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이이이~~~" 날카로운 전화선 연결음 후에 짜잔 하고 열리던 PC 통신의 시절을 기억하는가? 천리안, 나우누리, 하이텔 등의 이름도 기억나는가?
지금 청소년들이 들으면 왠 구석기 시대 이야기인가 하고 의아해하겠지만 전화기, 티브이, 비디오, 컴퓨터, 프린터, CCTV 등등 오만 잡것들이 서로 연결되고 손가락 까딱 만으로 지구 한바퀴 소식을 끌어 모을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지는 채 30년도 되지 않았다.
모두가 집밖 출입을 삼가한 채, 집 안에서 늘어져 있는 요즘, 온라인의 중요성은 어느 때보다도 더 중요하게 여겨진다.
더욱이 이제 거의 한달이 되어가는 휴교 속에 급기야는 개학 없이 쭉 방콕으로 여름방학까지 밀고 나간다는 주지사의 선포가 있은 후, 나는 비자발적으로 하루의 반을 컴퓨터 앞에 앉아 각종 온라인 업무를 하고 있다.
수십통의 이메일은 주거니 받거니 하고, 요즘 가장 뜨고 있는 "ZOOM"이라는 프로그램으로 하루에 최소 2개 이상의 화상 회의에 참석하고, 다음 주부터는 ZOOM으로 수업도 해야 한다니 눈이 빠질 지경이다.
영어가 약한 나로서는 화상 회의가 지극히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내가 어설픈 영어로 주절 댈 때마다 서양인에 비해 약 1.5배 큰 나의 얼굴이 메인 화면으로 클로우즈 업 되고, 이상스런 영어 발음이 방안 가득 울려 퍼지는 느낌은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알지 못할 것이다.
서로 얼굴을 맞대고 회의를 할 때 보다 훨씬 신경 쓰이고 에너지 소비가 된다.
휴교 한지는 한참 되었지만 본격적인 온라인 수업은 휴교 3주가 지나서야 시작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것은 '학교가 무엇인가를 제공해야 한다'라는 압박보다 '온라인 수업에 관계된 가이드라인 즉 덕(德)을 먼저 세워야 한다'는 생각에서 인 것 같다.
휴교가 결정 되자, 교육청의 리더십들은 3단계 계획을 수립하고 교사들에게 지침을 내렸다.
휴교 첫째주는 1단계 기간. 이 기간은 엄밀히 말하면 봄방학의 연장이므로 교사나 교육청은 학생들에게 교육 자료를 제공할 의무가 없지만 학생들이 교육청 홈페이지에서 다운받아 공부 할 수 있도록 자료들을 교육청 홈페이지에 올려 놓았다.
휴교 둘째주는 2단계 기간. 이 기간부터 본격적인 휴교인데, 교육청에서 교사 개개인이 학급 학생들에게 과제를 내 주거나 ZOOM으로 방을 열어 화상 수업을 하는 것을 금지하였다.
대신 교육청 홈페이지에 좀 더 많은, 교과 내용과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자료들을 업로드 하였다.
처음에는 교사 개개인의 온라인 수업을 금지하는 것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하였다.
그런데, 이 이유를 듣고 보니, 고개가 끄덕여졌다.
바로 "형평성" 때문이었다.
열심 있는 선생님의 반 학생들은 수업을 많이 받고, 그렇지 않은 선생님의 반 학생들은 수업을 받지 못하는 격차가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서 였다.
또한 집에 컴퓨터가 없거나 인터넷 와이파이가 없어 화상 수업을 받지 못하는 학생들의 처지도 고려한 결정이었다.
교육청에서는 이 기간에 컴퓨터나 인터넷 접속이 어려운 가정들을 조사하여 어떻게 컴퓨터를 나눠주고, 인터넷 와이파이를 제공할 것인지 방법을 마련했다.
그래서 바로 오늘 그러니까 휴교 3주째가 되어 3단계 계획에 돌입한 시기에 교육청에서 각 가정에 학교 노트북을 빌려 주고, 인터넷 회사와 연결하여 무료 와이파이 받는 법을 알려주었다.
그나마 차가 없어 노트북을 빌리러 올 수 없는 가정에는 스쿨버스 운전사들이 컴퓨터나 인쇄된 학습지 책을 배달해 주었다.
뿐만 아니라 선생님들에게 반 강제적으로 구글 클래스, ZOOM, WIXIE 사용법에 관한 인터넷 강의를 듣도록 하였다.
이메일로는 인터넷 강의 시 유의점과 윤리 규정에 관한 글들을 수차례 보냈고, 학부모들에게 화상 회의에 대해 어떤 톤으로 이메일을 보낼지에 대한 매우 상세한 거의 빈칸 채워 넣기 수준의 글들을 받았다.
온라인 매체나 소셜 미디어 사용에 관한 규정의 예를 들면 대충 이런 것들이다.
*교사가 학생들과 수업 또는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 매체를 사용할 때에는 교육청에서 제공한 매체와 소프트웨어만을 사용해야 한다. (개인 컴퓨터. 소프트 웨어와는 구분해서 사용한다. 이메일도 마찬가지이다. 교육청 소속 이메일을 사용할 때에는 항상 그 내용이 신문에 실려도 부끄러움이 없을 정도로 공적인 것이어야 한다. 그리고 언제든 타인의 요청에 의해 모든 이메일을 제출할 경우가 발생 할 수도 있음을 숙지해야 한다.)
* 되도록이면 이메일을 통해 학생이나 학부모와 연락을 주고받고, 전화를 해야 할 경우는 학교 전화를 사용하며 부득이하게 개인 전화나 핸드폰을 이용한다면 발신 번호가 나타나지 않게 해야 한다.
* 교육감이 인가한 소셜 미디어가 아닌 것으로는 학생들과 커뮤니케이션 할 수 없다.
* 교육청 소유의 매체를 이용하여 상품 선전을 하거나 정치적 의견을 나타내서는 안된다.
* 온라인 매체나 소셜 미디어에 게시하는 내용이 교육청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교사의 품위에 적절한지를 고려해야 한다.
이 외에도 온라인 수업 시 지켜야 할 여러가지 규칙들이 있지만 이것에 관해서는 다음 주에 다루기로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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