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에 이름이 바뀐 사람이 종종 있습니다.
야곱이 대표적이지요.
'발뒤꿈치를 잡는다'는 의미의 폐쇄적이고 부정적인 호칭에서 '하나님의 승리를 담보한 자'라는 의미의 이스라엘로 바뀝니다.
시몬이 베드로가 되고, 요셉이 바나바로, 사울이 바울로 바뀝니다.
단지 호칭만 바뀌지 않고 그들의 삶 자체가 이름에 걸맞게 바뀌었음은 성경이 증언하는 사실입니다.
한국 개신교 초기 역사에도 그렇게 이름을 바꾼 사람들이 있습니다.
1890년대 후반, 강화도 북단 홍의 마을이라는 곳에 복음이 들어왔습니다.
마을 훈장으로 있던 박능일이란 분이 가장 먼저 복음을 받아들여 서당을 예배당으로 바꾸어 교회를 시작했습니다.
훈장님이 그러니까 마을 사람들도 훈장님 말씀에 따르자 하며 예수를 믿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세례를 받으며 이름을 바꾸었습니다.
훈장님 말씀이, "우리가 예수 믿고 교인된 것은 옛사람이 죽고 새사람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새로 태어난 아기에게 이름을 지어 주듯 거듭난 우리가 새 이름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모두 이름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비록 집안은 다르지만 한날 한시에 함께 세례를 받아 한 형제가 되었고, 또 그 마을에서도 처음 믿은 사람들이니 모두 한 '일'(一) 자를 돌림자로 해서 이름을 바꾸자고 했습니다.
성은 조상에게서 물려받은 것이니 바꿀 수 없고 마지막 자만 한 '일' (一) 자로 통일하기로 했습니다.
가운데 자는 각자 정하고요.
그래서 믿을 '신', 사랑 '애', 능력 '능', 은혜 '은', 은혜 '혜', 충성 '충', 거룩할 '성', 바랄 '희', 받들 '봉', 착할 '순', 하늘 '천' 등.
이런 글자들을 적은 쪽지를 주머니에 넣고 함께 기도한 후 한 사람씩 주머니에서 꺼냈습니다.
제비뽑기입니다.
훈장님이 먼저 뽑았는데, '능' 자가 나왔습니다.
그래서 박능일이 되었고, '신' 자가 뽑힌 사람은 신일, '순' 자가 뽑힌 사람은 순일, '애' 자가 뽑힌 사람은 애일, '천' 자가 뽑힌 사람은 천일 등.
그래서 홍의교회 역사에 나오는 초기 교인들의 이름은 모두 끝이 '일' 자로 끝납니다.
박능일, 권신일, 권인일, 권문일, 권천일, 권혁일, 권혜일, 김경일, 김부일, 종순일, 주광일, 그리고 장양일 등.
이 분들은 이름만 바뀐 것이 아니라 삶 자체도 바뀌었습니다.
종순일이라는 교인은 그 마을에서 가장 큰 부자였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그에게서 돈을 빌려다 쓰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마태복음 18장에 나오는 예수님의 비유 말씀을 읽게 되었습니다.
임금에게 1만 달란트 빚진 신하가 그 빚을 탕감 받고 나가다가 자기에게 1백 데나리온 빚진 자를 만나 그의 빚을 탕감해 주지 않고 옥에 가두었는데, 그 사실을 알게 된 임금이 화를 내며 그를 잡아 다시 옥에 가두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마을 부자 종순일 성도가 이 말씀을 읽고 며칠 동안 기도하며 고민했습니다.
그러다 주일 오후 예배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는 자기에게 돈 빌려간 사람들을 모두 불러들였습니다.
불안한 마음으로 떨고 있는 사람들 앞에 종순일 성도가 섰습니다.
믿지 않는 그들에게 마태복음 18장을 들려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오늘 이 말씀에 나오는 악한 종이 바로 나외다. 내가 주님의 은혜로 죄사함을 받은 것이 1만 달란트 빚 탕감 받은 것보다 더 크거늘, 내가 여러분에게 돈을 빌려 주고 그 돈을 받으려 하는 것이 1백 데나리온 빚을 탕감해 주지 못한 것보다 더 악한 짓이오. 그러다 내가 천국에 가지 못할 것이 분명하니 오늘 부로 여러분들에게 빌려 준 돈은 없는 것으로 하겠소."
그리고 빚 문서를 꺼내 모두 보는 앞에서 불살랐습니다.
동석하고 있던 선교사에게 증인이 되어 달라고 부탁까지 하면서요.
그 사람들 모두 그날 교인이 된 것은 말할 것 없고, 마을 전체가 거의 믿게 되었습니다.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종순일은 '네 소유를 팔아 가난한 자에게 주고 나를 따르라'는 마태복음 19장 21절 말씀을 읽고 재산을 모두 처분해 교회에 바쳤습니다.
그 돈으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교회 묘지를 구입하게 했습니다.
또 얼마 있다가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둘씩 짝지어 각 지방과 고을에 보내셨다는 말씀이 적힌 누가복음 10장 1절을 읽고 아내와 함께 괴나리봇짐을 하나 메고 강화도 남쪽 길상면으로 전도 여행을 떠나고, 사도행전 1장 8절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라'는 주님의 마지막 명령을 읽고 강화도 섬 각지로 다니며 복음 전하고, 나중에는 주문, 옹진 등 서해안 외딴 섬들을 돌며 십 여개 교회를 개척하고 평생 가난한 복음 전도자로 살았습니다.
새사람 종순일 성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