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미국 학교들이 교사 부족 문제에 직면했다.
15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코로나19 감염 위험으로 퇴직·휴직 등을 신청한 교직원들이 크게 늘었고, 일부 학교들은 교육 관련 학위가 없는 지원자도 교사로 긴급 채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교사 임금 인상, 교육 시스템 개선 등 교육계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는 더 커지고 있다.
미국 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전국 공립학교 교직원은 약 753만명으로 나타났다.
지난 2월에 비해 8.7% 감소했고, 2000년 이후로는 최저치를 기록한 것이다.
교사가 부족해지자 온라인 학급당 학생 수는 50명이 넘는 곳이 많아졌고, 유치원에서는 학부모와 스쿨버스 운전사까지 보조교사로 나서고 있다.
코로나19 확진 교사도 무증상이라면 온라인 학습을 이끌도록 권고하는 학교까지 있다.
사무직 직원도 부족해 학교 운영 전반에 빨간불이 켜졌다고 WSJ는 전했다.
코로나19 감염 위험과 업무 과중은 교사들을 학교 밖으로 밀어냈다.
아리조나주 피닉스에서 공립고등학교 교사로 일하던 안드레아 머피(54)는 학기 시작 6주 만에 조기 은퇴를 결정했다.
원래 3년 뒤 은퇴 계획이었지만 코로나19 방역 대책 없이 교실에 있는 것만으로도 정신적·신체적 피로가 커졌다.
대면수업과 온라인수업을 병행하는 등 교육시스템이 급변하고 업무량이 늘어난 것도 이유였다.
머피는 "코로나19 이후 교사들이 '소모품'이 된 기분이었다"고 WSJ에 말했다.
학교를 떠나는 교사는 많아졌지만, 교육현장에 지원하는 사람은 크게 줄었다.
아리조나주에서는 지난 8월 학기 초 6145명의 교사 공석 중 78%를 정식 교사 자격증을 갖추지 않은 인력으로 채웠다.
3080명의 신규 교사는 다른 나라에서 관련 학위를 받았거나 교육학을 전공 중인 대학생 임시 교사 등이었다.
1728명의 공석은 결국 지원자가 없어 교실을 통폐합하고, 교장에게도 수업을 배분했다.
신규채용된 교사 중 200명은 개학 첫날 나타나지 않거나 학기 시작 몇 주 만에 그만뒀다.
8월부터 10월까지 교사 퇴직금은 전년 대비 24% 증가했다.
학교들은 아예 교사 채용 요건을 완화하고 있다.
아리조나주 워싱턴초등학교는 이번 학기 전직 경찰관, 식당 매니저, 배관공 견습생 등을 교사로 채용했다.
학교 측은 이들이 교사로 일하면서 관련 자격증이나 학위를 취득할 수 있도록 시간외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공립학교 교사 임금 인상, 온라인 수업 장비 마련, 돌봄 교실 확충 등 코로나19 이후 교육현장 개선을 향한 요구가 커지고 있지만, 현실은 바뀌지 않고 있다.
아리조나주에서는 지난달 고소득자에 대한 소득세를 인상해 공립학교 예산으로 편성하자는 주의회 안이 발의됐지만, 공화당 의원들의 반대로 의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WSJ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교육현장에서 교사들은 지치고, 부모들은 좌절하고, 학생들은 학업 진전이 거의 없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