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대 초반 롤러코스터를 탔던 아리조나주 피닉스 광역권(Valley) 주택 시장이 2026년 새해를 맞아 '정상화' 궤도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급격한 금리 변동과 공급 부족에 시달리던 시장이 안정을 되찾으면서, 수년 만에 바이어들이 협상 주도권을 쥐는 '매수자 우위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부동산 전문 분석업체 크롬포드 리포트(Cromford Report) 등 전문가들의 분석을 종합하면, 2026년 피닉스 주택 시장은 과거의 과열 양상이나 급격한 조정 국면을 지나 '재조정(Recalibrating)' 시기에 접어들었다.
"지금이 수년 내 가장 좋은 매수 기회"
크롬포드 리포트의 티나 탬보어 수석 분석가는 현재 시장 상황을 '침체'가 아닌 '정상화'로 규정했다.
탬보어 분석가는 "지금이 '바이어 마켓'이라고 해서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와 같은 폭락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며 "이는 바이어가 가격 협상을 다시 할 수 있는 정상적인 시장으로 돌아왔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크롬포드 리포트가 집계하는 수급 지수(100 기준, 110 이상 매도자 우위·90 이하 매수자 우위)는 연초 80선에 머물고 있다.
탬보어는 이를 두고 "수년 만에 찾아온 최고의 매수 기회"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번 매수자 우위 시장은 과거와 달리 공급 과잉 때문이 아니다.
기존 주택 보유자들이 낮은 모기지 금리를 지키기 위해 매물을 내놓지 않는 상황에서, 수요 역시 억눌려 있어 빚어진 현상이다.
최근 모기지 금리가 6%대 초반에서 안정세를 보이자, 바이어들은 금리 하락을 기다리기보다 현재의 안정성을 믿고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벨트' 등 경제 체질 개선이 버팀목
피닉스 주택 시장이 고금리 충격에도 급격한 하락을 피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아리조나의 달라진 경제 체질이 있다.
크리스틴 맥케이 그레이터 피닉스 경제 위원회(GPEC) 회장은 "과거 모토로라 등으로 대표되던 기술 도시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지난 10년간 체질 개선에 주력했다"고 강조했다.
현재 피닉스 북부의 TSMC 반도체 단지, 챈들러의 인텔 캠퍼스, 퀸크릭의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공장 등이 가동되며 양질의 일자리를 쏟아내고 있다.
여기에 바이오 및 헬스케어 산업까지 가세하며 고소득 인구 유입이 늘고 있다.
맥케이 회장은 "단순한 일자리 증가가 아니라, 주택 구매력을 갖춘 고임금 일자리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 핵심"이라며 "젊고 숙련된 인력이 캘리포니아, 워싱턴, 뉴욕 등지에서 아리조나로 몰려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경제 호황은 주택 시장의 하단을 단단하게 지지하는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다.
"공급 부족 여전… 소비자 심리가 변수"
전문가들은 2026년 시장의 가장 큰 변수로 '구조적 공급 부족'과 '소비자 심리'를 꼽았다.
기존 주택 소유자들이 낮은 금리에 묶여 이동을 꺼리는 '잠김 효과(Lock-in effect)'는 여전하다.
신규 주택 건설 역시 노동력 부족과 고비용 문제로 2000년대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제임스 드위긴스 넥스트홈 공동 CEO는 "펀더멘털은 양호하지만, 소비 심리는 여전히 위축돼 있다"고 지적했다.
인플레이션과 생활비 상승으로 인해 가계 구매력이 약화되면서, 실제 구매 능력이 있는 실수요자들도 지갑을 여는 데 신중하다는 것이다.
결국 2026년 아리조나 부동산 시장은 제한적인 공급과 까다로워진 수요가 맞물리며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피닉스는 더 이상 과거의 '붐 앤 버스트(호황과 불황의 반복)' 시장이 아니다"라며 "경제가 재편되면서 부동산 시장도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