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이 라마의 『용서』에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중국이 티베트를 침략하기 전부터 잘 알고 지낸 스님이 있었습니다.
티베트가 점령당하자 달라이 라마는 인도로 망명을 떠나고 그 스님은 남아서 중국 공안에 잡힙니다.
18년간 옥살이를 하며 모진 고문에 시달린 후 가까스로 석방되어 히말라야를 넘어 인도로 탈출합니다.
20년 만에 티베트 망명정부가 있는 다람살라에서 둘이 만나게 되는데, 그 스님의 모습은 옛날 그대로였습니다.
감옥에서 모진 고초를 겪었음에도 전혀 변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대화를 나누다가 달라이 라마가 스님에게 물었습니다.
"스님, 18년 동안 그토록 모진 고문을 당하면서 두려웠던 적은 없었습니까?"
스님이 이렇게 답합니다.
"중국인들을 미워할까 봐, 중국인들에 대한 자비심을 잃게 될까 봐, 그것이 가장 두려웠습니다. 하마터면 큰 일 날 뻔 했습니다."
40대 초반의 한 주부가 이기적인 남편에게 시달려 이혼을 결심했습니다.
남편은 전혀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는 사람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선풍기를 틀어도 자기 쪽으로만 돌리고, 텔레비전 프로그램도 자기 위주로만 보고 꺼 버립니다.
대학을 나왔지만 책은 전혀 한 페이지도 읽지 않으면서 몸에 좋다는 것은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구해다 혼자만 야금야금 먹었습니다.
부인은 아이들을 셋이나 키우면서 정작 자신의 삶은 제대로 챙기지 못했음을 뒤늦게 알아차렸습니다.
자기실현을 못한 데 대해 아쉬워하면서 마침내 이혼을 결심하게 된 것입니다.
결심을 실행하기 전 출석하는 교회 목사님을 찾아가 상담을 했습니다.
목사님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식사 준비를 할 때 얄미운 인간한테 밥 준다고 절대 생각하지 마십시오. 예수님께 드린다는 마음으로 하십시오. 아이들 아버지가 저녁 때 퇴근해 집으로 들어오면 예수님이 오신다 여기고 반기십시오. 밖에 나갈 때 뒷모습을 보고도 예수님 뒷모습이라고 생각하십시오."
너무도 이기적이어서 이혼까지 결심한 그 남편에게, 밥을 줄 때 그 남편이 예수님이라 생각하며 밥상 차리고, 퇴근해 들어올 때 예수님이시다 생각해 반기고, 밖에 나갈 때도 현관에서 예수님 뒷모습이다 생각하라는 것이죠.
처음에는 도저히 할 수 없었습니다.
'목사님이 상담을 이상하게 하신다' 생각하며 목사님 말씀이 전혀 마음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신앙이니 순종이니 사랑이니 그런 것 차치하고 그저 자기 수양한다 하고 한번 해보자'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그리고 상담대로 했더니 정말 이상하게 마음이 조금씩 조금씩 부드러워지며 달라지더라는 것입니다.
원망과 미움이 사라지면서 놀랍게도 남편이 불쌍하게 보였고 자비로운 마음이 일어났습니다.
부인은 자기도 모르게 표정이 바뀌고 말투가 달라졌습니다.
남편도 당연히 변했죠.
지금은 고인이 되신 법정 스님이 한 불자로부터 갑작스런 질문을 받았습니다.
무소유를 실천하시면서 종교를 뛰어넘어 많은 사람에게 존경 받았던 그분에게 불쑥 이렇게 질문하는 것입니다.
"스님, 중노릇하는 데 가장 어려운 일이 무엇입니까?"
어떻게 대답하셨겠습니까?
법정 스님에게 가장 어려운 일.
무소유를 실천하셨으니 물질은 아니었겠고, 명예는 더더욱 아니었을 것입니다.
이렇게 대답하셨습니다.
"인간관계입니다."
그렇게 많은 사람을 감화시키며 존경 받고 무소유로 청정하게 사셨는데, 그분에게 가장 힘들었던 일이 인간관계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인간관계, 참 어렵습니다.
살면 살수록, 목회를 하면 할수록, 만남과 관계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그래도 힘든 것이 인간관계입니다.
아직도 모르겠고, 아직도 정답을 줄 수 없습니다.
어렴풋이 아는 것 같지만 그래도 모르겠고, 아직 어설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