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올해 11월 대선을 앞두고 공직자와 정치인을 협박하는 사건이 급증했으며 주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불리한 행동이나 발언을 한 사람이 피해자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9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러스티 바우어스 전 아리조나주 하원의장(사진)은 지난달 26일 귀갓길에 경찰이 집을 에워싼 광경을 보고 등골이 서늘해졌다.
집 안에 파이프 폭탄이 있으며 여성이 살해됐다는 익명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었다.
경찰은 집을 수색하고 바우어스의 아내와 손자에게 질문을 한 뒤 허위 신고라고 판단했다.
거주자를 괴롭힐 목적으로 자택으로 경찰을 출동시키는 이른바 스와팅(swatting)에 당한 것이었다.
특수기동대(SWAT)에서 이름을 딴 스와팅은 그 표적이 된 사람을 놀라게 할 뿐 아니라 출동한 경찰이 현장에서 무력을 행사하면서 무고한 사람이 죽거나 다칠 수 있는 위험한 행동이다.
WP는 스와팅은 2020년 대선 이후 연방의회 의원, 주정부 관료, 지역사회 지도자, 판사 등 다양한 공직자가 경험한 여러 위협의 한 유형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보수 진영에서도 일부가 이런 협박을 받긴 했지만 다수 피해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분노를 살만한 행동을 했다는 공통 분모가 있다고 평가했다.
공화당 소속인 바우어스 아리조나주 전 하원의장은 2020년 대선 때 트럼프를 위해 선거운동하고 그에게 투표했지만 하원의장의 권한을 이용해 대선 결과를 바꾸라는 트럼프의 요구를 거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패배 뒤집기 사건을 담당하는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의 타냐 처칸 판사도 지난 7일 스와팅을 당해 경찰이 그녀의 집으로 출동했다.
지난주에는 아리조나를 포함해 코네티컷, 조지아, 켄터키, 미시간, 미네소타, 미시시피, 몬태나, 위스콘신, 하와이, 메인, 오클라호마, 일리노이, 아이다호, 사우스다코타, 앨라배마, 알래스카, 메릴랜드 등 10여개 주에서 주청사나 의회 건물에 폭탄을 설치했다는 협박 전화가 잇따라 대피 소동이 벌어졌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지지자들의 2021년 1월 6일 의회 폭동 이후 공직자와 정치인에게 물리적으로 폭력을 행사한 경우는 상대적으로 드물지만 피해를 볼 수 있다는 두려움이 이들의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사람들이 공직에 나서는 것을 주저하게 만들어 민주주의를 약화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일부 공직자들은 불안감에 안절부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질 카로프스키 위스콘신주 대법관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우리를 다치게 하거나 죽이겠다고 말할 때 난 그들이 진심이라고 믿는다"면서 "우익 극단주의자들은 대부분 반민주적인 방식으로 사법부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메릭 갈런드 법무부 장관은 지난 5일 기자들에게 지금까지 공개된 사건이 "더 큰 추세의 작은 단면에 불과하다"며 "폭력을 행사하겠다는 협박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위협하며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