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 중독증으로 오래 고민하던 남자가 있었습니다.
출장을 갈 때마다 포르노를 보고 집에서도 부인 몰래 중독증에 빠져들어갔습니다.
자기 스스로의 노력으로도 어쩔 수 없는 심각한 상태로 고민하고 갈등했습니다.
정상적인 부부생활이 될 수가 없지요.
그러다 용기를 내어 부인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았습니다.
그 순간은 그의 평생에서 가장 힘든 순간이었습니다.
너무 수치스러운 이야기여서 그는 말하는 내내 아내의 눈을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었습니다.
힘들게 말하고 그는 아내에게 용서를 구했습니다.
믿을 만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 추악한 습관을 뿌리 뽑기 위해 어떤 대가도 치르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렇게 할 말을 다 하고 나서 과연 아내가 어떻게 나올까 궁금했습니다.
수백 가지 가능한 시나리오를 떠올렸습니다.
아내가 상처를 받고 충격에 휩싸일 게 뻔했습니다.
용서 받기는커녕 자신을 질타하고 경멸하리라 두려웠습니다.
그런데 아내의 반응은 완전히 상상 밖이었습니다.
조용히 듣기만 하던 아내의 두 볼에 주르르 눈물이 흘러 내렸습니다.
울먹이는 목소리로 아내는 자기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알고 보니 아내에게도 비밀이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그녀가 다니던 교회에 젊은 부목사가 있었는데 본분을 망각하고 아내와 성관계를 맺기 시작했습니다.
그 후 아내는 15년간 죄책감과 후회, 심각한 자기 파멸 속에 외로움의 짐을 안고 신음하며 살아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날 남편이 결심하는 것을 보고 아내 역시 자기의 속내를 다 털어놓을 용기를 얻었던 것입니다.
계속 감추기로만 일관했다면 40년 50년을 같이 살았다 해도 무덤에 들어갈 때까지 부부는 서로에게 이방인이었을 것입니다.
솔직하기로 했을 때 진정한 사랑이 움텄고 '완전히 벌거벗었으나 부끄럽지 않다'는 말(창세기 2:25절)의 의미를 바로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참된 공동체는 고백하는 공동체입니다.
야고보서 5:16절 말씀입니다.
"여러분은 서로 죄를 고백하고, 서로를 위하여 기도하십시오."
교회는 고백의 공동체입니다.
본회퍼(Dietrich Bonhoeffer)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고백 속에서 공동체는 크게 성장한다. 함께 고백을 나눌 친구를 가진 그리스도인은 영원히 외롭지 않다."
솔직한 고백을 털어놓는 데에 몇 가지 주의가 있습니다.
성급해서는 안 되고, 듣는 사람 역시 섣불리 판단해선 안 됩니다.
아직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너무 빨리 깊은 부분까지 털어놓을 때 서로에게 깊은 상처로 남을 수도 있고요.
교회에서든 직장과 친구 등 각종 모임과 관계에서 주의하면 좋을 실제적인 것들입니다.
첫째, 깊은 속마음을 털어놓고 있는데 상대가 당황해서 약간의 유머로 상황을 피해가고 거리를 두려 할 때, 그럴 때는 고백을 중지해야 합니다.
다시 가면을 쓰는 것이 오히려 낫습니다.
둘째, 속마음을 털어놓고 깊은 고백으로 들어가려 하는데, 상대가 조롱조로 비판하거나 아니면 섣불리 판단하면서 무언가 가르치려고 한다면 고백을 중단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앞에 말씀한 것처럼 성적인 문제로 고민을 털어놓으려 하는데, 다 듣지도 않고 '너는 그게 무어냐, 그래 네가 그 정도 밖에 안 되냐, 너에 대해 실망했다'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그때는 입을 다물어야 합니다.
더 이상 나아가서는 안 됩니다.
셋째, 신뢰를 저버리는 사람에게는 고백하지 말아야 합니다.
비밀을 털어놓는다는 것은 내 마음의 한 조각을 그 사람에게 맡긴다는 얘깁니다.
그러면 잘 간직해주어야 하는데, 금방 부인에게 가서 '여보, 당신만 알고 있어. 절대 아무에게도 말하면 안 돼' 하면서 얘기하기 시작하면 그건 끝입니다.
작은 비밀을 얘기해 봐서 잘 간직해주는 사람이면 큰 비밀도 말할 만큼 신뢰감 있는 사람입니다.
속 깊은 얘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교우가 있다면 교회 생활이 더 즐거울 것입니다.
"함께 고백을 나눌 친구를 가진 그리스도인은 영원히 외롭지 않다."
본회퍼의 말이 더욱 절실히 다가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