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온라인이다.
학교가 문을 닫은 요즘, 본격적인 온라인 수업이 시작되었다.
특수 교사인 나도 예외는 아니다.
집중력이 번개 보다도 더 짧은 나의 제자들을 컴퓨터 화면 앞으로 끌어 모아 지루하기 짝이 없는 덧셈, 뺄셈, 글쓰기를 재미나게 가르쳐야 한다니 참으로 힘이 든다.
어떤 학생은 너무 낮은 의자에 앉아서 머리 꼭대기 밖에 안 보이기도 한다.
고학년들은 수업 중에 영상 가리기 기능을 클릭 하고는 딴짓을 하기도 한다.
휴대폰으로 영상 수업에 들어 온 한 학생은 수업 중인데도 부엌, 거실, 자기 방을 마음껏 활보하며 심지어는 벌러덩 침대에 눕기까지 한다.
교육청에서 분명히 온라인 수업 지침을 학생들과 교사들에게 전달되었는데도 말이다.
교육청에서 전달한 지침은 다음과 같다.
* 온라인 수업을 진행할 때 3B, 즉 안전(Be safe), 책임감(Be responsible), 그리고 존중하기(Be respectful)을 기억하라
* 온라인 수업 시 알맞은 옷차림을 한다. (학교 로고가 있는 티셔츠를 입고 수업을 하라고도 했다.)
* 온라인 수업시 적절한 조명이 갖추어진 깨끗하고 조용한 장소 선택한다. 교사의 뒷배경이 화면에 어떻게 비춰지는지 주의해야 한다. 화면에 나오는 커피잔이나 학용품 등에 엉뚱한 문구가 새겨져 있는지 미리 확인한다. 수업을 진행하면서 먹거나 돌아다니거나 다른 일을 하지 않는다.
* 수업 전에 전자기기가 충전이 되었는지 확인한다.
* 학생들의 오디오를 기본적으로 묵음으로 설정 해 놓고 발언권을 줄 때만 묵음을 풀어준다. 수업 중에 의견이 있거나 질문이 있을 때에는 학생들에게 손들기 아이콘을 이용하거나 공개 채팅란에 질문이나 의견을 쓰게 한다. 온라인 수업 중, 교사가 학생에게 일대일로 채팅을 보내거나 대화를 신청할 수 없으며 학생들간에도 사적인 채팅을 주고 받거나 대화를 신청할 수 없다.
* 화상 수업을 녹음하지 않는다. 녹음하게 되면 교육청 관리의 교육자료에 속하게 된다. 그리고 화상 수업 장면을 사진으로 찍어 소셜 미디어에 올리지 않는다.
* 헛소리를 하거나 COVID-19으로 농담을 하는 학생은 즉시 방에서 내쫓고 경고를 주며, 다음에도 같은 잘못을 저지르면 온라인 수업방에서 제명한다.
* 온라인 수업 방에 외부인이 들어오면 즉시 수업을 중단하고 방을 없앤다.
이렇게 많은 온라인 매체 이용 규칙들을 휴교 2주째 교육을 받고, 여기에 더하여 특수 교사들은 '사생활 보호' 또는 '비밀보장'에 대해 한단계 더 엄격하게 의견을 주고 받아야 했다.
온라인 수업으로 특수 교육 수업을 해야 하는데, 온라인에서도 학교에서처럼 소그룹으로 수업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갑론을박 의견이 분분했다.
온라인 소그룹 수업을 할 경우, 혹시라도 학부모가 화면을 들여다 볼 경우, 누구 누구가 특수교육을 받는지 알게 되어 '비밀보장'이 깨어진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 많은 학생들을 하루에 30분씩 일대 일 수업을 하다보면 새벽부터 밤까지 수업을 해야 하는 것이었다.
결국 학부모에게 일일이 설문조사를 통해 소그룹으로 온라인 수업을 해도 된다는 허락을 받고 나서야 다음주부터 특수교육 온라인 수업을 하기로 결정되었다.
지금 곰곰히 생각 중이다.
온라인 수업 중에 벌러덩 누운 학생, 갑자기 '영상 가리기' 기능을 클릭하고 딴짓을 한 학생들의 부모님께 고자질 이메일을 보낼까 말이다.
아무래도 내일 수업때에 강력한 경고 및 엄포를 날린 후, 또다시 이러한 만행이 저질러진다면 그때 고자질을 하리라 결론 짓는다.
요즘 학부모들도 이메일 폭탄으로 지겨워하고 있을 것이다.
자녀가 2명 이상인 학부모들, 특히 둘 다 다른 학교에 다닌다면 온라인 수업에 관한 이메일, 각종 방과후 활동 부서에서 날리는 이메일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을 것이다.
온라인 시대의 덕은 무엇일까?
서로 사각형 화면의 선을 넘지 않는 것이라 생각된다.
비록 전파로 만나지만 서로의 눈을 바라보고, 서로의 음성을 귀담아 듣고, 그 이상을 넘지 않는 것 같다.
아직도 진행중인 한국의 N번방 사건.
온라인 시대의 덕을 철저히 밟아 버리고 온라인을 쾌락과 돈벌이의 수단으로 사용한 사건이라 생각된다.
온라인으로 만나지만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것 만큼 서로 낯가림을 하고, 경계선을 긋고, 서서히 알아가는 서로간의 덕을 세우는 것을 배워나가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