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디포나 IKEA 같은 곳에 반품된 물건들을 모아놓은 코너가 있습니다.
웬만한 상점에는 거의 모두 'As it is' 또는 줄여서 'As it'이라고 코너 이름을 붙여 놓았습니다.
말 그대로 '있는 그대로' 또는 '보이는 그 상태대로' 팔고 사는 물건들입니다.
반품된 물건들이기 때문에 무언가 하자가 있습니다.
정상이 아니고 흠이 있거나 얼룩이 묻어 있습니다.
그래서 상점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만약 옷 가게라고 한다면 그 코너에 이런 경고문이 붙어 있을 것입니다.
"이 물건들은 하자가 있는 상품들입니다. 흠이 있다는 말입니다. 얼룩이 남아 있거나, 지퍼를 올릴 수 없거나, 단추가 채워지지 않는 등 어딘가 하나씩 하자가 있는 상품입니다. 죄송하게도 어떤 하자가 있는지 일일이 알려드릴 수는 없습니다. 찾아보시면 알게 되실 것입니다. 아무튼 하자가 있다는 것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따라서 하자가 있더라도 항의하지는 마십시오. 아울러 여기 있는 물건을 구입하실 때는 다음과 같은 조건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주십시오. 반품 불가, 환불 불가, 교환 불가. 완벽한 상품을 원하신다면 이 코너를 이용하셔서는 안 됩니다. 저희 상점에서는 이 사실을 손님 여러분에게 거듭 말씀드렸습니다. 여기 있는 물건을 구입하실 때는 꼭 기억하셔야 합니다. 보이는 그대로 구입하셔야 합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 지구, 이것 역시 우주라는 커다란 쇼핑몰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As it is, 보이는 그대로' 코너입니다.
주위 사람들을 보십시오.
만나온 많은 사람들을 떠올려 보십시오.
가족, 친구, 직장 동료, 한 교회 식구 등, 주변 사람들을 곰곰이 보십시오.
자기 자신은 말할 것 없고 모두 이런 꼬리표를 붙일 수 있을 것입니다.
"저에게는 하자가 있습니다. 함부로 말합니다. 잘 속입니다. 우유부단합니다. 걸핏하면 걷잡을 수 없이 화를 냅니다. 언제 그런 하자가 드러나는지는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아무튼 그런 하자가 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므로 그런 하자가 발생하더라도 놀라지 마십시오. 제가 마음에 드십니까? 그렇다면 'As it is' 보이는 그대로 받아들이세요."
우리는 모두 약간 이상합니다.
모두 비정상입니다.
정상이고 완벽한 사람은 없습니다.
'이 교회에는 완벽한 사람만 모여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 교회를 택했습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큰 실수입니다.
번지수가 틀렸습니다.
완벽한 사람, 완벽한 교회는 없습니다.
모두 흠이 있고, 어딘가 하자가 있습니다.
모두 반품된 'As it is' 꼬리표 달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독일 신학자 본회퍼(Dietrich Bonhoeffer)는 우리가 나름대로 공동체에 대한 이상과 환상을 품은 채 관계를 맺는다고 말했습니다.
상대방이 정상이라는 환상에 빠져 관계를 맺는다는 것이죠.
'As it is' 꼬리표 달린 것을 알아채지 못합니다.
완벽한 상태, 정상적인 모습, 그런 이상적인 것을 전제하면서 인간관계를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끊임없이 상대방을 자신이 갖고 있는 환상에 맞게 뜯어 고치며 통제하려 합니다.
그런데 그것이 됩니까?
자기도 못 고치면서 어떻게 남을 고칩니까?
'As it is'를 인정하지 않으며 자꾸 고치려고만 하면, 그것이 누적되고 누적됩니다.
그러다 어느 시점엔가 터지고 마는데, 그러면 'As it is' 코너에 조차도 올려 놓을 수 없는 폐기 처분 대상이 됩니다.
결혼 생활도 그렇죠.
어느 부부에게나 'As it is'가 다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인정하지 않고 자기가 가지고 있는 어떤 환상을 놓고 거기에 맞게 남편을 또는 아내를 뜯어 고치려 합니다.
때론 다른 남자 또는 다른 여자와 비교하고, 심지어는 TV 드라마에 나오는 어떤 배역의 인물과 비교합니다.
그러면서 불평하고 통제하죠.
한 두 번은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지만 계속되고 누적되면 어떤 식으로든 관계는 깨져버립니다.
에리히 프롬이 사랑의 기술(The Art of Loving)에서 '사랑은 적응이다'라고 했습니다.
남편은 아내를, 또 아내는 남편을 있는 그대로 'As it is'로 인정하고 거기에 자기를 맞추며 적응하는 것입니다.
교회 공동체도 서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서로에게 맞추며 적응해야 합니다.
목사도 교인들도 모두 반품 코너에 있는 하자 물품들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서로 포용하고 서로 적응할 때 아름다운 교회 아름다운 가정이 되리라 믿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