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 캐년의 사우스 림에서 북쪽으로 2시간 반 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 아리조나의 소도시 페이지.
작은 규모의 도시이지만 전세계 사람들이 찾는 유명 관광지들을 품고 있는 곳이다.
페이지의 가장 대표적인 관광지로는 레이크 파월, 글렌 캐년댐, 호스슈 벤드, 앤텔롭 캐년 등이 손꼽힌다.
아리조나 북부에 자리한 페이지는 사실 글렌 캐년댐 건설로 도시가 개발되면서도 주변 도시를 잇는 중간기착지이자 숙박지 이상의 큰 의미를 지니지 않았던 작은 도시에 불과했다.
그러나 1980년대 말부터 세계의 사진작가들이 '빛의 향연'이라고 불리는 앤텔롭 캐년을 촬영하기 위해 찾아오면서부터 일반인에게 널리 소문이 나 지금은 관광명소로 유명세를 타게 됐다.
글렌 캐년댐은 1964년 콜로라도강을 막아 만든 댐으로 높이 216m, 두께 106m, 길이 475km로 130만 ㎾의 전력을 생산해 아리조나와 유타주를 비롯한 주변 4개 주에 전력을 공급한다.
댐의 건너편에는 댐의 역사와 규모, 댐 주변 동식물의 생태계와 화석 그리고 수력발전 양식과 하천의 침식과 퇴적에 의한 다양한 지형형성작용 등의 자료를 안내하는 칼 헤이든 비지터센터가 있어 꼭 들러볼만하다.
댐의 건설로 면적 33㎢, 길이 298km, 호수변 총길이 3,150km의 큰 호수가 생겨났는데 그 이름은 그랜드 캐년을 발견한 파월의 이름을 따서 붙여졌다.
콜로라도강의 푸른 강물과 오렌지 핑크색의 캐년 퇴적층인 나바호 사암(중생대 쥐라기 초기인 약 2억년 전 경에 바다에서 모래가 쌓여 형성된 암석으로 페이지 일대의 지표 대부분을 구성함)이 조화를 이루는 호수 일대의 풍광이 뛰어나 찾는 관광객이 많다.
특히 여름철엔 바다처럼 광활하게 펼쳐진 파월 호수에 크고 작은 보트와 제트스키 수 백대가 물살을 헤치며 신나게 질주하는 모습이 연출된다.
사막 한 가운데에 위치해 있음에도 절경을 자랑하는 파월 호수에서 시원한 여름을 보내는 장면은 그 독특함 때문에 종종 한국 방송 프로그램들에도 소개가 된다.
글렌 캐년댐에서 차량으로 약 20분 거리에 있는 곳에 U자형으로 휘돌아가는 깊은 낭떠러지의 웅장한 물줄기가 흐르는 곳이 바로 호스슈 벤드(Horseshoe Bend)다.
콜로라도 강물이 오랜 세월 흐르며 두꺼운 나바호 사암층을 수직에 가까운 약 300m 가량의 높이로 깊게 깎아내었는데, 그 형상이 마치 말발굽 모양과 비슷하다고 해서 호스슈 벤드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곳은 그랜드 캐년 부근과 달리 사암층으로 되어 있어 현재도 침식이 진행 중이다.
호스슈 벤드에 접근하려면 주차장에 차를 댄 후 왕복 30~40분 가량을 걸어야 하기 때문에 반드시 운동화를 착용하고 물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특히 여름철 방문시 작렬하는 태양을 피해 잠시 쉴 수 있는 포인트가 한 곳 밖에 없으므로 노약자들은 열사병 위험에 노출될 수도 있다.
페이지가 숨겨 놓은 빛의 향연을 만끽할 수 있는 '협곡 속 보석'과도 같은 장소가 바로 널리 알려진 앤텔롭 캐년이다.
앤텔롭 캐년은 지층 속의 갈라진 좁은 구불구불한 협곡으로 외부에서는 식별이 어렵다.
앤텔롭 캐년이란 이름은 1931년 앤텔롭 양떼에게 풀을 먹이던 나바호 아메리카 원주민 소녀가 길을 잃은 양을 찾기 위해 들판을 헤매다가 햇살이 쏟아져들어오는 협곡을 발견해 명명된 것이다.
앤텔롭 캐년은 어퍼(Upper) 캐년과 로어(Lower) 캐년으로 구분되는데, 앤텔롭 캐년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어퍼 캐년을 방문한다.
그 이유는 정오 시간대 협곡 바닥으로 떨어지는 빛줄기가 만드는 환상적인 풍광을 구경할 수 있으며, 평지를 이뤄 이동이 쉽기 때문이다.
동굴 속으로 들어서는 순간부터 천장의 갈라진 틈에서 은은하게 들어오는 햇빛과 붉은 사암의 부드러운 곡선결이 만나 만들어지는 신비로운 풍광이 몽환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토록 신비로운 풍광을 만들어내는 앤텔롭 캐년은 도대체 어떻게 해서 만들어진 것일까?
지금은 앤텔롭 일대가 일년 중 비가 거의 오지 않는 사막이지만 몬순계절에 폭우가 집중되면 일순간 강한 홍수가 발생한다.
홍수에 의한 지각변동으로 암반층에 발달한 작은 절리와 단층사이로 빗물이 흘러들어 가고 큰 압력에 의해 빠르게 통과하면서 사암을 깊게 깎아내어 조각품과 같은 아름다운 결을 지닌 지금의 골짜기를 형성한 것이다.
시간이 흐르며 지층 하부로 더 깊이 침식이 이뤄졌으며 지층 곳곳에는 급류가 소용돌이치면서 암반을 넓게 깎아낸 흔적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앤텔롭 캐년 방문은 미리 예약을 해두는 게 좋으며 캐년까지 이동시 비포장도로를 달리기 때문에 이에 대비한 옷차림을 하는 것이 권장된다.
미국 서부 지형 가운데 '죽기 전에 가봐야 할 명소'로 알려지면서 아리조나의 작은 도시 페이지를 찾는 이는 해마다 그 수가 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