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5월 1일자 조선일보에 ADHD에 관한 기사가 나와 유심히 읽어 보았다. 내가 생각하고 있던 그리고 내가 배운 내용과 일치하기에 다른 사람들에게도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 나는 10년 넘게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면서 다양한 학생들을 만났다. 그때에는 잘 몰랐었는데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학습장애나 ADHD를 앓고 있었던 학생들이 꽤 있었던 것 같다.
지금부터 말하는 내용은 순전히 나의 개인적인, 그러니까 13년의 교직 경험으로 얻은 생각이다. 그러니 다른 의견이나 새로운 학설이 나왔다면 나에게 좀 가르쳐 주기 바란다.
내가 한국에서 교직에 있으면서 안타까웠던 일들은 나를 비롯하여 학부모들이 '학습장애'에 대해 거의 알고 있지 못하였으며, 또 어설프게 ADHD에 대해 듣고는 옆집 아이 엄마에게 누구 누구는 ADHD인 것 같으니 병원에 데리고 가 보라고 함부로 조언하는 것이었다. 사실 나도 담임교사로서 몇몇 학부모님들께 조심스럽게 자녀가 ADHD가 의심되니 병원에 가서 한 번 검진을 받아 보라 권했던 적이 있다. 그런데 이렇게 권하기까지 경험에서 터득한 나름대로의 기준이 있었다.
첫번째 기준은 비정상적일만큼 가만히 있지 못하는 태도이다. 어깨에 손을 얹고 1분간 함께 기도를 하는데도 어깨를 꼼지락거리며 도망가려고 하는 모습, 수업시간에 조는 것도 아닌데 의자에서 갑자기 넘어지는 경우 등이다. 두번째는 굉장한 악필. 이것은 개인차가 있겠지만 심한 악필일 경우가 많았다. 세번째는 연령 수준을 넘어서는 욕을 하거나 잔인한 그림 등을 그리거나 하는 경우이다. 또는 어처구니 없는 거짓말 등이다. 예를 들면 4학년 학생이 수업시간에 갑자기 자기 마음에 안 드는 친구를 향해 "목을 잘라 버리겠어!"라고 모두가 들을 수 있게 말하는 경우, 1학년 학생에게 행복한 나의 집을 그리라고 했는데, 죽은 시체가 나뒹구는 그림을 그리는 경우, 일기장에 엄마가 밥을 주지 않고 굶긴다는 내용 등이다. 이러한 일이 한꺼번에 한 아이에게서 나타난다면 ADHD가 아닌가 하는 의심을 품게 된다. '한꺼번에'라는 말에 주목하기 바란다. 그냥 욕을 즐겨 하거나 집중력이 약하거나 글씨를 못 쓰거나 하는 경우가 한 두 가지만 나타나는 경우가 아니라 한꺼번에 나타나는 경우 말이다.
의심을 품게 되면 한 달 정도 면밀히 관찰을 한다. 왜냐하면 담임교사가 학부모에게 "당신의 자녀가 ADHD가 의심되니 병원에 한번 데리고 가 보세요."라고 말하면 당사자는 굉장한 충격을 받고, 거부감을 나타내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찬찬히 그동안 발견한 사건들이나 모습들을 부모님께 말씀드리면 많은 부모님들은 수긍을 하고 병원문을 두드린다. 대부분 본인들도 이미 약간씩 자녀를 의심하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많은 사람들이 ADHD나 학습장애는 잘못된 가정교육이나 본인의 게으름, 덜렁거림 때문에 생기고, 제대로 된 교육을 받게 되면 없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슬프게도 전문가들은 "아니요"라고 말한다. 나도 동의한다. 학습장애와 ADHD는 혈압이나 당뇨와 같이 잘 조절하고 주의해야 할 성향이지 없어지거나 치료되는 질병이 아니란 말이다. 그래서 ADHD나 학습장애를 지닌 학생들에게는 이럴 땐 이렇게, 저럴 땐 저렇게 행동하고 생각하는 적응법과 기술을 가르쳐야 한다. 이것을 가르치는 것이 바로 부모와 특수교사의 몫인 것이다. 단순히 "정신 차려!" "가만히 있어!" "한 번 더 읽어봐" "10시간 더 공부해!"와 같은 방법으로는 적응할 수가 없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오랜 연구를 통해 ADHD나 학습장애를 지닌 학생들이 학교와 사회에 적응하게 하고 일상생활을 무리 없이(?) 해 나가는데 도움이 되는 신통 방통한 방법들을 많이 알고 있다.
약물 복용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의견들이 분분하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인지 치료와 약물복용을 병행하면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한다. 약이란 것은 좋은 점도 있지만 부작용도 있다. 좋은 점이 부작용보다 훨씬 크다고 판단되면 약을 복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내가 가르치던 한 학생은 매일 ADHD 관련 약을 먹고 학교에 등교했다. 어느 날, 깜빡 잊고 그가 약을 안 먹고 등교하였다. 그 학생은 완전 딴 사람처럼 행동했다. 약을 먹고 온 날에는 전혀 그러지 않았었는데, 그날은 수업 시간에 사사건건 나의 말에 토를 달며 수업의 흐름을 완전히 끊어 놓았다. 또 한 학생은 약을 먹다가 그만 신장에 무리가 와서 약을 끊게 되었다. 약물 복용에 대해서는 나도 아직 판단을 내리지 못했다. 약의 효과로 너무나 멀쩡하게 학교생활을 하는 학생도 보았고, 갑자기 살이 빠지거나 지나치게 의기소침하게 변하는 학생도 보았기 때문이다. 엄마들 중에는 자녀의 ADHD로 보통 사람들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고통을 겪는 분들도 있다. 이런 분들에게 "약은 부작용이 심해서 안되요" 라고 함부로 조언할 수도 없다.
대학원 수업의 과제를 위해 나는 ADHD와 학습장애 학생들 위주로 편성된 미국의 특수학급을 참관했다. 단 3시간 참관을 했건만, 그날 집에 와서 뻗고 말았다. 끊임없는 고자질, 지우개 던지기, 말대꾸하기, 공부 안 하면서 하는 척 하기, 다 아는 척 하기, 싫증내기 등등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4명의 개구장이들에게 완전히 무릎을 꿇고 말았다. 심지어 베테랑 특수 선생님 조차도 나에게 웃으며 자기도 너무 화가 나서 한 학생의 간식을 집어 던진 적이 있었다고 했다. 다행히 그 간식이 캐비닛 위에 착륙하여 학생은 선생님을 존경하게 되었지만 비폭력 무저항이 일상화 된 미국 선생님이 그 정도였다면 다들 심리 싸움의 정도가 어느 정도 인지 상상할 수 있으리라.
지금 우리 주변에도 학습장애와 ADHD로 고생하는 학생들이 많을 거라 생각된다. 모든 비난의 화살이 부모와 학생에게 쏟아지기 전에 그 아이와 가족을 이해하고 올바른 지원과 격려를 해 주려는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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