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릭 라보이(Rick Lavoie)가 학습장애아들의 심리 상태를 설명하며 사용했던 FAT이 다시 생각났다.
좌절(Frustration), 불안(Anxiety) 그리고 긴장(Tension) 말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행해야 하는 요즘, 엄마들 특히 어린 자녀를 두었거나 장애를 지닌 자녀를 가진 엄마들은 매 순간마다 F.A.T를 경험한다.
요리를 해도 해도 채워지지 않는 가족들의 왕성한 식욕으로 인한 좌절감, 언제 또 "엄마, 이거 어디었어?" "여보, 밥 언제 먹어?" "엄마, 숙제 뭐 해야 돼?"하고 일거리를 안겨 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그리고 한정된 공간 안에서 툭하면 싸우고 다투는 가족들간의 긴장감은 그야말로 스트레스 가득이다.
본격적인 온라인 수업을 시작한지도 이제 2주가 넘어가는 이 시점에, 여기 저기서 학부모들의 불평과 불만이 쏟아져 들어온다.
생각보다 학교에서 내 주는 과제가 어려워서 아이들이 혼자서 공부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미국 본토인 학부모들도 힘들어 한다.
그래서 매번 아이 옆에 앉아서 공부를 봐 주어야 하니 자녀가 둘, 셋 있는 집에서는 그야말로 엄마가 다시 학교를 다니는 것처럼 힘이 든다는 것이다.
학교에서는 나름대로 신경을 써서 과제를 상, 중, 하 수준으로 나누어 각자의 수준에 맞게 과제를 배분하고 있지만, 특수교육을 받고 있는 학생들에게는 하 수준의 과제 조차도 너무나 어려워 아이들이 안 그래도 갑갑하고 좀이 쑤시는데, 과제를 하면서 FAT을 경험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족 모두가 컴퓨터를 써야 하니, 온라인 수업에 시간 맞추어 접속하기가 너무 힘들다는 푸념도 간간이 들려온다.
아빠도 컴퓨터로 일 해야 하고, 언니, 오빠, 동생까지 모두 컴퓨터로 인터넷을 접속해서 과제를 해야 하는데, 어떤 집에서는 고학년 언니에게 컴퓨터 사용 우선권을 주고, 나머지 꼬마들은 가끔 시간 날 때만 컴퓨터를 만질 수 있게 한다고도 하니, 이 또한 쉽지 않은 상황이다. 1인 1 컴퓨터인 가정이 얼마나 될까?
어쩔 수 없이 아이패드를 새로 사거나 컴퓨터를 새로 장만한 집들도 있다고 하니 엄마의 입장에서는 갑작스런 지출로 또다시 F.A.T .충만이다.
마트에 자주 갈 수 없다는 것, 주부에게는 이 또한 스트레스다.
마트에 가자니 마스크, 장갑을 착용하고 마트에 가서도 다른 사람들과 멀찍이 떨어져서 장을 봐야 하니, 이만 저만 불편한 것이 아니다.
게다가 필요한 물품이 없을 경우도 많아 괜한 불안감까지 더욱 가중된다.
먹거리를 한꺼번에 사 와도 냉장고가 한대인 우리집과 같은 상황에서는 냉장고에 장 봐 온 먹거리를 집어 넣는 것도 또 하나의 스트레스인 것이다.
가장 큰 스트레스는 아마도 실직 또는 갑작스럽게 쪼그라든 수입에 대한 것이겠다.
뉴스를 틀면 계속해서 나오는 소식은 실직자의 가파른 증가 소식, 기업의 도산 그리고 무료 배급소에 넘쳐나는 사람들 소식이다.
너무나 엄청나고 불행한 장면들을 뉴스에서 자주 보니 무감각해져 가고 현실감마저 떨어져 간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엄마들은 힘을 내야 한다. 왜냐하면 엄마의 말투, 표정 그리고 움직임이 가정의 빛과 색깔을 좌지우지 하기 때문이다.
엄마가 힘을 내면 이상하게도 아이들도 남편도 따라서 힘을 내고, 엄마가 지쳐 있고 화를 내면, 가족들도 덩달아 서로 싸우고 난리이다.
그래서 엄마들이 힘을 낼 수 있는 몇가지 방법들을 생각 해 보았다.
첫째, 학교에서 내주는 과제는 융통성 있게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교육청 마다 규정이 다르겠지만 대체로 휴교 기간에 내 주는 과제는 성적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과제를 해서 제출하고 온라인 수업에 참여하면 점수를 올려주기는 하지만 과제를 내지 않았다거나 온라인 수업에 몇 번 결석했다고 해서 점수를 깍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녀가 과제로 너무 힘들어 하거나 도저히 기한 내에 끝내지 못할 것 같으면 담임 선생님께 이메일을 보내 사정을 알려드리면 거의 99% 선생님들이 괜찮다는 답변을 보내 올 것이다.
두번째로 식사를 꼭 하루 3번 그것도 엄마가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현모양처가 꿈이 아니라면 아침은 각자 간단하게 해결하고 점심 한끼는 엄마가 요리해서 준비하고 저녁은 점심때 먹었던 것을 데워서 다시 먹는다는 기본 원칙을 세우고 가끔 힘이 남아 돌거나 특별히 기분이 좋을 때 저녁을 요리하는 선심을 베풀 수 있을 것이다.
일주일에 한 두끼 정도는 자녀와 남편이 함께 식사 준비를 하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물론 가족들의 협조가 있어야 하겠지만 말이다.
세 번째로 내가 컨트롤 할 수 없는 일에 대해 너무 걱정을 많이 하지 않아야 한다.
어차피 걱정 한다고 해결되는 문제도 아니니 말이다.
그리고 이 세상에는 전혀 예상치 못하던 반전이 일어나기도 하니 말이다.
지금의 상황은 어디까지나 일시적이고 분명 끝이 있으며 먼 훗날, "이런 일도 있었지!"하고 추억으로 생각 할 날이 꼭 오리라는 희망을 가지고 하루의 일만을 생각하고 지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엄마들이여, 힘을 내라!
너무 완벽하려고 애쓰지 말고 너무 많은 일을 하려고 하지 말고, 하루 하루, 순간 순간 선한 의도를 가지고 최선을 다하는 것에 의미를 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