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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7년 전 세계를 휘청거리게 했던 금융위기가 시작된 곳은 미국의 주택시장이었다. 

금리는 낮고 집값은 꾸준히 오르자, 너도 나도 집을 담보로 돈을 빌려 '집 늘리기'에 나섰다. 

하지만 금리가 다시 오르기 시작하자 빚을 감당하지 못한 사람들은 집을 되팔기 시작했고, 부동산 시장도 폭락, 이에 돈을 빌려준 은행들까지 휘청거리면서 전 세계를 암울하게 만들었다. 

미국의 주택시장에서 촉발된 금융위기가 마무리된 지 어느새 10년이 지났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미국의 주택시장에 대한 또 다른 우려의 목소리를 조심스레 내놓고 있다. 

미국 경제는 금융위기와는 달리 탄탄한 편인데, 주택 시장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걸까. 

이같은 우려는 베이비부머들이 고령으로 접어들면서 이들이 세상을 떠났을 때의 빈 주택들은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서 시작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000년대 중반 부동산 버블이 사라지면서 주택이 시장을 강타했지만, 이번에는 피해갈 수 없는 '인생사'로 인해, 즉 베이비부머 세대의 쇠퇴에 의해 주택시장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예를 든 것은 아리조나주의 선시티이다.

1960년 1월 1일 선시티는 '은퇴자를 위한 커뮤니티'라는 이름으로 광고를 시작했다. 

선시티가 문을 연 주말에는 10만명이 넘는 50세 이상의 중장년층이 이 마을을 구경하기 위해 몰려들었다. 

마을 입구에는 차들이 2마일 이상 줄을 지었다. 

선시티에는 골프장은 물론 수영장, 볼링장 등 각종 스포츠 시설과, 식료품점, 쇼핑센터, 호텔까지 그야말로 없는 것이 없었다. 

"이보다 더 좋은 리조트는 없다"는 홍보 영상의 멘트 그대로였다. 

선시티는 문을 연 첫 해 경영진의 예상보다 훨씬 많은 집을 팔았다.

60년이 지난 현재 선시티에는 3만8000명이 살고 있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선시티 주택을 사들인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쇠퇴기가 다가왔기 때문이다. 

주택시장 조사기관 질로에 따르면, 2027년까지 전체 선시티 주택의 3분의 1에서 노인들이 사망하거나, 자녀들과 함께 거주하기 위해 이동하거나 혹은 요양시설로 이주하는 이들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됐다. 

2037년에는 이같은 비율이 3분의 2 이상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이는 노년층의 인구 비율이 높은 아리조나와 미 동남부의 지역에서 대두되고 있는 문제다. 

많은 집들이 비슷한 시기에 '매물'로 나왔을 때 부동산 가격이 급락할 게 뻔하고, 그 지역 경제도 흔들릴 수 밖에 없지 않냐는 우려다.

질로는 향후 20년 동안 약 2100만 가구가 빈 집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2017년부터 2027년까지 미국 내 주택 8채 중 1채인 900만채가 시중에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2037년까지는 2100만채가 노인들이 떠나면서 비워질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지난 10년간 지어진 부동산의 2배 이상이다. 

이렇게 비워지는 집들 중 대부분이 아리조나와 플로리다 등 전통적인 은퇴한 자들의 지역사회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이들을 대체할 젊은 미국인들은 베이비부머와는 완전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집을 구매해야 하는 젊은 미국인들은 베이비부머보다 그 규모가 훨씬 작고, 재정적으로는 더 불안정하다.

이들은 교외의 조용한 곳보다는 강력한 와이파이를 제공하는 대도시 지역을 선호한다. 

하버드대학교 연구에 따르면 50세에서 64세 사이의 은퇴 전 연령의 가구는 이전 세대보다 집을 소유할 가능성이 낮고, 2000년 이후 소득이 멈춰 있으며, 학자금 융자를 포함한 부채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수급 불일치는 은퇴자들이 집중된 지역에 새로운 위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금 기반이 축소되고, 도로 등 중요한 서비스를 위한 지출이 감소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각종 대안을 제안하고 있다.

은퇴자를 중심으로 설계된 마을들이 스스로 변모하며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지역들은 은퇴자들만이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시설들을 운영해왔는데, 나이 제한을 두지 않아 이를 더 잘 활용할 수 있게끔 해야한다는 것. 

여기에 놀이터나 학교 등 공공시설을 추가함으로써 지역사회의 이미지를 새롭게 바꿔갈 수 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실제로 건축업계에서는 이를 반영해 각종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톨브라더스의 아리조나 및 유타 그룹 회장 밥 플러티는 "변화하는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 선시티 피닉스 외곽에 2200가구의 새로운 공동체를 재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예상외로 많은 이들이 관심을 보여 현재 노인을 위한 주택과 그렇지 않은 주택을 나누어 구상하고 있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커뮤니티 안에 들어설 다양한 스포츠 시설과 쇼핑센터, 레스토랑 등은 젊은 층에게도 인기를 끌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알케이디아는 이같은 전략에 성공한 지역이다.

세상을 떠난 고령의 주민들의 빈 자리를 젊은 이들이 채우기 시작한 것이다. 

이 지역에서 노인들은 차를 끌고 다니며, 유모차와 어린 아이들을 조심 조심 살핀다. 

젊은 세대와 은퇴 세대가 어우러져 생활하는 곳이다. 

전문가들은 선시티 역시 주택 가격이 조금씩 상승하고 있다는 것을 지적하며, 주택시장의 세대 교체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질로에 따르면, 피닉스의 전 지역에서 주택가격이 최근 5% 상승한 반면, 선시티는 같은 기간 7%의 가격 상승세를 보였다. 

선시티 레크레이션 센터의 담당자는 "이전 거주자들을 새로운 세대로 대체하는 것은 더이상 새로운 과제가 아니다"라면서 "우리는 오늘날 아이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와 그들이 80대일 때 진정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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