닉스 인근에서만 수백 대가 돌아가며 운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승객은 웨이모의 크라이슬러 퍼시피카 하이브리드 차량에 탑승한 뒤 천장의 파란 버튼을 눌러야 한다. 파란 버튼은 '운전 시작'이다. 천장에는 '도움', '문 열림·잠금', '차량 정지' 등의 버튼이 있다.
탑승자를 위해 자율주행차는 대시보드 스크린에 차량이 인식하는 정보의 일부를 보여준다. 차량의 위치, 도로 상황 등 주변 정보, 목적지를 시각화해 탑승자가 로봇의 작동방식을 신뢰할 수 있도록 한다. 주변 차량은 파란색 사각형으로, 행인들은 3차원 원형으로 표시되며 4초마다 도로와 가로수 등 외부 풍경이 나타난다. 차선을 변경하려다가 여의치 않아 포기하거나 커브를 돌 때마다 음성으로 다음 동작을 안내한다.
서비스 지역인 피닉스는 대체로 교통량이 많지 않고 비교적 단순한 구조의 도로이긴 하지만, 일부 붐비는 구간에서도 차량은 망설이거나 주춤거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교통 흐름에 합류하며 목적지를 향해 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IT 전문지 더버지(The Verge)는 "차선 변경 땐 속도를 올리고, 방지턱 앞에선 감속하는 등 부드러운 주행을 했다"고 전했다.
과하다 싶을 만큼의 친절함도 눈길을 끌었다. 차량은 차선을 바꾸기 전 승객에게 왜 차선을 바꾸려 하는지 '의도'를 설명했다. 이를 귀찮게 여길 승객도 있겠지만 씨넷은 "천장에 달린 카메라로 승객 상황을 체크하고, 승객이 안정된 자세로 앉아 있어야만 차선을 바꿨다"며 작은 부분까지 신경쓰는 모습을 높이 평가했다.
일부 아쉬운 점도 지적됐다.
웨이모 원에 탑승한 로이터 취재진에 따르면 이동 속도가 다소 느리고 출발할 때 덜컹거리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차량이 급브레이크를 밟는 등 승객을 긴장시키는 상황도 가끔 있었다. 하지만 차량이 돌발 행동 때마다 뒷좌석용 모니터를 통해 상세하게 상황을 설명해 그렇게 불쾌한 경험은 아니었다는 의견이 대체로 많았다.
또 다른 문제로는 좌회전이 꼽혔다.
도로에 흔한 비보호 좌회전을 위험으로 인식해 길을 돌아가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
패스트컴퍼니는 "노란 신호에 너무 빨리 멈추고 좌회전을 그냥 지나치는 등 사람이 운전하는 것 같은 기분이 전혀 들지 않았다"면서 "이를 개선하는 것이 제일 큰 과제"라고 지적했다.
가격을 지적하는 의견도 있었다.
로이터는 "15분 동안 4.8㎞를 달리자, 7.59달러 요금이 나왔다"고 보도했는데, 우버와 같은 수준의 요금이다.
인건비가 빠지는 만큼 가격이 낮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웨이모는 승객들이 만족할 만한 수준의 요금을 찾을 때까지 여러 가격 실험을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웨이모는 2009년부터 아리조나를 비롯해 캘리포니아·워싱턴·미시간·조지아주 25개 도시에서 자율주행차 시범서비스를 진행해 왔다.
실제 도로 주행거리 1000만 마일(약 1600만㎞)을 돌파하며 기술력을 쌓아 왔다.
투입한 개발비만 10억 달러(약 1조12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번째로 주행거리가 많은 우버는 300만 마일을 넘어선 정도다.
웨이모 원 고객인 사만다 잭슨은 "사람이 직접 운전하면서 발생하는 사고의 94%가 운전자 부주의에 의한 것인 만큼 그에 비하면 1000만 마일을 주행한 웨이모 차량의 안전성은 이미 입증됐다고 본다"면서 "딸 통학용으로 자주 사용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