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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한민국은 '신천지'로 난리이다. 

그동안도 기독교계에서는 '신천지'에 대해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오고 갔지만 요즘처럼 신천지의 부정적인 면들이 온 국민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적은 처음인 듯 싶다. 

여러가지 화를 돋구는 특징들이 있지만 특수교육에 몸담고 있는 나로서는 신천지 사람들이 '장애인'과 '가난한 자'들을 전도 대상자에서 제외하고 '궁핍자'라고 불렀다는 말을 듣고는 황당한 생각이 들었다. 그들이 생각하는 '새로운 세상'은 장애인과 가난한 자에게는 닫혀 있는 세상이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내가 바로  '궁핍자'여서 신천지에 포교 대상이 될 가능성이 없었다는 사실이 위로가 되기도 한다!

어쨌든 이 궁핍자는 지난 주 몹시 바쁜 나날을 보냈다. 

바로 학부모 면담이 이틀이나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일하는 학교에서는 가을에 한번, 그리고 봄에 한번 이렇게 일년에 두 번 학부모 교사 면담을 실시한다. 

작년 가을에는 뭣도 모르고 학부모 면담에 참여하였는데 이번에는 이제 이것이 무엇이며, 교사로서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를 조금은 알기에 몹시 긴장되고 두렵기까지 하였다. 

특수교사인 나는 내가 맡은 학생들의 부모님이 오는 시간에 맞추어 각 교실을 돌아다니며 학부모 면담 자리에 동석한다. 

담임 선생님과 함께 자리를 하여, 부모님께 내가 맡은 학생이 특수반에 와서는 어떤 태도와 모습으로 공부를 하는지를 말씀드린다.  

한국에서도 해마다 학부모 면담을 했기에, 이곳에서의 학부모 면담이 그리 생소하지는 않지만, 문화가 다르기에 눈에 띄는 차이점들도 보였다.  

제일 큰 차이점은 한국의 학부모님들은 잘 차려 입고 종종 맛있는 과자나 케잌 등을 손에 들고 면담에 온다는 것이다. 

뭔가 예의를 갖추고 정성을 다해야 하겠다는 갸륵한 마음이 보인다.  

담임 교사 앞에 와서는 주로 담임 교사가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며 아주 가끔 질문을 하기도 한다. 

담임 교사도 학부모에게 질문을 하거나 의견을 묻기 보다는 아이의 학교 생활 전반에 대해 설명해 주는 시간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미국의 학부모들은 어떠한가? 

이제 겨우 일년 남짓의 미국 교사 경험으로 봤을 때, 옷차림이나 말투 등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격의가 없이 친근하며 교사를 '직업인'으로 대하는 느낌이다. 

물론 교사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지만,  '나의 아이를 맡아 돌보는 사람' 그 이하도 이상도 아니게 대하는 느낌을 받는다. 

면담에 들어 온 엄마들은 교사의 간단한 설명을 듣고 이런 저런 질문도 하고, 건의도 한다. 

교사들도 학부모가 어떤 의견을 피력하면 그것이 학교 교칙이나 교육방침에 아주 반하지 않는 이상, 그냥 존중해 주는 분위기이다. 

물론 과자나 케잌 선물은 전혀 없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시공을 초월하여 진상 학부모는 있게 마련이다. 이번 면담때도 몇 명을 목격하였다. 

어떤 학부모는 면담에 들어와서는 아리조나 주의 열악하고 뒤쳐진 교육제도에 대해 비판하였다. 자신이 전에 살았던 동네와 비교하며 일장 연설을 이어 나갔다. 

듣고 있던 담임 교사가 "우리들이 아리조나 사는 것이 잘못이라면 잘못이겠네요!"라고 받아 칠 정도였다.  

이 학부모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 동네에 있는 중학교들이 참 안 좋아서 그나마 옆집 아줌마가 추천해 준 '땡땡 챠터 스쿨'에 아이를 진학 시키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진상 학부모에게 있어서 현재 이 학교는  궁핍자요, 그 '땡땡 챠터 스쿨'은 신천지였나 보다. 

그런데 교육 전문가의 눈으로 볼 때, 또 학생을 잘 아는 한 사람으로써 신천지라고 생각하고 간 그 '땡땡 챠터 스쿨'은 그 아이에게 경쟁과 시험 바이러스의 온상인 '지옥천지'가 될 것임이 불을 보듯 훤하다. 

담임 선생님이 진상 학부모에게 이 점을 에둘러서 설명했지만 이 학부모는 자기 생각에 사로잡혀서 듣지 못하는 것 같았다.   

약속 시간을 지키지 않거나 나타나지 않는 경우 또한 시공을 초월하여 나타난다. 

미국 교사들이 쿨하다고 느껴진 것이 바로 이 순간이었다. 

약속 시간에 학부모가 나타나지 않자, 그냥 "안 오시나 보다."하고 지나간다. 

따로 연락을 해 보거나 하지 않는 것 같다. 

미국의 선생님들은 개인 연락처를 학부모에게 알려주지 않는다. 

대부분 이메일로 연락을 주고 받고, 아주 가끔 전화 통화를 한다. 

특히 업무 시간이 지나면 이메일 조차도 답변을 하지 않는 경우도 다반사이다. 

즉 학부모들이 '직업인'으로 교사를 대우하는 것처럼, 교사들도 어느정도 교직을 사명감이나 헌신 보다는 '직업'으로 임하는 것이다.    

미국도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경계심과 공포감이 퍼져 나가고 있다. 

한 학생이 나에게 코로나 바이러스를 피해 미국에 왔냐고 순진한 눈빛으로 물어 보았다.  

그 학생이 시간 개념이 아직 없고 엄청나게 순진하다는 것을 알기에 "선생님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생겨나기 훨씬 전에 미국에 왔단다."라고 답해 주었다.  

궁핍자인 나와 학생들은 지금 이곳이 바로 새로운 세상, 좋은 세상이다. 

파랑새는 여기에 있다!

 

이메일 namenoshi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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