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조나에 지역구를 둔 존 매케인 연방 상원의원이 8일 '음담패설 녹음파일 파문'에 휩싸인 자당의 도널드 트럼프 대선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다.
또한 아리조나 출신의 연방상원의원 제프 플레이크는 트럼프의 사퇴를 공식 촉구하는 공화당 인사 21명 가운데 이름을 올리고 있다.
아리조나를 대표하는 단 2명의 연방상원의원 모두가 트럼프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공식입장을 밝힘으로써 전통적인 공화당 지지주에서 현재 공화-민주 양당 대선후보가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분류된 아리조나주는 그 지지방향이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 쪽으로 기울어지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매케인 의원은 8일 성명에서 "여성에 대한 모욕적 발언, 성폭력에 대한 자랑이 폭로되면서 마무리된 트럼프의 이번 주 행동들은 그에 대해 조건부 지지를 계속하는 것조차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와 부인 신디는) 트럼프에 투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 후보에게 표를 주는 것은 아니라면서 "힐러리 클린턴에게는 투표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매케인 의원 또 10일 MSN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누구에게 투표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선거날 투표 용지에 동료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의 이름을 적어 넣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매케인 의원은 "린지 그레이엄을 적어 넣을 지도 모르겠다"며 "그는 나의 오래된 좋은 친구다. 많은 이들이 그를 좋아한다"고 답했다.
매케인은 "나에게는 딸들이 있다. 여성인 친구들이 있고 뛰어난 여성 보좌진도 여럿 있다"며 "트럼프 후보가 이들을 그런 식으로 비하하고 모욕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솔직히 공화당의 미래가 많이 걱정 된다"며 올해 대선이 끝난 뒤 당을 재건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이 많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매케인이 2008년 공화당 대선주자였다는 점에서 다른 중진 의원도 가세하며 파문이 확산할지 주목된다.
지난 6일을 기준으로 경합주로 분류되는 곳은 12개 주이다.
11명의 선거인단을 가진 아리조나주 역시 이번 대선에선 경합주에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계속 터지는 악재에 아리조나주 연방상원의원 2명 모두가 공식적으로 등을 돌리면서 트럼프는 아리조나에서의 승리를 가져가기 더욱 힘들어진 상황이다.
실제로 최근 4차례 아리조나 여론조사 결과 지난 8월과 9월에는 트럼프가 각각 4%포인트, 2%포인트 앞섰으나 지난달 말에는 42%로 동률을 기록한 데 이어 이달 초 조사에선 클린턴이 44%대 42%로 2%포인트 역전했다.
이번 트럼프의 음담패설 파문에 대해 미치 매코널 연방상원 원내대표는 직접 후보사퇴를 요구하지는 않았지만 "여성에 대한 존경심이 눈곱만큼도 없는 발언들에 대해 모든 책임을 떠안아야 한다"며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폴 라이언 연방하원의장도 "구역질이 난다"고 강도 높게 비판하며 이날 자신의 지역구인 위스콘신에서 열리는 합동 유세에 트럼프 초청을 즉각 취소했다.
그러나 공화당 내부에서 사퇴 압박이 거세지고 있음에도 트럼프는 물러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트럼프는 8일 오후 "그대로 선거전에 남아있을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100%"라고 답했다.
한편 '음담패설 녹음파일' 파문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이번엔 트럼프가 미스USA 선발대회와 미스틴USA 선발대회 탈의실에도 마음대로 드나들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2001년 미스 아리조나 출신인 타샤 딕슨은 12일 CBS 2 방송 인터뷰에서 "당시 미스USA 대회 참가자들이 옷을 갈아입느라 나체 또는 반나체인 상태인데도 트럼프가 탈의실에 함부로 들어왔다"고 말했다.
이는 트럼프 본인의 과거 발언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트럼프는 2005년 4월 11일 라디오 '하워드 스턴 쇼' 인터뷰에서 자신이 미스USA 대회 참가자들이 옷을 갈아입는 탈의실에 자유롭게 드나들었다는 사실을 자랑삼아 털어놓은 바 있다. 그는 "가장 재미있는 것은 쇼(미스USA 대회)가 시작되기 전이다. 쇼가 시작되기 전에 나는 무대 뒤로 가서 모두 옷을 제대로 입었는지, 또 모든 준비가 됐는지 등을 점검한다"면서 "남자들은 한 명도 없다. 나는 미스 USA대회 소유주이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와 별개로 인터넷매체 버즈피드는 이날 트럼프가 10대를 대상으로 하는 '미스 틴 USA' 선발대회 탈의실에도 함부로 드나들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