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에서는 아리조나주립대학(ASU)의 '대학 혁신모델'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ASU는 지난 2002년 마이클 크로우 교수가 총장으로 취임한 후 '새로운 미국대학(New American University)'이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다양한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영국이 일찌감치 주도해온 선진 '에듀테크'(education·technology의 합성어) 학습기법을 교육 현장에 적극 활용하면서 학생들의 교육성과도 향상시켰다. '적응 학습(adaptive-learning)'이라는 학습법과 '플립러닝(Flipped Learning)'이라는 새로운 강의방식을 핵심으로 한다.
에듀테크는 전통적인 교육방식에 소프트웨어(SW)나 가상현실(VR) 및 증강현실(AR),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새로운 학습 방식을 통칭한다. 과거 유사한 형태로 'e-러닝'이 있었지만, 에듀테크는 단순히 온라인 수준의 교육방식을 제공하는 것과 다르다. 에듀테크는 학습자 개개인의 성향과 취향 등 빅데이터를 활용해 개인 맞춤형 학습방식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다. 에듀테크는 이제 4차 산업혁명이 낳은 교육분야의 '총아'로 주목받고 있다.
ASU가 도입한 '적응학습'은 컴퓨터를 활용해 학생이 반응하는 데 따라 개별 학생에 맞춘 교육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상호작용적 학습법이다. 행정분야와 학생관리 분야에서도 'eAdvisor'의 도입을 통해 혁신을 시도했다. 컴퓨터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해 학생들이 자신의 관심 있는 분야와 관련이 있는 전공을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줄 뿐 아니라 수업 선택에서도 가장 효율적인 시간과 수업을 조언받는다. 예를 들면, 학생이 전공 수업에서 성적이 낮게 나오면 학업지원을 받거나 다른 학과로의 이전을 고려하도록 조언해 준다.
플립러닝 방식의 강의는 '거꾸로 수업'이라고도 불린다. 플립러닝은 집에서 온라인 등을 통해 사전 학습을 하고, 학교에서는 토론과 발표 등을 통해 교육 과정을 심화시키는 수업형태다.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집에 가서 복습하고 과제를 하는 종전의 강의방식과는 정반대 학습 과정이어서 이 같은 이름이 붙여졌다.
ASU는 적응 학습을 적용한 온라인 수업은 개념 이해 위주로 진행하고, 플립러닝을 통한 능동적 학습은 대개 소규모 그룹을 통해 진행된다. 이 같은 방식으로 강의를 바꾸자 평균 20% 수준이었던 중간 탈락 및 수강 철회율이 6% 수준으로 떨어졌다. 1학년에서 2학년으로 올라가는 '유지율'도 2002년 77%에서 2014년 84%로 상승했다. 연간 논문 출간도 10년 전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연구비도 늘어 2014년 4억2600만 달러로 2002년에 비해 3배 이상 늘었다.
ASU가 확실한 성공사례를 보여준 에듀테크는 산업 측면에서 원래 영국이 선두를 달려왔다. 영국에는 이미 1000개가 넘는 에듀테크 기업이 설립돼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유럽 내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에듀테크 스타트업 20개 중 10개가 영국에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30조 원가량인 영국의 에듀테크 시장규모는 오는 2020년 50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 같은 성장은 영국 정부가 직접 나서 에듀테크 산업을 성장전략 산업으로 선정하고 총력을 다해 지원하고 있기에 가능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끄는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선진국의 경쟁은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미국 역시 로스앤젤레스와 뉴욕 등에서 에듀테크 산업단지를 조성하며 붐을 일으키고 있다. 미국의 에듀테크 산업 규모는 12조 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