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발표후 '구독 끊겠다'는 전화 빗발치고 '살해하겠다' 협박까지
공화당 텃밭인 아리조나의 최대 일간 '아리조나 리퍼블릭(AR)'이 민주당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 지지를 선언했다. 이 신문의 민주당 지지는 창간 126년 만에 처음이다.
신문은 27일 사설을 통해 "아리조나 리퍼블릭 편집국은 힐러리 클린턴을 대통령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아리조나는 2000년부터 모든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를 지지했다.
신문은 "1890년 출판을 시작한 이래 공화당이 아닌 민주당 후보를 대통령으로 지지한 적이 없었다"며 "보수주의 이상과 공화당의 원칙에 대해 철학적 공감을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문은 "올해는 다르다. 2016년 공화당 대선 후보(도널드 트럼프)는 보수주의자가 아니며 자격도 없다"며 "우리 역사상 처음으로 민주당 후보를 대통령으로 지지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신문은 트럼프가 미국의 국내외적 어려움을 이해하지 못한다며 클린턴이 대통령이 되기 위해 필요한 자질과 경험을 갖춘 반면 트럼프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클린턴도 결점이 있다. 심각한 실수를 저질러 왔다"며 그의 국무장관 시절 이메일 스캔들과 클린턴 재단 비리 의혹 등을 지적했다.
그러나 "결점에도 불구하고 그가 더 나은 선택지"라고 역설했다.
이어 "클린턴은 미국과 러시아, 중국, 중동, 북한 등과의 관계에서 우리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상세하게 알고 있다"며 "그는 우리 동맹들과 함께할 것이고 적들과 맞서길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했다.
또 "아리조나는 분열을 부추기고 비생산적 국가적 실패를 반복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이해한다"며 "우리는 해법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문은 트럼프의 막말 논란을 열거하며 "트럼프는 최근에서야 보수주의로 전향했고 설득력이 있지도 않다"며 "그가 확고한 보수주의자를 대법원 연방 판사로 지명할 거란 보장이 없다"고 비판했다.
신문은 트럼프가 경제·인구 변화로 인해 사회에서 뒤처졌다고 느끼는 사람들의 불만을 자극했다며 이들의 의견을 존중하지만 트럼프는 해법을 제공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이같은 결정으로 아리조나 리퍼블릭은 거센 후폭풍에 직면했다.
전날 사설에서 민주당 후보인 클린턴 전 장관을 지지한다고 발표한 뒤 아리조나 리퍼블릭의 구독을 끊겠다는 성난 독자들의 전화가 10분 간격으로 빗발쳤다.
한 독자는 살해 위협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설면 편집 책임자인 필 보어스는 "역사의 무게를 실감하고 있다"면서 "아리조나주는 물론 미국 전역에서 상당한 반응이 쇄도했다"고 전했다.
트럼프의 자기 통제 불능, 여성을 물건으로 취급해온 오랜 태도, 대통령으로서의 기질 결여 탓에 도저히 공화당 후보를 지지할 수 없다는 내용의 사설이 나가면 꽤 많은 독자와의 절연을 예상했다는 보어스 편집 책임자는 "9명으로 구성된 사설위원회는 사설을 내보내면서 (절독 사태와 같은) 재정적인 사항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다"면서 "우리는 옳은 일을 하고 있으며 그 결정에 매우 만족한다"고 했다.
그는 충실한 독자들에게 클린턴 전 장관 지지는 그리 놀라운 소식이 아니었을 것이라면서 "트럼프는 공화당 경선과 대선 운동 과정에서 6번이나 자격 박탈자로 여겨질 만한 행동을 했고, 신문은 사설에서 이를 수차례 경고해왔다"고 지적했다.
아리조나 리퍼블릭은 28일에도 인터넷판에서 '우리 신문의 대통령 지지와 관련해 알아야 할 7가지'라는 기사를 통해 사설 작성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한편 공화당의 아성인 텍사스주 댈러스를 기반으로 둔 댈러스 모닝 뉴스도 이달 초 75년 만에 민주당 후보를 대통령으로 지지한다고 발표했다.
USA 투데이, 아리조나 리퍼블릭과 함께 언론 기업 가넷을 모기업으로 둔 신시내티 인콰이어도 근 100년간 공화당 후보를 지지하다가 이번에 클린턴 전 장관으로 바꿨다.
신시내티 인콰이어는 "트럼프는 우리나라에 명백하게 현존하는 위험"이라고도 비판했다.
전통적으로 공화당에 우호적인 휴스턴 크로니클도 사설에서 트럼프를 대통령 무자격자로 보고 클린턴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 신문들이 말을 바꿔 탄 이유는 트럼프의 정치 경험 부족, 감정 폭발과 욕설 등으로 요약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