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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밀어붙이고 있는 멕시코 국경장벽이 아리조나의 생태 환경뿐 아니라 보존 가치가 큰 선사 시대 유적과 유물을 파괴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워싱턴 포스트는 지난 17일 "트럼프 대통령의 장벽 건설에 동원된 불도저와 굴착기 등 중장비들이 아리조나주의 오르간 파이프 선인장 천연기념물 보호지역에 있는 고고학 유적지 22곳을 훼손하거나 파괴할 수 있다"고 지적한 국립공원관리청(NPS)의 내부 보고서를 입수해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국경장벽 건설 지역의 일부 고고학 유물들은 이미 손상을 입고 있다. 

국경수비대가 중남미에서 미국으로 넘어오려는 이주·난민들을 단속하기 위해 대형 중장비용 타이어를 장착한 전천후 지형 차량(ATV)을 마구 몰고 다니면서다. 

철제 장벽 건설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멕시코 국경 지대에 기존의 5피트(약 1.5m) 높이의 차량 방벽을 30피트(약 9m) 높이의 철제 장벽으로 개조하는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총연장이 3140㎞에 이른다. 

백악관과 국토안보부는 내년 12월 대선 이전까지 우선 500마일(약 800㎞) 구간을 완공한다는 목표로 세관국경보호청을 독려하고 있다. 

이같은 속전속결식 공사가 고대부터 미국-멕시코 국경 지대의 소노란 사막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남긴 유적과 유물들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힐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오르간 파이프 선인장 천연기념물 보호지역에 있는 키토바키토 오아시스 주변에는 최소 1만6000년 전부터 사막 지대 원주민들이 밀집해 살기 시작했다고 한다. 

선사시대의 교역로인 올드 솔트 트레일에 있는 이 오아시스 마을은 소금, 흑요석, 바닷조개 등 물산이 풍부했다. 

15세기 이후 스페인 선교사들과 서유럽에서 온 정착민, 여행자와 유목민들이 목을 축이며 쉬어가는 곳이기도 했다. 

이곳은 건조한 날씨 덕분에 석기 시대의 도구와 토기 파편들이 극히 온전한 상태로 보존돼 있다.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에 발을 들여놓기 이전에 원주민들이 사용하던 수공예품들도 다량 출토된다.

그런데 이 오아시스와 주변 습지에서 불과 60m 떨어진 국경장벽 건설 현장으로 거대하고 육중한 철제 자재들을 실은 중장비들이 쉼 없이 드나든다. 

사막 지대에 세우는 철제 장벽의 지반을 강화하기 위해 지하수를 뽑아내고 콘크리트를 퍼부으면서 오아시스가 말라버릴 것이란 경고도 나온다. 

인류 문화유산인 고고학 유적지가 함부로 훼손될 위험에 놓인 것이다. 

그러나 이런 문제에 대한 언급은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고 국립공원관리청은 지적했다.

지금까지 국경장벽 반대론이 야당인 민주당과 사유지 소유자, 교회, 지역사회, 학계, 환경보호단체 등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 나온 것과 달리, 이번 보고서는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정 현황을 주간 단위로 직접 챙기고 드론으로 촬영한 건설 현장을 트위터에 올리고 있으며, 이 때문에 행정부 관리들은 트럼프가 제시한 완공 기한을 맞추기 위해 극도의 압력을 받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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