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조나주에 거주하는 62세 론 포크씨는 지난해 여름 폭염 속에서 시원한 음료를 마시러 들른 편의점 앞의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 쓰러진 지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고통 속에서 회복 중이다.
당시 포크씨는 갑작스런 열사병에 걸려 의식을 잃으며 쓰러졌다.
뜨겁게 달궈진 도로에 몸이 한참 동안 닿으면서 입은 화상으로 인해 오른쪽 다리를 잃고 왼쪽 다리는 광범위한 피부 이식 수술을 받아야 했다.
직장과 집을 잃은 그는 현재 휠체어를 타고 생활 중이다.
포크씨가 지내고 있는 곳은 갈 곳이 없는 환자들을 위한 임시 의료 센터.
그는 물리 치료와 오른쪽 다리 세균 감염 치료를 받고 있으며, 다시 걷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던 의족을 사용하기에는 너무 부어 오른 다리에 대한 치료도 받고 있다.
포크씨는 “아리조나의 한 여름 도로 위에 쓰러지면 제 경우처럼 무슨 일을 당할 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여름철이면 상존하는 위험
폭염 속 아리조나의 뜨거운 보도와 그늘 없는 운동장은 화상의 위험을 안고 있고, 실제로 피부 화상으로 인한 부상자와 사망자가 발생한다.
미 남서부 최대 규모의 화상 센터인 피닉스 밸리와이즈 헬스 메디컬 센터에는 올해 6월 초부터 50명의 화상 환자가 입원했으며 이 중 4명이 사망했다.
입원환자들의 약 80%는 메트로 피닉스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이었다.
센터장 케빈 포스터 박사는 "지난해 기록적인 폭염으로 인해 생명을 위협하는 화상을 입은 환자가 역대급으로 많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피닉스는 작년 7월, 역대 최고기온을 기록하며, 31일 동안 낮 최고기온이 화씨 110도(섭씨 43도) 이상의 극심한 더위가 지속됐다.
이런 극한의 날씨는 도로 위에서 화상 입을 위험을 더욱 가중시켰다.
포스터 박사는 특히 어린아이, 노인, 노숙자가 더위에 취약하며, 화씨 180도의 도로 표면에 피부가 닿으면 단 몇 초 만에 화상을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피닉스 외에도 다른 남서부 도시들에서도 도로 화상 피해는 급증하는 추세다.
네바다주 라스베가스에서는 올 6월에만 22명의 도로 화상 환자가 입원했으며, 이는 작년 여름 3개월 동안의 입원자 수 절반에 가까운 수치다.
도로 화상 피해자는 뜨거운 콘크리트 위를 맨발로 걷거나 뜨거운 표면에 닿아 다친 어린이, 술에 취해 인도에서 쓰러진 성인, 열사병이나 기타 응급 상황으로 인해 길 위에서 쓰러진 노인 등이 포함된다.
피닉스 한 병원에 입원한 82세 여성은 치매와 심장병을 앓고 있었다.
그는 작년 8월 어느 날 106도의 더위 속에서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 쓰러진 채 발견됐다.
발견 당시 체온이 105도까지 올라간 그녀는 등과 오른쪽 팔 등 전신 8%에 2도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실려갔지만 불과 3일 만에 사망하고 말았다.
많은 도로 화상 환자들은 잠재적으로 치명적인 열사병을 겪기도 한다.
밸리와이즈 병원 응급실은 최근 모든 열사병 환자를 대상으로 얼음 주머니에 환자를 담가 체온을 빠르게 낮추는 새로운 프로토콜을 도입했다.
도로 화상을 입은 환자들은 여러 차례 피부 이식 및 기타 수술을 받은 후 전문 간호 또는 재활 시설에서 수개월 동안 회복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71세의 밥 울리는 수영복과 탱크톱만 입은 채 피닉스 자택의 뒷마당 정원에서 넘어져 손, 팔, 다리, 몸통에 2도 및 3도 화상을 입었다.
밸리와이즈 화상 센터에 몇 달간 입원했던 울리는 "치료 과정은 극도로 고통스러워 거의 견딜 수 없을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그는 광범위한 피부 이식과 물리 치료를 받은 후 현재 95% 가량 회복됐고 수영과 오토바이 타기 등 예전의 활동을 다시 시작했다고 전했다.
아이들과 애완견들도 위험에 노출
도로 화상 사고에는 어린이들도 예외가 아니다.
뜨거운 보도, 놀이터 기구, 심지어 집의 여러 물건들까지도 아이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
포스터 박사는 "피닉스 센터 입원 및 외래 피부 화상 환자 중 약 20%가 어린이들”이라고 말했다.
라스베가스 유니버시티 메디컬 센터의 라이온스 화상 치료 센터 대변인 스콧 커브스는 "라스베가스 센터에 입원한 환자들 중에도 아이들이 많다. 유아 환자들의 경우 뜨거운 표면 위를 걷거나 기어가면서 화상을 입는다”라고 전했다.
그는 “어린아이들은 뜨거운 표면이 얼마나 위험한지 충분히 인식하지 못한다. 그래서 뜨거운 금속 문 손잡이, 뜨거운 보도, 놀이터 기구 등에서 아이들이 생각보다 심각한 화상을 입는다”라고 덧붙였다.
도심 열 영향을 연구하는 SHaDE Lab의 책임자인 기후학자 아리안 미델은 “아이들은 노느라 정신이 팔려 덥다거나 표면이 뜨겁다는 사실을 빨리 인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의 연구팀은 화씨 100도 날씨에서 그늘이 없는 곳에 놓여진 놀이기구 표면 온도를 측정한 결과, 놀이터 기구의 표면 온도가 놀랍도록 높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미끄럼틀은 최대 160도까지 가열될 수 있고 덮개가 있어도 111도 정도의 온도가 측정됐다.
또한, 고무 바닥 덮개는 188도까지, 난간은 120도까지, 콘크리트 바닥은 132도까지 올라갈 수 있다.
피닉스시는 많은 공원에서 놀이기구 위에 천을 깔아 금속이나 플라스틱 표면 온도를 최대 30도까지 낮추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상당수 공원들에서는 이러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미델은 "아이들 놀이기구 구역에 설치된 바닥 인프라 대부분이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 압축스펀지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압축고무매트는 태양열을 빨리 흡수한다. 따라서 바닥 정도만이라도 부드러운 나무조각으로 교체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어 인조잔디는 아스팔트보다 오히려 열을 더 빨리 흡수하기 때문에 여름철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극심한 폭염 속에서 반려견들도 화상 사고를 피할 순 없다.
뜨거운 콘크리트와 아스팔트 표면은 반려견 발바닥에 심각한 화상을 입힐 수 있으며, 이는 상당한 통증과 장기적인 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밸리 애니멀 웰니스 센터의 수의사 케이티 벨 박사는 "최근 몇 주 동안 뜨거운 표면에 발바닥이 타서 화상을 입은 반려견들이 많이 입원했다"라며 "특히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표면 온도가 매우 높은 오후 시간대에 산책을 시켰다 화상을 입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말했다.
화상을 입으면 반려견들은 발바닥을 자주 핥게되며 심한 경우 피부가 벗겨지고 진물이 흘러나올 수도 있다고 벨 박사는 전했다.
벨 박사는 "반려견의 발 화상을 예방하기 위해선 잔디밭이 있는 장소를 이용하거나 강아지용 신발을 신기는 걸 권장한다”고 덧붙였다.
피닉스시에서는 폭염 경보가 발령되는 날엔 도심 내 인기 하이킹 코스 진입을 아예 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으며 또한 반려견 동반도 금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