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연방 공휴일인 '콜럼버스 데이'를 '원주민의 날'로 대체하는 지방자치단체가 늘고 있는 가운데 아리조나주 피닉스시도 그 대열에 동참했다.
피닉스 시의회는 투표를 통한 만장일치로 10월 둘째주 월요일을 '원주민의 날'로 선포했다.
10월 둘째 월요일을 이탈리아의 탐험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신대륙을 발견한 날로 미국 내 대다수의 주와 도시들이 기념하지만 20여개 이상 지자체들은 이날을 '원주민의 날'로 대체해 기념하고 있다.
이번 결정에 따라 피닉스시는 '원주민의 날'을 기념하는 미국 내 최대 도시가 됐다.
최근 들어서 콜럼버스 대신 아메리카 대륙의 원래 주인인 토착민을 기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기 이전에 이미 이 지역에 토착민이 살았다는 역사적인 사실과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에 노예 제도를 도입하고 원주민 학살과 문화 파괴를 자행했다는 부정적 인식이 겹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콜럼버스 데이를 '원주민의 날'로 대체하자는 운동은 1970년대부터 논의되다가 1990년 사우스다코타주가 미국 50개 주 가운데 처음으로 '아메리카 원주민의 날'로 전격 선포하면서 본격 확산했다.
'콜럼버스 데이'를 '원주민의 날'로 대체하는 지자체는 7곳에서 2015년 20곳으로 크게 늘었다. 올해에도 16개 지자체가 원주민의 날 색채를 강화했다.
리오 킬스백 아리조나 주립대 아메리칸 인디언 연구학부 부교수는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콜럼버스를 얘기할 때 가장 큰 오해 중 하나가 바로 그가 도덕적으로 옳았느냐는 것"이라면서 "그는 사악했고, 무고한 원주민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책임이 콜럼버스에게 있다는 게 진실"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진짜 역사를 알지 못한 채 미국민이 미국에 발을 내딛지도 않은 콜럼버스를 왜 기념해야 하는지를 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