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 단풍 몇 잎이
가을 바람을 일으킨다
저문 가을 들녘을 헤매였을 향기가 단풍잎 사이에 걸려
한 호흡으로 감싸 안고 있다
익숙한 것과의 이별은
가느다란 떨림으로 전율이 되고 마는데 고국을 떠나오던 날
차창 밖 빗줄기에
시선 두지 못한 아득한 마음을
단풍잎 붉게 새겼다
침묵으로 감추었던 떨림도
한 여름 무더위의 갈증도
힘겨워하던 가문비나무의
초조함도
가을 바람 선한 눈빛에
기분 좋은 웃움꽃으로 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