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는 총 여섯 지구(Division)로 나뉘어 있다.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곳은 ‘내셔널리그 서부지구’다.
엘에이(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아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콜로라도 로키스가 소속돼 있다.
5팀 모두 한국 선수들이 뛰거나, 뛰었던 곳이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는 올해 최대 격전지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다저스가 오타니 쇼헤이와 야마모토 요시노부를 모두 영입한 데 이어 샌디에이고와 샌프란시스코, 아리조나도 ‘공공의 적’ 다저스를 잡기 위해 전력을 보강했다.
지난 11년간 10번의 지구 우승을 달성한 다저스는 올해도 강력한 지구 우승 후보였다.
하지만 지구 라이벌 세 팀이 다저스를 집중 견제한다는 측면에서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개막 전부터 전운이 감돌았다.
시즌 중반까지는 ‘역시 다저스’였다.
다저스는 개막 후 단 하루도 지구 1위에서 내려온 적이 없다.
반면 ‘타도 다저스’를 외친 다른 세 팀이 부진하면서 다저스와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다저스는 6월21일 이미 9경기 앞선 지구 1위였다.
다저스가 6할대 승률을 질주한 시점에 샌디에이고와 샌프란시스코, 아리조나는 5할 승률도 맞추지 못했다.
기대와 어긋난 싱거운 순위 싸움이었다.
기류가 묘해진 건 7월이었다.
다저스는 부상자가 속출하면서 이긴 날보다 지는 날이 더 많았다.
7월 성적이 11승13패에 그쳤다.
그 사이 샌디에이고와 아리조나가 드디어 본색을 드러냈다.
7월 이후 아리조나 27승10패, 샌디에이고 22승11패를 기록하면서 다저스와 격차를 좁혔다.
다저스는 샌디에이고와 아리조나의 추격이 부담스럽다.
7월 이후 승률에서 샌디에이고가 0.667, 아리조나는 무려 0.730에 달한다.
같은 기간 메이저리그 전체 1위가 아리조나, 2위가 샌디에이고다.
그러나 다저스도 믿는 구석은 있다.
부상자들의 복귀다.
일단, 무키 베츠가 돌아오면서 복귀전(13일)부터 홈런을 터뜨렸다.
그동안 내야수로 나오면서 수비 부담이 더해졌는데, 우익수로 돌아왔기 때문에 공격에 더 집중할 수 있다.
다저스는 선발 워커 뷸러와 3루수 맥스 먼시, 트레이드로 합류한 토미 에드먼도 복귀를 눈앞에 두고 있다.
그리고 야마모토도 부상 터널의 끝이 보인다.
불펜 피칭 투구 수를 40구까지 끌어올렸고, 곧 타자를 두고 공을 던지는 라이브 피칭 훈련을 소화한다.
여기서 별다른 문제가 없으면 마이너리그 재활 경기 등판 후 메이저리그 팀에 합류하게 된다.
다저스는 이 선수들이 정상적으로 가세하면서 분위기 반전을 도모한다.
올해 내셔널리그 서부지구는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Wild Wild West)’였다.
당초 밋밋하게 흘러갔던 순위 싸움은 샌디에이고와 아리조나의 각성으로 ‘순한 맛’에서 ‘매운맛’이 됐다.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도 턱밑까지 쫓아온 두 팀에 대해 “스코어보드를 확인하지 않는다면 거짓말일 것”이라고 말하며 “매우 의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즌 막바지 순위 싸움은 한 경기에 희비가 교차한다.
‘미리 보는 가을 야구’다.
이는 올해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 바랐던 모습이기도 하다.
진짜 ‘왕좌의 게임’이 지금부터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