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이민' 행정명령으로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역 경찰에 불법 이민 단속 대행 노릇도 기대하고 있다.
이민세관단속국(ICE), 세관국경보호국(CBP) 등 연방기관이 불법 이민자 단속·구금·추방 업무를 보고 있지만, 단속을 더욱 강화하고자 치안의 일선에 있는 경찰에 불법 이민자 체포 권한을 적극적으로 주겠다는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테러 위험이 있는 무슬림 7개 국가 국민의 미국 입국을 잠정 중단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반이민'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경찰이 이민 단속 요원처럼 활동하고 불법 이민자를 수사, 체포, 구금하는 데 도움을 주도록 이들에게 권한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지역 경찰이 이민 단속의 완장을 찬 일은 전에도 있었지만, 차별 소지가 다분한 인종 프로파일링(피부색이나 인종, 종교에 근거해 수사하는 기법)을 증폭한다는 비판에 따라 지금은 거의 손을 뗀 상태다.
불법 이민 문제가 미국을 뒤덮은 2009년, 미국 전역에서 이민자 단속을 대행하던 경찰국과 경찰서는 60개 이상이었으나 현재 절반으로 줄었다.
정권 인수 시기 트럼프 내각의 초대 국토안보부 장관의 물망에 오르기도 한 조 아파이오 전 아리조나주 마리코파 카운티 셰리프 국장이 경찰의 이민 단속을 지휘한 대표적인 인물이다.
불법 이민에 강경한 그는 휘하 순찰대에 라틴계 주민을 집중적으로 겨냥한 인종 프로파일링을 지시했다.
그러나 마리코파 카운티 셰리프국의 부당한 처사에 항의하는 소송이 크게 늘면서 아파이오 국장은 지난해 대통령 선거와 함께 치러진 선거에서 주민의 재신임을 받지 못해 낙선했다.
아파이오 국장의 고집 때문에 아리조나 주민에게 전가된 소송 금액만 5천만 달러에 달한다.
경찰의 이민 단속 겸무를 두고 찬성론자들은 단속을 강화하고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고 주장하나, 반대론자들은 인종 차별에 따른 경찰과 주민 간의 신뢰 약화를 낳는다고 우려했다.
'대도시경찰국장연합'과 '국제경찰서장연합'과 같은 미국 고위 경찰 단체는 "지역 경찰의 이민자 단속은 지역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경찰과 이민자 공동체 간의 신뢰와 협조를 약화할 수 있다"며 경찰이 불법 이민 단속에 개입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ICE가 2006∼2015년 이민 단속 규정과 방법을 가르치고 자격을 준 경찰은 약 1천600명이다. 30곳 이상의 경찰서가 유치장에 수감된 이들을 대상으로 불법 이민 여부를 따져 그 결과를 연방 기관에 알려준다.
여러 비판 탓에 경찰의 이민 단속 겸직은 한물갔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트럼프 대통령 시대에 새 생명을 얻었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매사추세츠주와 텍사스주 카운티의 일부 경찰국이 트럼프 대통령을 돕고자 이민 단속에 발 벗고 나서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