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 포스트::칼럼
조회 수 11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newshin.JPG

 

 

2018년 5월 1일자 조선일보에 ADHD에 관한 기사가 나와 유심히 읽어 보았다.  내가 생각하고 있던 그리고 내가 배운 내용과 일치하기에 다른 사람들에게도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 나는 10년 넘게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면서 다양한 학생들을 만났다. 그때에는 잘 몰랐었는데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학습장애나 ADHD를 앓고 있었던 학생들이 꽤 있었던 것 같다.

지금부터 말하는 내용은 순전히 나의 개인적인, 그러니까  13년의 교직 경험으로 얻은 생각이다. 그러니 다른 의견이나 새로운 학설이 나왔다면 나에게 좀 가르쳐 주기 바란다.

내가 한국에서 교직에 있으면서 안타까웠던 일들은 나를 비롯하여 학부모들이 '학습장애'에 대해 거의 알고 있지 못하였으며, 또 어설프게 ADHD에 대해 듣고는 옆집 아이 엄마에게 누구 누구는 ADHD인 것 같으니 병원에 데리고 가 보라고 함부로 조언하는 것이었다. 사실 나도 담임교사로서 몇몇 학부모님들께 조심스럽게 자녀가 ADHD가 의심되니 병원에 가서 한 번 검진을 받아 보라 권했던 적이 있다. 그런데 이렇게 권하기까지 경험에서 터득한 나름대로의 기준이 있었다. 

첫번째 기준은 비정상적일만큼 가만히 있지 못하는 태도이다. 어깨에 손을 얹고 1분간 함께 기도를 하는데도 어깨를 꼼지락거리며 도망가려고 하는 모습, 수업시간에 조는 것도 아닌데 의자에서 갑자기 넘어지는 경우 등이다. 두번째는 굉장한 악필. 이것은 개인차가 있겠지만 심한 악필일 경우가 많았다. 세번째는 연령 수준을 넘어서는 욕을 하거나 잔인한 그림 등을 그리거나 하는 경우이다. 또는 어처구니 없는 거짓말 등이다. 예를 들면 4학년 학생이 수업시간에 갑자기 자기 마음에 안 드는 친구를 향해 "목을 잘라 버리겠어!"라고 모두가 들을 수 있게 말하는 경우, 1학년 학생에게 행복한 나의 집을 그리라고 했는데, 죽은 시체가 나뒹구는 그림을 그리는 경우, 일기장에 엄마가 밥을 주지 않고 굶긴다는 내용 등이다. 이러한 일이 한꺼번에 한 아이에게서 나타난다면 ADHD가 아닌가 하는 의심을 품게 된다. '한꺼번에'라는 말에 주목하기 바란다. 그냥 욕을 즐겨 하거나 집중력이 약하거나 글씨를 못 쓰거나 하는 경우가 한 두 가지만 나타나는 경우가 아니라 한꺼번에 나타나는 경우 말이다. 

의심을 품게 되면 한 달 정도 면밀히 관찰을 한다. 왜냐하면 담임교사가 학부모에게 "당신의 자녀가 ADHD가 의심되니 병원에 한번 데리고 가 보세요."라고 말하면 당사자는 굉장한 충격을 받고, 거부감을 나타내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찬찬히 그동안 발견한 사건들이나 모습들을 부모님께 말씀드리면 많은 부모님들은 수긍을 하고 병원문을 두드린다. 대부분 본인들도 이미 약간씩 자녀를 의심하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많은 사람들이 ADHD나 학습장애는 잘못된 가정교육이나 본인의 게으름, 덜렁거림 때문에 생기고, 제대로 된 교육을 받게 되면 없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슬프게도 전문가들은 "아니요"라고 말한다.  나도 동의한다. 학습장애와 ADHD는 혈압이나 당뇨와 같이 잘 조절하고 주의해야 할 성향이지 없어지거나 치료되는 질병이 아니란 말이다. 그래서 ADHD나 학습장애를 지닌 학생들에게는 이럴 땐 이렇게, 저럴 땐 저렇게 행동하고 생각하는 적응법과 기술을 가르쳐야 한다. 이것을 가르치는 것이 바로 부모와 특수교사의 몫인 것이다.  단순히 "정신 차려!" "가만히 있어!" "한 번 더 읽어봐" "10시간 더 공부해!"와 같은 방법으로는 적응할 수가 없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오랜 연구를 통해 ADHD나 학습장애를 지닌 학생들이 학교와 사회에 적응하게 하고 일상생활을 무리 없이(?) 해 나가는데 도움이 되는 신통 방통한 방법들을 많이 알고 있다.

약물 복용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의견들이 분분하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인지 치료와 약물복용을 병행하면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한다. 약이란 것은 좋은 점도 있지만 부작용도 있다. 좋은 점이 부작용보다 훨씬 크다고 판단되면 약을 복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내가 가르치던 한 학생은 매일 ADHD 관련 약을 먹고 학교에 등교했다. 어느 날, 깜빡 잊고 그가 약을 안 먹고 등교하였다. 그 학생은 완전 딴 사람처럼 행동했다. 약을 먹고 온 날에는 전혀 그러지 않았었는데, 그날은 수업 시간에 사사건건 나의 말에 토를 달며 수업의 흐름을 완전히 끊어 놓았다. 또 한 학생은 약을 먹다가 그만 신장에 무리가 와서 약을 끊게 되었다. 약물 복용에 대해서는 나도 아직 판단을 내리지 못했다. 약의 효과로 너무나 멀쩡하게 학교생활을 하는 학생도 보았고, 갑자기 살이 빠지거나 지나치게 의기소침하게 변하는 학생도 보았기 때문이다. 엄마들 중에는 자녀의 ADHD로 보통 사람들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고통을 겪는 분들도 있다. 이런 분들에게 "약은 부작용이 심해서 안되요" 라고 함부로 조언할 수도 없다.

대학원 수업의 과제를 위해 나는 ADHD와 학습장애 학생들 위주로 편성된 미국의 특수학급을 참관했다. 단 3시간 참관을 했건만, 그날 집에 와서 뻗고 말았다. 끊임없는 고자질, 지우개 던지기, 말대꾸하기, 공부 안 하면서 하는 척 하기, 다 아는 척 하기, 싫증내기 등등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4명의 개구장이들에게 완전히 무릎을 꿇고 말았다. 심지어 베테랑 특수 선생님 조차도 나에게 웃으며 자기도 너무 화가 나서 한 학생의 간식을 집어 던진 적이 있었다고 했다. 다행히 그 간식이 캐비닛 위에 착륙하여 학생은 선생님을 존경하게 되었지만 비폭력 무저항이 일상화 된 미국 선생님이 그 정도였다면 다들 심리 싸움의 정도가 어느 정도 인지 상상할 수 있으리라. 

지금 우리 주변에도 학습장애와 ADHD로 고생하는 학생들이 많을 거라 생각된다. 모든 비난의 화살이 부모와 학생에게 쏟아지기 전에 그 아이와 가족을 이해하고 올바른 지원과 격려를 해 주려는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이메일 Namenoshin@naver.com


  1.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특수교육 현장에서 교육실습을 마치며

    2019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돼지해라고 한다. 어느새 과거가 되어버린 2018년을 돌아보니 개인적으로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무엇보다 '페이스 북'과 '코리아 포스트'라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지면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게 되어 기쁜 한...
    Date2019.01.07
    Read More
  2.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지천명(知天命)

    17세기와 18세기 유럽을 중심으로 일어난 철학 사조를 계몽주의라고 합니다. 존 로크, 임마누엘 칸트, 헤겔 등 독일과 영국 프랑스의 철학자들이 인간의 이성과 자연의 보편적 원리를 강조하며 정치, 사회, 철학, 과학 등 거의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칩니다. ...
    Date2019.01.07
    Read More
  3.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공부를 못하는 것은 누구 탓일까?

    여러분은 혹시 이웃집 아줌마가 우리 집 아이는 머리는 좋은데 노력을 하지 않아 성적이 좋지 않다라는 푸념을 들어 본 적이 있는가? 또는 머리는 괜찮은 것 같은데, 도무지 공부에 취미를 보이지 않거나 노력은 하는 것 같은데 성적이 안 좋은 학생에 대해 ...
    Date2018.12.30
    Read More
  4.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신선미(新鮮美)

    이창동 감독의 <시>라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할까 합니다. 오늘 컬럼 역시 지난 번에 이어 신영복 선생의 『담론』에서 주된 아이디어를 얻었음을 먼저 밝힙니다. <시>는 중학생 외손자와 같이 살고 있는 60대 중반의 여성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입...
    Date2018.12.30
    Read More
  5.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정의와 자비의 충돌

    한국에서도 미국에서도 지구인들은 '얼마나 공정하게 학생들을 대우 할 것인가?' 와 '어느 선까지 자비와 사랑을 베풀어야 할 것인가?'의 문제로 충돌하고 다툰다. 두 입장 다 일리가 있고 중요하다. 특별히 특수교육에서는 이 문제가 더 분...
    Date2018.12.23
    Read More
  6.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미국 지구인들은 학생들을 어떻게 훈육할까?

    교생실습을 하는 동안, 실습하고 있던 교실이 뒤집어지는 사건들이 몇 개 있었다. 사건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하나는 외부로부터의 문제, 나머지는 내부 문제. 교실이 몇 번 들썩거리면서 나는 미국 지구인들이 한국 지구인들과는 훈육에 있어서 다른 방...
    Date2018.12.16
    Read More
  7.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언술(言述)

    마음에 짐으로 여기며 '읽어야 하는데 …' 했던 책이 있었습니다. 작년 초부터, 그러니까 거의 2년이 다 가도록 숙제를 내지 못한 학생처럼 부담을 주던 책입니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신영복 선생의 마지막 책 『담론』입니다. 한국의 성공회 ...
    Date2018.12.16
    Read More
  8.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특수교육은 어떤 지구인들이 받을 수 있나요?

    이제 나의 교생 실습도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지난 주에는 드디어 취업 면접도 보게 되었다. 교육청에서 특수교육 담당 지구인이 나와서 내가 실습하고 있는 학교의 교장 선생님과 함께 나를 인터뷰 했다. 영어로 면접을 보다니 꼭 꿈만 같았다. 한국말로 인...
    Date2018.12.09
    Read More
  9.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인간관계, 그리고 용서

    달라이 라마의 『용서』에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중국이 티베트를 침략하기 전부터 잘 알고 지낸 스님이 있었습니다. 티베트가 점령당하자 달라이 라마는 인도로 망명을 떠나고 그 스님은 남아서 중국 공안에 잡힙니다. 18년간 옥살이를 하며 모진 고문에 시...
    Date2018.12.09
    Read More
  10.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장애인이 가장 살기 좋은 주, 아리조나

    며칠 전, 내가 살고 있는 아리조나가 미국 뇌성마비 협회(United Cerebral Palsy)에서 2015년에 발표한 장애인이 가장 살기 좋은 주 1위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 사막의 도시, 황량하고 모래바람으로 뿌옇기만 한 이 땅이, 알고 보니 장애인...
    Date2018.12.01
    Read More
  11.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나의 새벽

    이른 새벽이라 할지 아니면 한 밤중이라 할지, 새벽 아니면 밤 1시 또는 2 시쯤 잠에서 깰 때가 많습니다. 생각이 많아서 그렇다고들 하는데, 교회 생각일 때가 많고, 가족들 문제, 또는 나 자신에 대한 것 때문에 깊이 잠을 못 잡니다. 당연히 소파에서 낮에...
    Date2018.12.01
    Read More
  12.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특수학급의 하루 일과

    나는 현재 40일 넘게 공립 초등학교 안에 있는 특수학급에서 교생실습을 하고 있다. 내가 실습을 하고 있는 반은 중증 발달장애 학생들이 있는 반으로 나이때가 유치원생부터 3학년까지이다. 그야말로 특수교육계에서는 되도록이면 맡고 싶지 않는 어찌 보면 ...
    Date2018.11.21
    Read More
  13.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43% 깨어있는 신자들

    세계 선교 역사에서 한국 교회만큼 짧은 시간에 선교 열매를 맺은 교회는 없습니다. 중국, 일본, 한국이 거의 비슷한 시기에 복음을 받았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한국이 가장 늦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한국 사람 넷 중에 하나는 크리스천입니다. 이렇게 ...
    Date2018.11.21
    Read More
  14.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교통사고로 인지기능이 낮아질 수도 있다!

    특수교육을 공부하면서 저를 깜짝 놀라게 했던 사실은 바로 교통사고나 트라우마 등으로 뇌에 손상을 입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2011년 자료에 따르면, 미국에서 트라우마로 인한 뇌손상은 약 170만명이 앓고 있는 흔한 증상이라고 합니다. 트라우마로 뇌손상...
    Date2018.11.11
    Read More
  15.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경건한 그리스도인

    산 밑에 있는 어느 작은 마을에 믿음 좋은 그리스도인들이 모여 살았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이웃 마을로 갈 수 있는 길은 산을 넘어가는 단 하나의 길밖에 없었습니다. 그 길은 좁고, 가파르고, 미끄럽고, 굴곡이 심했습니다. 산을 넘어가는 동안 사고가 자주...
    Date2018.11.11
    Read More
  16.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ADHD 그것이 알고싶다!

    2018년 5월 1일자 조선일보에 ADHD에 관한 기사가 나와 유심히 읽어 보았다. 내가 생각하고 있던 그리고 내가 배운 내용과 일치하기에 다른 사람들에게도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 나는 10년 넘게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면서 다양한 학생들을 만났다. 그때...
    Date2018.11.05
    Read More
  17. [이인선의 메디케어 칼럼] 아시나요? 연례가입기간에 에이전트를 바꿀수 있는 것을?

    1) 연례 가입기간이 귀찮으신가요? 해마다 10월 15일부터 12월 7일까지는 메디케어 연례 가입기간입니다. 이 때를 기점으로 참으로 많은 우편물과 전화가 옵니다. 연례 가입기간 동안에 메디케어를 다시 살펴보고 결정하라는 내용들이지요. 우리들로서는 쳐다...
    Date2018.10.28
    Read More
  18.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지구인을 위한 가르침과 배움

    지구인이란? 지구에 사는 모든 사람들을 일컫는 말입니다. 황색인, 홍색인, 흑인, 백인, 어린이, 어른, 장애인, 정상인, 기독교인, 불교인, 무슬림, 힌두교인 등등을 말입니다. 단 화성인은 제외하겠습니다. 여러분은 이들 모두에게 적합한 교육과정을 만들 ...
    Date2018.10.28
    Read More
  19.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선물경제 (Gift Economy)

    아메리카 인디언 문화에 대한 백인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책 가운데 어니스트 톰슨 시튼(Ernest Thompson Seton)이 쓴 『The Gospel of the Redman』(인디언의 복음)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작가 시튼은 백인으로서 인디언들과 함께 살면서 이 책을 썼기 때...
    Date2018.10.28
    Read More
  20.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색다른 지구인-자폐 스펙트럼 장애

    나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Autism Spectrum Disorder)를 가진 지구인들에게 관심이 많다. 어쩌면 나를 이 늦은 나이에 특수교육으로 이끈 대상이 바로 이들 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처음부터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지닌 지구인들에게 관심을 가졌던 것은 아니었...
    Date2018.10.21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6 7 8 9 10 11 12 13 14 15 ... 20 Next
/ 20
롤링배너1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