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과연 행운인가 아니면 불행인가?
오늘 내가 왜 이렇게 빨리 취직이 되었는가를 알게 되었다. 나의 미모가 뛰어나거나 실력이 출중하거나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 충만해서가 아니였다.
그것은 바로 걷잡을 수 없이 많은 수의 색다른 지구인들이 내가 있는 교육구로 전학을 오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들을 감당할 선생님의 수가 한참 모자랐기 때문이었다. 이 바람을 타고 내가 취직이 된 것이었다.
들리는 바에 따르면 이번 학기에만 프리 스쿨 입학 대기자가 약 65명에 달해 교육청 지구인들은 매우 당황스러워 하고 있으며, 프리스쿨을 맡고 선생님들은 이제 전학생을 그만 보내라고 아우성이라고 한다. 참고로 이 프리스쿨들은 한 반에 9명이 정원이다.
위에서 말하고 있는 65명에 달하는 대기자 학생들은 일반 학생들이 아니라 3살에서 5살 사이의 발달 지체나 자폐증을 지닌 아이들을 말한다. 발달 지체나 자폐증을 지닌 색다른 지구인들이 내가 속한 교육구로 몰려 오고 있다고 것이다.
그 이유는 이러한 색다른 지구인들을 위한 프리스쿨 프로그램 즉 통합 유아 프로그램(inclusion preschool program)을 운영하는 교육구가 아리조나에 단 4개밖에 없기 때문이란다. 즉 공립 초등학교 건물 안에 통합 프로그램이 있는 교육구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수요에 대해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인 것이다.
통합 유아 프로그램이란 일반 유아들과 자폐나 발달 지체 등의 장애가 있는 유아들을 반반씩 섞어서 반을 편성하여 운영하는 유아 프로그램이다.
몇 년 전만해도 이런 프로그램을 운영할 정도로 자폐나 발달지체 유아들이 많을까 하는 의구심과 또 어느 학부모가 자기 아이를 장애 학생들 수가 학급의 절반을 차지하는 유아원에 보낼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반전되었다. 일단 낮은 교사 대 학생 비율과 양질의 프로그램 덕에 일반 유아들의 부모님들도, 장애를 지닌 유아들의 부모님들도 모두 이 프로그램에 보내고 싶어하는 듯 했다.
더 근본적인 이유로는 매년 자폐증을 지닌 아이들이 급속도록 증가하고 있다는데 있다.
사실 나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지닌 색다른 지구인들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는 통계를 접하고도 실감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오늘, 교육 현장에 가서 두 눈으로 확인을 하게 되었다. 그동안 읽었던 논문, 신문기사 등에서 제시한 통계 자료가 진실이었음을 피부로 느끼게 되었다.
미국 질병통제 예방센터(Center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에서 발표한 2014년 조사 자료에 따르면 2006년생 유아들 59명 중 1명이 자폐증을 지니고 태어난다고 한다. 10년전인 1996년생 어린이들은 125명 1명만이 자폐증을 진단받았다. 10년 사이에 약 2배 이상으로 자폐증 유병율이 증가한 것이다!
Autismsociety(http://www.austism-society.org)라는 단체에 따르면 2000년과 2010년 사이에 자폐증 유병율은 119.4 % 증가했다고 한다. 그런데 더 놀라운 사실은 미국질병통제 예방센터의 조사가 뒤처지고 뒤떨어졌기 때문에 실제 미국의 자폐증 유병율은 이보다 더 할 것이다라고 예측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충격의 끝이 아니다. 한 차원 더 충격적인 것은 선진국 국가들의 자폐증 유병율을 조사한 통계 자료이다.
Charron (2017)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홍콩 다음으로 세계에서 자폐증 유병율이 높은 나라인데, 자폐증 유병율은 어린이 38명당 1명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거의 2배 수준이다. 그런데 더 황당한 것은 대한민국의 자료는 2011년 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때로부터 9년이 지난 지금 자폐증 유병율은 얼마나 증가했을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더욱이 대한민국은 장애를 터부시하며 숨기려는 경향 때문에 자폐증을 지닌 어린이들의 2/3가 제대로 된 처치나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자, 이제 세계 선진국들의 자폐증 유병율이 궁금하지 않은가?
Charron(2017)이 정리한 자료에 따르면 자폐증 유병율 1위는 홍콩(27명당 1명), 2위는 한국(38명당 1명), 3위는 미국(45당 1명 - National Health Statistics의 2015년 조사자료), 4위는 일본(55명당 1명), 5위는 아일랜드(65명당 1명), 6위는 스위스(69명당 1명), 7위는 캐나다(94명당 1명), 8위는 덴마크(145명당 1명), 9위는 싱가폴(149명당 1명), 10위는 벨기에와 에스토니아(167명당 1명), 12위는 핀란드(185명당 1명), 13위는 노르웨이(196명당 1명), 14위는 네델란드(208명당 1명), 15위는 독일(263명당 1명), 16위는 중국(435명당 1명), 17위는 대만(2000명당 1명) 마지막으로 18위는 폴란드(3333명당 1명)라고 한다.
물론 이 자료를 전적으로 믿을 수는 없다. 왜냐하면 각 나라마다 조사한 연도가 다르고 조사할 때 어느 정도를 장애로 볼 것이냐에 대한 기준도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가지 명확한 사실은 미국과 대한민국에 자폐증을 가진 색다른 지구인들이 아주 많이 살고 있다는 것이고, 이유는 모르겠지만 현재 이러한 색다른 지구인들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위의 자료에서 독일, 싱가폴, 아일랜드, 미국, 홍콩 등은 모두 2016년 이후의 조사한 통계여서 믿을만 하지만 스위스와 일본은 2010년 이전의 조사 자료이기 때문에 정확한 비교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아무튼 자폐증을 지닌 색다른 지구인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지금 우리 곁에 훨씬 많이 있으며 앞으로 더 많아질 것이다. 대세가 그렇다는 것이다.
앞으로 색다른 지구인들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참고자료
Charron. R.(2017). Autism rates across the developed word. Retrieved from http://www.focusforhealth.org/autism-rates-across-the-developed-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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