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선으로 시원하게 뻗은 운하 위에 검푸른색을 띤 지붕이 덮여 있다.
모양새는 자동차 주행 소음을 줄이기 위해 도로 상부에 씌우는 방음 터널을 연상케 한다.
겉만 봐서는 이 지붕이 어떤 목적을 지닌 구조물인지 정확히 알기 어렵다.
사실 이 그림은 태양광 전지판 여러 개를 조립해 운하 위에 넓게 덮은 모습을 묘사한 상상도다.
조만간 이와 유사한 형태의 태양광 전지판 지붕이 아리조나주 운하에서 실제 시공되기 시작해 2년 뒤에는 완공될 예정이다.
땅 위가 아닌 이런 곳에 태양광 전지판을 설치하려는 이유가 뭘까.
우선 화석연료를 쓰지 않고 전기를 만들 수 있어서다.
하지만 이것이 유일한 이유라면 굳이 운하 위라는 ‘이상한’ 장소에 태양광 전지판을 시공할 이유는 없다.
주목되는 또 다른 이유는 바로 태양광 전지판을 차광막, 즉 햇빛 가리개로 쓰려는 데 있다.
운하 수면에 그늘을 드리우겠다는 의도다.
운하의 물이 농토에 도착하기도 전에 뜨거운 햇빛에 노출돼 수증기로 날아가 버리는 일을 최대한 방지하려는 것이다.
운하 위 태양광 전지판이 친환경 전기 생산과 수자원 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단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아리조나 주정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육군 공병대와 미국 원주민 등이 포함된 주민 공동체는 아리조나주 특정 장소에 태양광 전지판을 시범 설치하는 내용의 협정에 합의했다.
협정의 핵심은 태양광 전지판을 설치하는 장소가 지면 위가 아니라 운하의 수면 위라는 점이다.
태양광 전지판을 운하 위에 지붕처럼 덮기로 한 것이다.
아리조나 주정부는 “태양광 전지판이 시범 설치되는 운하 구간은 총 305m”라고 밝혔다.
태양광 전지판 설치에 투입되는 비용은 674만 달러(88억원)이며, 공사는 2025년 끝날 예정이다.
운하 위를 태양광 전지판으로 덮는 이번 시범 프로젝트가 실현되면 약 1㎿(메가와트)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 없이 적지 않은 수준의 전기를 만들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아리조나 주정부가 운하 위에 태양광 전지판을 덮으려는 데에는 태양광 전지판을 차광막, 즉 햇빛 가리개로 쓰기 위한 의도도 있다.
운하 수면에 그늘을 드리우는 도구로 쓰려는 것이다.
이번에 태양광 전지판이 시공될 운하 주변은 사막 등 건조지대다.
햇빛이 작열하면 여름철 낮 기온이 화씨 110도를 넘기는 일도 허다하다.
이 때문에 운하를 흐르는 많은 물이 농토에 공급되기도 전 공중으로 증발해 버린다.
태양광 전지판을 운하 위에 덮으면 운하 수면에는 어둡고 서늘한 그늘이 드리운다.
자연히 운하에서 증발하는 물도 줄어든다.
운하 위에 태양광 전지판을 덮는 일이 소규모 시범 사업을 넘어 대규모 실용화 단계로 넘어가면 중대한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2021년 캘리포니아대 머세드 캠퍼스 연구진이 내놓은 분석을 보면 캘리포니아주 운하 전체인 6400㎞ 구간을 태양광 전지판으로 덮으면 연간 2460억ℓ의 물이 증발돼 공기 중으로 사라지는 일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됐다.
또 해당 태양광 전지판에서 생산되는 전기가 최대 13GW(기가와트)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원자력 발전소 13기에 해당하는 능력이다.
운하 위 태양광 전지판이 전기도 만들고, 수자원도 지키는 일석이조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뜻이다.
아리조나 주정부는 “협약에 따라 육군이 태양광 전지판 시공에 나설 것”이라며 “이번 계획은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창의적인 생각의 결과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