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호 한인회장, 사망여성 가족들 돕기에 발 벗고 나서
아리조나를 여행 중이던 한국 국적의 20대 여성이 자동차 사고로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사고는 3월 31일(토) 오전 8시경 아리조나 북부 US 160번 도로 카이엔타 인근에서 벌어졌다.
3명의 남성 동승자들을 태운 채 21살의 이 모 양이 운전대를 잡고 있었다.
사고 전날 페이지에서 숙박을 한 이들은 나바호 자치구를 지나 유타 모뉴멘트 밸리를 향하고 있었다.
운전 중 실내가 덥다고 느낀 이 양은 안전벨트를 푼 뒤 재킷을 벗으려고 했고 그 순간 중심을 잃으며 차는 도로를 벗어나면서 전복되고 말았다.
순식간에 벌어진 사고로 운전자 이 양은 차량 밖으로 튕겨져 나가면서 현장에서 바로 사망했다.
동승자 3명은 안전벨트를 매고 있었기에 몸에 몇 군데 경미한 상처만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발생 15분 뒤 구급차량이 현장에 도착해 이 양의 시신을 나바호 자치구역 내 투바시티에 위치한 'Valley Ridge Mortuary'에 안치했다.
아리조나 공공안전국은 이 양의 흰색 가방에서 여권을 발견하고 로스앤젤레스 총영사관 측에 사고 사실을 통보했다.
총영사관의 사고담당 사무관은 공공안전국으로부터 전달받은 내용을 본지 발행인이자 아리조나 지역 내 한국 국적자들의 사건, 사고문제 해결을 조력하는 영사협력원 역할도 하는 원경호 발행인에게 즉시 이같은 사실을 전파했다.
원 발행인은 한인회에 이런 사실을 알렸고 이성호 한인회장은 한인회 차원에서 모든 도움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딸의 사망소식을 전해들은 이 양의 아버지는 바로 비행기 표를 끊어 4월 1일 일요일 오후 4시 피닉스에 도착했으며 이성호 한인회장이 공항에 마중나가 픽업을 한 뒤 머물 수 있는 숙소로 안내했다.
4월 2일(월) 오전 6시 반, 이 양의 아버지와 이성호 한인회장, 원경호 발행인은 이 양 시신이 안치되어 있는 아리조나 북부 투바시티로 차를 몰았다.
3시간 반이 조금 넘게 걸려 투바시티에 도착했고, 일행은 장례업체 책임자와 만나 이 양의 시신 확인절차 등에 대해 논의했다.
이성호 한인회장이 통역을 하는 가운데 이 양의 아버지는 딸의 시신을 바로 확인하고자 했지만 장례업체 측에서는 시신 상태, 특히 안면부분 손상이 심해 조금 손을 본 뒤 오후 4시 즈음 확인하는 것이 좋겠다고 권고했다.
시신 확인을 기다리는 동안 이 양이 인턴으로 일하던 엘에이 회사의 사장과 직원도 투바시티에 도착했다.
이들에 따르면 회사 측이 1년 간 캘리포니아에서 인턴을 하는 기간 동안 이 양이 사용할 수 있도록 차량을 제공했고 이 양은 그 차를 몰다가 사고가 났다.
이 양 아버지와 이성호 회장, 회사 사장 등은 시신 처리에 대한 문제부터 차량 보험 등 여러 현안을 놓고 이야기를 나눴다.
투바시티에서 1박을 해야하는 상황이라 새로운 숙소를 정한 뒤 오후 4시가 되기 조금 전 장례업체로부터 연락을 받고 이 양 아버지는 딸의 시신 확인에 나섰다.
머리를 크게 다쳐 누워있는 딸의 모습을 보고 이 양 아버지는 오열을 했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성호 회장과 회사 사장, 직원도 눈가의 눈물을 훔쳐냈다.
이 양 아버지는 "충남대를 다니던 딸이 컴퓨터 프로그래머로서 지난해 8월부터 1년 기간으로 엘에이에서 인턴쉽을 하고 있었다. 다음주에 잠시 들리러 온다고 했었는데 이런 모습으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아직도 이게 현실인 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눈물을 멈출 줄 몰랐다.
아이가 어릴 때 이혼을 한 뒤 애지중지 키워온 딸이라 더욱 가슴이 아프다는 아버지는 "살갑고 착하고 자기 일도 잘 알아서 하던 소중한 딸아이인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오후 4시 반 경 즈음엔 이번 사고를 담당한 공공안전국의 마크 모레노 경관이 장례업체를 찾아 이 양 아버지에게 자세한 사고 경위를 설명하고 추가조사를 위한 질문을 했다.
모레노 경관에 따르면 동승했던 3명의 남성은 모두 조지아주 출신에 20대 초중반이며 이 양과는 불과 얼마 전 인터넷을 통해 연락을 주고 받은 뒤 라스베가스에서 만나 함께 여행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 이 양이 한국 방문 전 여행도 하고 적으나마 경비도 마련하기 위해 남성 3명에게 라스베가스와 아리조나, 유타 지역 등을 도는 일종의 관광가이드 역할을 한 것이 아닌지라고 모레노 경관은 조심스럽게 추측했다.
모레노 경관은 "숨진 이 양과 동승자들의 정확한 관계, 차량 결함 유무 등 보다 자세히 조사할 내용이 많다"고 말하고 "현재로선 이 양의 운전 실수로 인한 사고가 가장 유력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사고조사가 마무리 되기 위해서는 짧게는 수 주에서 길게는 한 달 이상 걸릴 수도 있다고 전했다.
월요일이던 2일 오후 6시경에는 숨진 이 양의 고모들이 피닉스에 도착했고 이성호 한인회장이 소개한 차량을 타고 밤늦게 이들도 투바시티에 도착해 이 양 아버지와 합류했다.
3일, 이 양 아버지 일행은 플래그스탭으로 이동해 시신을 화장한 뒤 피닉스로 내려와 사고 보상 등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이성호 회장이 소개한 변호사와 미팅을 갖기도 했다.
사고 피해자 가족에게 차편을 제공하고 통역은 물론 모든 일처리에 적극적으로 나서 일한 이성호 한인회장에게 총영사관 측은 휴대폰 메시지와 전화를 통해 여러 번 감사의 인사를 거듭 전했다.
이성호 회장은 "아리조나 지역 내에서 벌어진 불행한 일이기도 하고 또한 저 역시 아버지로서 큰 일을 당한 이 양 아버지를 돕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한창 해보고 싶은 게 많았을 젊은 나이에 너무 빨리 가족 곁을 떠난 이 양이 아깝다. 그리고 고통의 깊이를 헤아리기 힘든 이 양 가족들에게 깊은 위로의 말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성호 한인회장은 이전에도 음주운전으로 체포된 학생 석방과 자칫 노숙자로 전락할 뻔한 노인을 돕는 등 특히 어려운 처지에 있는 한인들 돕기에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고 발벗고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