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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이 러시아에 수감됐던 피닉스 머큐리 소속 스타 여자농구 선수를 미국에서 복역 중인 러시아 무기상과 서로 교환하는 방식으로 데려왔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8일 백악관에서 러시아에 잡혀있던 브리트니 그라이너가 석방됐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그라이너 석방을 위해 수백만 달러 상당의 무기를 불법적으로 판매한 혐의로 2012년 미국에서 25년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러시아 국적 무기상 빅토르 부트를 돌려보냈다.

러시아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미국에 수감된 부트와 러시아에 있던 그라이너를 교환한 사실을 확인하고, 이날 UAE 아부다비 공항에서 교환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그라이너는 9일 오전 4시30분 텍사스주 샌안토니오 공항으로 입국했다.

공항에는 그라이너의 동성 부인과 부모 등 가족이 나와 풀려난 농구스타를 맞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트는 아프가니스탄과 아프리카 등 분쟁지역의 무기 밀매에 깊숙이 관여한 인물로, ‘죽음의 상인’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그는 2008년 태국에서 체포된 뒤 줄곧 미국 감옥에 수감됐었다. 

부트는 러시아 내부 기밀도 많이 알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러시아는 부트의 석방을 받아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이에 미국 일각에서는 악명 높은 범죄자 석방이 나쁜 전례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화당과 우파 인사들은 과거 그라이너가 정부를 비판하는 시위에 참여한 이력 등을 꼬집으면서 국가 안보를 희생시키면서까지 구출할 만한 가치가 없는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그라이너는 2020년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과 관련해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여했으며, 이에 항의하는 의미로 프로리그 선수들이 경기 중 국가 제창을 거부하는 대열에 동참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8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서 그라이너를 '공개적으로 우리 나라를 증오하는 농구선수'라고 지칭하면서 바이든 정부가 악명 높은 러시아 무기 거래상과 그를 맞바꾼 것은 "너무나 멍청하고 비애국적인 수치"라고 말했다.

공화당의 로저 마셜 상원의원도 "나는 그녀가 국가 제창을 위해 서 있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언급했다.

폭스 뉴스의 정치평론가인 토미 라렌은 트위터 글에서 "미국이 그녀를 석방하기 위해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한 지금 브리트니 그라이너가 서서 애국가를 부를지 궁금하다"며 "(아무도 보지 않더라도) 징징대는 유명 운동선수가 되는 것이 이득인 것 같다"고 비꼬았다.

우파 인사들은 미 정부가 러시아에 수감 중인 기업 보안 전문가 폴 휠런은 빼내오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휠런은 미 해병대원 출신의 기업 보안 책임자로 2020년 스파이 혐의로 체포돼 징역 16년을 선고받았다.

공화당 소속 마이크 왈츠 하원의원은 "러시아에 훨씬 더 오랫동안 부당하게 억류된 미 해병대 폴 휠런은 어디에 있느냐"며 "참전용사 위에 유명인사?"라고 트위터에 썼다.

공화당의 스콧 페리 하원의원은 "(바이든이) 총을 밀수하고 미국인들을 쏘는 것을 돕는 적과 마약을 밀반입하고 농구공을 쏘는 미국인을 맞바꿨다"며 "그러는 사이에 전직 미 해병대원 폴 휠런은 러시아 감옥에서 썩어간다"고 트위터에 올렸다.

바이든 행정부 고위당국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러시아는 브리트니를 돌려받는 유일한 방안은 러시아 국적자 부트 석방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다른 모든 대안을 시도해봤다"고 말했다.

WNBA 피닉스 머큐리 소속으로 오프시즌 동안 러시아 팀에서 활동하던 그라이너는 올해 2월 휴가를 마치고 러시아에 입국하다가 마약 밀반입 혐의로 체포됐다.

그는 지병 치료를 위해 합법적으로 의료용 대마초를 처방받았고, 급하게 짐을 싸다 실수로 이를 넣었을 뿐 법을 어길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으나 러시아 법원은 올해 8월 그에게 징역 9년을 선고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UAE와 사우디아라비아는 8일 공동성명을 내고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그라이너 석방을 위한 중재 노력을 이끌었다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원활한 교환에 중요한 환승 장소를 제공한 UAE에 감사를 표한다"며 "우리는 부당하게 구금된 미국인 석방을 매우 심각한 문제로 여긴다는 입장을 지난 몇 달간 세계 여러 국가를 통해 러시아에 전달해왔다"고 밝혔다.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그러나 협상은 미국과 러시아 정부 사이에서 진행됐고 중재는 없었다며 "여러모로 협조를 해준 나라들에 감사한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그라이너와 함께 교환 논의가 이뤄졌던 폴 휠런은 여전히 러시아에 수감 중이며 교환 논의가 진행 중이다.

휠런은 2020년 러시아에서 체포될 당시 “나도 모르게 러시아 기밀이 든 플래시 드라이브(저장 장치)를 받았다. 나는 그저 여기에 휴일에 찍은 사진들이 들어있었다고 생각했다”는 취지로 항변하며 억울함을 호소했었다.

휠런은 최근 CNN과의 인터뷰에서 “그라이너가 석방되어 기쁘긴 하지만 나는 한 번도 저지르지 않은 범죄로 체포됐다. 내가 왜 아직도 여기에 수감되어 있는지 모르겠다”며 “미국 정부가 내 석방을 위해 더 많은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에 크게 실망했다”고 말했다.

백악관의 고위당국자는 러시아가 휠런은 간첩이라는 점에서 그의 석방 문제를 그라이너와 다르게 취급하며 미국의 모든 제안을 거부했다면서 "(그라이너와 휠런) 둘 중 누구를 데려올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그런 상황은 분명 아니었다"고 말했다.

미국의 여러 언론 매체들에서는 그라이너의 석방을 반기면서도 그와 부트가 받은 혐의의 경중을 두고선 “불균형적 교환” “푸틴의 외교적 승리”라는 분석들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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