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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잔뜩 흐리다. 비가 한바탕 쏟아지다 금방 그쳤다. 비가 올 거라 예고한 일기예보가 그러니까 척 들어맞은 것이다. 엉터리 일기예보는 이제 옛말이 됐다. 창가에 서서 시꺼먼 구름을 향해 주먹을 쥐어보지만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허리에서 올라오는 통증은 오늘도 여전하다. 어제부터 허리가 결리고 몸살기가 보이는 것은 짜뿌둥한 날씨 떄문일까. 그렇게 믿고 싶다. 더이상 엉터리가 아닌 똑똑해진 일기예보 탓으로 돌리고도 싶다. 운동만 하고 들어오면 누울 자리부터 찾는, 급격히 쇠약해진 내 몸 탓이 절대 아닌 것이다.  

세월이 가면 나이를 먹고 나이가 인생의 반을 넘기면 몸도 내리막길을 간다.  그 수순을 내 몸은 모범 학생처럼 반항없이 순수히 밟고 있다. 몸이 뻐근하면 운동화 끈을 질끈 동여매고 동네 한바퀴 땀나게 돌던 시절은, 그러니까 땀이 쏙 빠지며 몸이 날아갈 듯 가뿐해지던 시절은 먼 과거가 됐다. 땀이 빠진 자리를 통증이 채우며 죽음은 한층 더 가까워졌다.

소크라테스가 독약을 기꺼이 받아 마신 것은 그에게 죽음은 끝이 아니었던 것이다. 죽음이란 그에게 단지 지나가는 시간의 한 순간이었을 뿐이다. 악법도 법이니까 독배를 받아야한다는 그의 굽히지 않는 견고함 배후에는 영혼 불멸설이 든든히 버티고 있었다. 영혼은 불멸하다는 그의 믿음이 사실이라면 그의 영혼은 BC 399년에 끝을 낸 것이 아니라 지금도 어디선가 살아 꿈틀거리고 있는 것이다. 그 꿈틀거림은 2천년을 이어왔고 또 다른 천년을, 만년을 이어갈  것이다.   

불행히도 나에겐 영혼 불멸설은 발음 그대로 다섯 글자에 지나지 않는다. 죽음은 '모든 것의 끝'이라 나는 믿고 있다. 그러므로 모든 것의 끝이 오기 전에 신나게 살아야하는 데 이 놈의 몸이, 물 건너기를 거부하는 조랑말처럼 영 말을 듣지 않는다. 동네 한바퀴를 땀나게 뛰고 나면 가뿐해진 몸이 날아가는 제비가 되어야하는 데, 대신 투명한 유리를 세상으로 착각하고 유리창에 부딪혀 바닥에 떨어진 만신창이 참새꼴이 되고만다. 육개월이면 밑창에 구멍이 보여 갈아치워야했던 운동화가 일년이 훨씬 지났는데도 방금 산 신발처럼 말짱하다. 운동화를 찾지 않는 내 몸에만 여기저기 구멍이 생길 뿐이다.    

내일은 맑은 날씨를 예고한다. 엉터리 일기예보가 아니므로 내일의 태양은 구름을 거두며 눈부시게 빛날 것이다. 내 몸은 그러나, 맑아지는 내일의 날씨와 상관없이 오늘도 내일도 잔뜩 흐림을 부인할 수 없다. 죽음이 모든 것의 끝이므로 오늘을 열심히, 신명나게 살아가야하는 데 구름 투성인 내 몸이 문제다. 아닌가? 죽음이 모든 것의 끝장이라 생각하는 내 머리통이 문젠가? 문제가 내 몸이건 내 머리통건, 내일은 햇빛이 쨍쨍히 맑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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