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 포스트::문학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new7200183096_c6083dbfb2_b.jpg

 

 

눈 뜬 세상이 꿈 같은 순간이 있다. 얼굴에 와닿는 다소 쌀쌀한 공기가 꿈이 아님을 말해주고 있었지만 내게는 세도나에서의 순간 순간들은 온통 꿈처럼 느껴졌다. 내 눈 앞에 새벽녘의 붉은 바위가 서 있었고 한걸음 한걸음 내딛는 발걸음이 있었고, 그리고 거기 믿음직스런 내 아들이 있었다.

바쁜 아들이 시간을 냈다. 모든 걸 다 뒤로 물리고 오로지 나만을 위해서. 그리고 우리는 두 시간 남짓, 붉은 도시 세도나로 차를 몰았다. 세도나의 붉은 빛은 점점 검붉게 변하며 밤은 흘러갔다. 밤이 그랬듯이 새벽도 검붉게 왔다.

아들과 함께 세도나에서 새벽 하이킹을 하다니 꿈만 같았다. 붉은 바위가 사방으로 장관을 이루며 새벽녘의 세도나의 아침 해는 붉게 떠올랐다. 바람은 적당히 차가웠다. 감기 걸릴까 걱정하는 아들 모습에 다시 발걸음을 호텔로 돌려 자켓을 걸쳤다. 내 손을 잡으며 환하게 미소를 짓는 아들이 사랑스럽고 믿음직스러웠다. 내 룸메이트 진도녀는 대견스럽게도 늙은 몸을 뒤뚱거리며 우리 뒤를 잘도 따랐다. 아들은 카메라 셔터를 이쪽 저쪽으로 누르고 나는 카메라 방향따라 빙글빙글 돌면서 행복했다. 아! 멋지다, 란 감탄사가 절로 나오며 내 가슴에선 폭죽이 터졌다. 

카메라 셔터 몇 번 만에 태양은 장엄한 모습을 드러내고 세도나는 질새라 붉은 빛을 더욱 붉게 내비쳤다. 방금 찍은 사진은 사진이 아닌 듯 나는 다시 현실과 꿈의 경계선에 서 있었다.

세상의 모든 물체가 변하듯 사람들이 품고 있는 마음도 변할 터. 세월따라, 사람따라, 그렇게 변해온 내 주변과 인생살이가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그 당연한 것을, 내가 보고 있는 모든 것들이 변해간다는 진리를 왜 잊고 살았을까. 나이가 지긋한 지금, 진리의 이치를 깨닫게 된 내 인생은 흔히들 말하는 질곡의 터널을 막 통과한 것은 아닐까.   

심호흡을 하고 다시 발길을 돌렸다. 앞서 걷는 진도녀의 발이 빨갛게 물들었다. 붉고 고운 흙먼지를 팍팍 디디며 아래로 허리를 굽혀 걷는 길, 그것이 앞으로의 나의 인생이며 행복의 단초가 될 것임을 다시 상기하는 세도나의 새벽이었다. 인생은 분홍빛도 잿빛도 아닌 붉으스럼한 빛이었음을. 

아! 그것은 아들이 입고 있는 셔츠의 색깔이었다. 아들은 알고 있었을까. 인생의 진정한 빛깔을. 잠시 걸음을 늦추었다. 뒷모습마저 아름다운 아들이 한발치 앞서 걷고 있었다. 눈뜨고도 꿈꾸는 듯한 현실은 계속되고 있었다.

?

  1.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눈을 감으니 -아이린 우

    르누아르 그림(City Dance) 속에서 하얀색 드레스 를 곱게입고 머리에 꽃 장식을 한 내가 춤을 추고 있다 "로마의 휴일" 오드리 햅번이 되어 동전을 던지며 소원도 빌어 보고 흰색 벽에 빠알간 감색 지붕을 한 아름다운 이태리 언덕 마을의 골목길도 거닐고 ...
    Date2019.03.16
    Read More
  2.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사랑 -이윤신(소모즈)

    순간에서 순간으로 이어짐은 한 호홉 사이에 내 삶이 달려있고 내 사랑이 익어가네 사랑이 멀어짐은 들숨과 날숨이 고르지 못함을 느껴질 때 사랑이 사라지고 있음을 인지하네 난 그대에게 사랑의 에너지였음을 시들어가는 피부의 마른 낙엽 소리에 세상이 사...
    Date2019.03.03
    Read More
  3.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스쳐가는 모든 것 -최혜령

    사람 바람 웃음 햇빛 인연이란 느낌으로 사랑하는 것도 바람처럼 내 곁을 스쳐지나가요 마음속 잡초 뽑아가며 사랑 하나 키워 보지만 자라기도 전에 떡잎에 황이 들어요 삶에서 사랑에서 방황하던 길 바람에 휘청일때 그대 누구 한사람 무턱대고 믿어보세요 ...
    Date2019.02.24
    Read More
  4.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겨울 속에 그리운 여름 -권준희

    유리창이 들여보낸 따스한 햇살 아기 담요 만큼 깔여진 곳에 발이 시려우니 그 햇살까지 등에 업고 앉아보았네 구박했던 여름 햇살 살짝 그리워지니 들킨 마음 간사하여 웃고 있구나 뜨거운 태양 하늘에 걸어놓고 곡식마다 알곡 되게 땀 흘렸던 너 그늘조차 ...
    Date2019.02.17
    Read More
  5.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새해 맞이 프로젝트 -김률

    세시 반이라는 시각이 우연히 눈이 들어올 때면 어김없이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칸트는 매일 그 시각에 읽던 책을 덮고 집을 나섰다. 쾨니히스베르그에 있는 자신의 동네 한 바퀴를 도는 짧은 여정을 시작하는 것이다. 습관은 나무 껍질에 글자를 새긴 것과 ...
    Date2019.02.10
    Read More
  6.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풍요 -아이린 우

    너무 애쓰지 말자 아직 나누어줄 마음과 사랑이 넉넉한 삶은 풍요롭다 넘처도 더 움켜 쥐고싶고 서로 나눌줄 모르는 사람은 춥고 가난하다 빈과 부는 더 많이 소유한 것으로 구분되지 않는다 주고 또 주어도 줄 사랑이 넘치는 당신은 이 세상 최고의 갑부다 ...
    Date2019.02.02
    Read More
  7.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12월 -박찬희

    해 저물도록 잰 걸음으로 걸어온 시간이었습니다 한해가 잠시 잠깐입니다 문득 뒤돌아본 발자국엔 온갖 기억들이 머물러 있습니다 수많은 헛발질로 살아온 나는 못내 아쉬운 마음만 아프게 아프게 꽃으로 피어납니다 세상은 해가 뜨면 거품 많은 세상이었고 ...
    Date2019.01.28
    Read More
  8.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옆에 있었는데 -감명옥

    옆에 있었는데. 없네 옆에 있었는데. 더듬어도 없네 옆에 있었는데. 불러도 없네 옆에 있었는데. 돌아봐도 없네 옆에 있었는데. 찾아가도 없네 옆에 있었는데. 이제는 홀로 서있네 옆에 있었는데. 이제는 마음에 있네 옆에 있었는데 이제는 내 추억 속에 있네
    Date2019.01.21
    Read More
  9.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새해 -이윤신

    새로운 해가 떠오른데요 말만 들어도 가슴이 뛰네요 힘들었을 그네들의 품속에서 외롭지 않게 버틸 수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보았지요 보이는 당신이 있기에 눈이 기뻤고 잘 지내었냐는 전화 소리에 귀가 즐거웠고 정성스레 만든 음식 나눔의 손맛에 혀끝이 ...
    Date2019.01.13
    Read More
  10.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고향 냄새 -최혜령

    튼실하게 잘 여문 논배미 벼이삭 논두렁 가 코스모스와 정담으로 살랑일 때 여느 집에선 햅쌀밥 짓는 냄새가 구수하다 두어 평 밭떼기 들깨 농사를 두드리는 휘청인 오후 한나절 탁주 한잔 올린 상엔 말랑한 도토리묵에 뿌려진 들기름이 고소하다 검정 고무신...
    Date2019.01.07
    Read More
  11.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푸르다 맑다 높다 -박희원

    강아지는 다리 사이의 박스 안에서 조용했다. 피닉스, 이곳으로 이주하는 길이었다. 그때가 언제쯤이었는지 벌써 아득하기만한데 유홀 트럭의 덜컹거림 속에서도 강아지는 줄곧 잠만 잤다. 아들은 6살, 학교도 입학하기 전이었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이...
    Date2018.12.23
    Read More
  12.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그대 울고 계신가요 -아이린 우

    왜 당신께선 흘러 넘치지 않을 만큼만 울고 계신가요 얼마나 힘드십니까 참을수록 커지는 아픔 입니다 그냥 우세요 의식이 투명해 질때까지 왜 울고 있는지 망연해 질때까지 그리하여 절제된 슬픔에서 자유로워진 투명한 눈으로 희망도 보시고 계속 옆에 서 ...
    Date2018.12.16
    Read More
  13.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무상(無常) -한제 안응환

    꽃 피니 바람 멎고 바람 부니 꽃이 지고 지혜의 불꽃 속에 깨달음 건져보니 일체는 영원함 없이 허공 속 구름일세
    Date2018.12.09
    Read More
  14.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단풍들다 -박찬희

    책갈피 속 단풍 몇 잎이 가을 바람을 일으킨다 저문 가을 들녘을 헤매였을 향기가 단풍잎 사이에 걸려 한 호흡으로 감싸 안고 있다 익숙한 것과의 이별은 가느다란 떨림으로 전율이 되고 마는데 고국을 떠나오던 날 차창 밖 빗줄기에 시선 두지 못한 아득한 ...
    Date2018.12.01
    Read More
  15.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문신처럼 가슴에 새긴 말 -아이린 우

    "사랑" 이라는 말 그 말이 나를 떠메고 쉽지않은 먼 길을 내달려 단숨에 여기까지 데려다 놓더라
    Date2018.11.05
    Read More
  16.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어머니의 기억 - 박 찬희

    세상 사는 일이 각박하다고 말하지만 난타나 꽃 올망졸망 눈빛 고운 담장 안 4대가 어울리며 살아가는 친정 셋째딸 마음이 초록으로 빛나요 성당 다녀오시고 또 가신다는 깜빡 대는 등잔불 기억 친정 어머닌 세월을 받아 안고 어제도 오늘도 화투 받이 되어 ...
    Date2018.10.21
    Read More
  17.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세도나에서 꿈을 꾸다 -박희원

    눈 뜬 세상이 꿈 같은 순간이 있다. 얼굴에 와닿는 다소 쌀쌀한 공기가 꿈이 아님을 말해주고 있었지만 내게는 세도나에서의 순간 순간들은 온통 꿈처럼 느껴졌다. 내 눈 앞에 새벽녘의 붉은 바위가 서 있었고 한걸음 한걸음 내딛는 발걸음이 있었고, 그리고 ...
    Date2018.10.13
    Read More
  18.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삶 -이 윤신(소머즈)

    각자의 삶이잖소 어떤 삶이 잘 살았고 못 살았고가 있겠소 그들의 삶은 그들의 선택이었다고 말하고 싶소 그 선택에는 지혜와 어리석음으로 나누어졌을 뿐이오 내 탓 네 탓으로 돌리지 마오 시시비도 가리지 마오 옳고 그름도 말하지 마오 각자 마음의 잣대로...
    Date2018.10.07
    Read More
  19.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Copper Mine* 밤하늘의 별 -최혜령

    흙먼지 속에서 뒹굴다 잠이 든 아이 얼굴에는 별이 있습니다 그 아이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에게 꿈을 주고 그 아이의 할아버지가 패배의 굴욕을 당할 때도 그 자리에 있었던 별입니다 새카만 얼굴에 반짝이는 눈과 어두운 밤에 반짝이는 별이 사람은 자연의 ...
    Date2018.09.30
    Read More
  20.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산 길을 가다 -박 찬희

    며칠전 산 길을 가다 돌 부리에 걸려 넘어졌습니다 나도 낙엽처럼 푸석 거렸습니다 산다는 것 어쩌면 수많은 모서리와 모서리 부딪히며 생의 숨소리 날리고 그리움 한 가득 내 마음에 걸려 넘어지고 보이지 않는 거미줄에도 걸려 파닥대는 모양이라니 길 속에...
    Date2018.08.27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4 5 6 7 8 9 10 11 12 13 ... 16 Next
/ 16
롤링배너1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