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2월 초에 아리조나주 스카츠데일 TPC에서 열리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피닉스오픈은 '골프 해방구'로 불린다.
정숙과 매너를 강조하는 다른 골프 대회와 달리 음주와 야유를 포함한 고성방가가 모두 허용되기 때문이다.
나흘 동안 40만 명이 넘는 관객이 모여 술판을 벌인다.
심지어 이런 해방감을 부추기려고 맥주 파티와 록 콘서트까지 열어준다.
그러나 내년 2월 5일 개막하는 피닉스오픈이 예전처럼 '골프 해방구'가 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골프 전문 매체 골프위크가 11월 25일 보도했다.
미국을 강타한 코로나19 확산 사태 때문에 피닉스오픈도 자칫 '무관중'으로 치러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피닉스오픈은 지난해에는 정상적으로 열렸다.
작년 2월은 코로나19가 미국에 본격적으로 번지기 전이었다.
PGA투어는 코로나19 사태가 악화한 3월에 문을 닫았고 8월에 재개했지만, 관중은 받지 않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코로나19 감염자가 쏟아지고 있어 피닉스오픈도 무관중 개최 가능성까지 대두되는 실정이다.
무관중 개최는 곧 '골프 해방구'의 실종을 뜻한다.
이달 초 개최한 PGA투어 휴스턴오픈 때는 시범적으로 관객 2천 명을 허용했다.
피닉스오픈 역시 무관중 보다는 관중을 제한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야외의 탁 트인 공간에서 적절한 거리 두기와 마스크를 착용한다면 코로나19 감염 우려는 줄어든다.
대회 운영을 책임진 스콧 젱킨스 회장은 "우리는 경기장을 찾는 팬이 중요하다. 팬이 만드는 대회"라면서도 "그러나 더 중요한 건 관중, 선수, 진행 직원, 자원봉사자들의 안전과 건강"이라며 관중 제한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이런 방역 지침은 그러나 대회 때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관람석을 가득 채운 관중이 함성을 지르는 대신 드문드문 떨어져 앉아서 마스크를 쓰고 침묵 속에 경기를 지켜본다면 피닉스오픈의 특성은 사라진다.
방역과 흥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가 힘들어 보인다.
어쨌든 작년보다 규모 축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피닉스오픈의 상징이 된 16번 홀 '콜로세움' 관람석은 곧 공사를 시작해야 하지만, 관람석 규모를 놓고 고심 중이다.
2만 명을 수용하는 3층짜리 관중석은 내년에는 단층으로만 지을 계획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시대에 열리는 피닉스오픈이 '골프 해방구'의 정체성을 어떻게 지켜나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