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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고인이 된 '정적' 존 매케인 전 아리조나주 연방상원의원을 향해 '릴레이 공격'을 멈추지 않는 가운데 이러한 '뒤끝 행태'가 여당인 공화당 내에서도 역풍에 직면했다.

공화당이 다수당인 상원에서 최근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을 위한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무력화하는 내용의 결의안이 가결된 데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매케인 공격'으로 여권 내 동요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원심력이 커지는 흐름이다. 결의안 가결로 수면으로 떠 오른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상원의원들의 긴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매케인 비난 행태로 인해 심화하고 있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에도 매케인 전 상원의원을 향한 '비난 본능'을 숨기지 못했다. 그는 오하이오주를 방문, 연설을 하던 도중에도 "나는 결코 매케인을 좋아하지 않았다"며 5분 이상을 매케인 전 의원 비난에 할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매케인은 우리의 위대한 참전용사들을 위한 일을 완수하지 않았다"며 '오바마케어' 폐지법안에 반대표를 던진 것을 재차 거론, "공화당과 이 나라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고 말했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은 매케인 전 의원의 장례 절차와 관련해 잘못된 팩트를 제시하며 비난 공세를 퍼부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유세를 연상시키는 이날 연설에서 "나는 요청에 따라 그가 원하는 방식의 장례식을 치르게 해줬다"며 "그 장례식은 대통령으로서 내가 승인해야만 하는 일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는 (매케인 전 의원 측으로부터) 감사 인사를 받지 못했다. 괜찮다. 하지만 난 존 매케인의 팬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언론들은 대통령이 의원 장례식을 승인하지 않는다며 트럼프 대통령 발언의 진위 여부를 파고들었다. WP에 따르면 고인이 된 의원의 의사당 안치는 의회의 승인을 필요로 하며, 장례식도 워싱턴 국립성당의 허가를 받으면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단지 매케인 의원 운구 과정에서 군 수송 지원을 승인했을 뿐이다. 작년 9월 매케인 전 의원 장례식에 초대받지 못한 트럼프 대통령은 골프장으로 향한 뒤 장례식이 끝날 때까지도 추모 메시지를 내놓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매케인 비난에 대한 공화당 내 비판 대오에는 2012년 공화당 대선 후보 출신으로, 지난해 11·6 지방선거에서 당선, 정계에 복귀한 '정치 거물' 밋 롬니(유타주) 상원의원이 그 선봉에 섰다. 롬니 상원의원은 전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내 친구 존 매케인처럼 본보기가 되는 사람을 또다시 폄하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가 없다"며 매케인에 대해 '영웅적이고, 용감하며, 애국적이고, 지조 있으며, 자기를 내세우지 않고, 자기희생적이며, 인정이 많고, 가족과 국가와 신에 대해 의무감에 의해 움직이는 사람'이라는 수식어구를 붙였다. 롬니 상원의원은 존 매케인과 2008년 공화당 대선 경선 당시 맞붙었던 '라이벌'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 몇년간 트럼프 대통령과 냉·온탕의 관계를 오갔다. 의회 입성 후에는 작심 비판을 이어왔다.

공화당 상원 원내 사령탑인 미치 매코널 원내대표는 이날 매케인 전 상원의원을 '보기 힘든 애국자', '미국민의 영웅'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매케인 비판'에 우회적으로 '반기'를 들었다. 그는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오늘, 그리고 날마다 나는 나의 좋은 친구 존 매케인을 그리워한다. 상원에서 보기 힘든 애국자이자 진짜 미국민의 영웅이었던 그와 함께 일할 수 있었던 건 축복이었다"며 "그에 대한 기억은 날마다 우리나라가 영웅들 희생 덕분에 지탱된다는 걸 되새기게 한다"고 고인을 추모했다.

지난해 8월 매케인 전 상원의원 사후 상원 연설을 통해 "어떤 식으로든 존 매케인의 명예를 더럽히는 자는 그 누구라도 채찍질을 맞아 마땅하다"고 발언했던 공화당 조니 아이잭슨(조지아) 상원의원은 전날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그날 내가 연설에서 말한 걸 행하고 싶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격탄을 날렸다고 CNN방송이 이날 보도했다.

당내 대표적 반 트럼프계 인사인 제프 플레이크 아리조나주 전 상원의원은 조니 아이잭슨 의원의 발언을 언급, "조니 같이 유하고 점잖은 사람이 이 정도로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얼마나 멀리 나갔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다른 상원 공화당 인사들도 잇따라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공화당 내 친 트럼프계이면서도 매케인 전 상원의원과도 '절친'한 사이였던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은 비껴가면서도 매케인 전 상원의원에 대해 "역사상 가장 중요한 상원의원 중 하나였다"고 평가했다고 더 힐이 보도했다.

매케인 전 의원의 자리를 이어받은 아리조나주의 마사 맥샐리(공화) 연방상원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모두가 그와 그의 가족에게 그들이 누려 마땅한 존경, 흠모, 평화를 보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야당에서는 의회 건물 이름을 고인을 따 다시 짓자는 움직임이 일었다.

민주당 상원 사령탑인 척 슈머(뉴욕) 원내대표는 이날 트위터 글에서 상원 의회 건물 중 하나인 "러셀 빌딩의 이름을 미국민의 영웅, '존 매케인' 상원의원의 이름을 따서 다시 명명하는 입법안을 곧 다시 발의하기를 고대한다"고 밝혔다. 

고인의 딸이자 ABC 방송 '더 뷰'의 공동 진행자인 메건 매케인은 "대통령이 그를 너무나 질투하는 바람에 죽어서도 뉴스를 도배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인이 알게 된다면 아주 우습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첫 임기 후반기를 맞아 재집권 플랜 가동에 들어간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여당의 결속력 이완이 국정 동력 약화로 이어지면서 재선 가도에서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의회 전문매체 더 힐은 21일 "매케인 전 상원의원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폄하적 공격이 공화당 상원의원들을 언짢게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전쟁 영웅'이자 미국의 보수진영을 떠받치는 한 축이었던 고인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반복적인 '모욕적 언사'가 당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우려가 여권 내에서 퍼지고 있다고 더 힐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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