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초의 여성 전투기 조종사로 유명한 아리조나주 연방상원의원 마사 맥샐리(52)가 공군 복무 시절에 상관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맥샐리 의원은 6일 상원 군사위 소위 청문회에서 "공군 복무 때 상급자에게 붙잡혀 강간당했다"며 "나도 당신처럼 군 성폭력 생존자"라고 말했다.
군대 내 성폭력 예방과 대응을 주제로 한 청문회에서 증언한 피해자와 문답하면서다.
그러나 맥샐리 의원은 가해자인 상관이 누군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는 "용기 있는 수많은 생존자와 달리 나는 성폭행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다"며 "많은 사람들처럼 당시에는 시스템을 신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수치스럽고 혼란스러웠다"며 "스스로 강인하다고 생각했었는데 무력감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맥샐리 의원은 복무 시절 수많은 성폭력 사건이 있었다고 술회했다.
그는 "가해자들은 그들의 지위와 권력을 심각하게 남용했다"며 "한 사례로서 나는 희생자가 됐고 상관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말했다.
이 사건으로 그는 18년 만에 군 복무를 중단할 뻔했다며 "많은 희생자처럼 시스템이 나를 다시 성폭행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뒤늦게 폭로한 이유에 대해서는 "내가 원하는 건 군인들을 끌어내리려는 게 아니라 그들이 더 책임감을 가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청문회에 참석한 군 지휘관들을 향해 "군 성범죄를 없애기 위해 많은 길을 걸어왔지만 앞으로 더 갈 길이 남았다"면서 "군 성폭력을 막고 피해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정책 결정만이 아니라 높은 사람들부터 책임감을 가지고 문화를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맥샐리 의원은 발언을 잠시 멈추고 감정을 추스른 뒤 "군 성폭력 문제 해결의 중심에 서서 지휘관에 따르는 도덕적, 법적 책임에 부응하라"고 강하게 요구했다.
맥샐리 의원은 "우리는 군대 내 성범죄를 없애기 위해 계속 노력했지만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렸고 너무 많은 사람들의 삶이 망가졌다"고 덧붙였다.
그는 청문회가 끝난 후 증언에 나서준 다른 피해자를 껴안으며 "용기 있는 고백을 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또 같은 날 CBS 방송 인터뷰에서 성폭력 피해자들을 향해 "당신을 해친 사람들이 당신의 미래까지 뺏게 만들지 마십시오"라고 했다.
그는 지난해에는 고교 3학년 때 코치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맥샐리 의원은 작년 8월 별세한 보수진영의 거물인 존 매케인 연방상원의원의 자리를 올해 1월 이어받았다.
임기는 매케인 의원의 잔여임기인 2020년까지다.
재선 하원의원 출신인 그는 지난해 11·6 중간선거에서 연방상원의원에 도전했으나 민주당 후보에게 석패했다.
1988년부터 2010년까지 공군에서 복무하고 대령으로 예편한 그는 1991년 이라크와 쿠웨이트에서 A-10 선더볼트 전투기를 몰았다.
제345 비행편대를 이끌어 최초의 여성 전투기 편대 부대장이란 기록도 남겼다.
맥샐리 의원은 평소 '강인한 여성상'을 대표했기 때문에 그의 '미투'(나도 성폭력 피해자다) 고백이 미치는 충격파는 어느 때보다 컸다.
맥샐리 의원의 용기에 동료 의원들은 화답했다.
참전한 여성군인 최초로 연방상원에 입성한 민주당 태미 더크워스 상원의원은 "맥샐리 의원이 보여준 용맹함에 경외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군대 내 변화를 주장해온 민주당 커스틴 질리브랜드 의원도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했다.
캐리 볼프 공군 대변인은 "맥샐리 의원의 씻을 수 없는 아픈 경험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면서 "공군에 대한 비난과 불신을 없앨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맥샐리 의원과 모든 피해자들을 지지한다"며 "비판받아 마땅한 행동들을 없애겠다는 우리의 약속은 확고하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4월 미 국방부가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년간 6769건의 군내 성폭력 사건이 보고됐다.
전년보다 10% 증가한 수치다.
2018년 통계는 아직 보고되지 않은 상태지만 특히 주목을 끄는 부분은 군대 리더들을 양성하는 사관학교, 특히 육군사관학교에서 성범죄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칼럼니스트 캐런 터멀티는 워싱턴포스트 기고에서 "맥샐리 의원은 제복을 입고 일할 때처럼 용기를 보였다"며 "미투운동 2년차 중반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피해자들은 보복이 두려워 피해사실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