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미국에서 각종 선거들은 공립학교 체육관과 교실에서 치러졌다.
부지가 넓어 많은 사람을 수용할 수 있는 것은 물론 투표 장비를 놓기에 용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리조나를 포함한 일부 주의 공립학교가 투표소로 빌려주기를 거부하면서 오는 11월 대선은 임대한 상점, 장례식장 등 공립학교를 대신한 장소에서 치러질 예정이라고 워싱턴포스트가 5일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도널드 트럼프가 처음으로 투표용지에 이름을 올린 지 8년 만에 주요 지역에 위치한 수백 개 학교는 더 이상 선거를 치르는 것과 관련한 위험을 감수하려 하지 않는다”며 “2016년에는 투표소의 37%가 학교였지만, 올해는 14%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가 자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4년 동안 159개 기존 투표소가 계속해 투표소가 되는 걸 포기했다.
여기에는 28개 학교가 포함된다.
워싱턴포스트가 인터뷰한 20명의 학교 관계자, 주정부 관계자, 학교 안전 관리자 및 선거 전문가는 트럼프 지지자들이 지속적으로 투표 시스템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많은 기존의 투표소들이 더 이상 투표소가 되길 원하지 않고 있다.
아리조나주의 경우 트럼프가 2020년 대선에서 패배하면서 선거에 개입했다는 음모론에 직면했고, 투표소를 감독한 이들은 살해 위협을 받았다.
공화당의 선거 감독관인 빌 게이츠는 워싱턴포스트에 “사람들이 비용, 편익을 분석한 결과”라며 “투표소가 될 경우 폭력 위협에 직면할 수 있고, 정치 음모론에 빠질 수도 있기에 비용이 더 크다고 인식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에 일부 학교의 교장은 선거를 치르기에 충분한 공간이 없다고 말하거나, 학생의 안전이 위험에 처해 있다면서 투표소에서 제외되기를 요구하고 있다.
스콧 멘젤 마리코파 카운티 통합교육구 교육감은 “사람들이 은닉 무기를 소지할 수 있으며, 바디 카메라를 착용하고 있을 수도 있고, 부정 선거가 일어나고 있다고 믿는 사람들도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선거 근무자에 대한 위협은 큰 문제”라고 말했다.
멘젤 교육감은 주차 문제, 준비 및 정리하는 데 걸리는 시간, 그리고 정치적 긴장이 고조된 환경에서의 안전 문제를 지적했다.
멘젤 교육감은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다”며 “학교 캠퍼스에서 누군가 후회할 만한 일을 저지를 수 있는 접점이 필요 없다”고 강조했다.
주 내에서 가장 큰 교육구인 메사 공립학군도 이에 동참해 올해 학교를 투표소로 개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메사 공립학군 대변인 제니퍼 스나이더는 “강화된 안전 프로토콜과 과거 선거에서 직원 및 학생의 경험을 검토한 결과, 현재로서는 투표소를 운영할 수 없다”고 밝혔다.
스카츠데일 통합 교육구는 최근 몇 년간 학교를 투표소로 제공하지 않았다.
2016년 예비 선거 당시, 마리코파 카운티 내 투표소의 32%를 학교가 담당했지만 이번 예비 선거에서는 6.5%로 급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학교 관계자들이 학교를 투표소로 제공할 경우 얻을 수 있다는 이점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편리하고 접근 가능성이 높은 투표 장소를 마련해야 하는 선거 관리자들은 어려움에 직면했다”고 했다.
실제로 아리조나주 마리코파 카운티는 지난해 말 올해 대선을 계획하기 시작했으나 투표소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마리코파 카운티에는 투표소를 찾는 일을 담당하는 3인조 팀이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들은 ‘미안합니다’라는 말을 듣는 데 익숙해졌다”고 했다.
마리코파 카운티는 공립학교를 대신할 투표소를 찾기 위해 쇼핑몰을 포함한 개인 소유 공간을 임대했다.
이를 위해 마리코파 카운티는 올해 투표소 임대에 100만 달러 가까운 예산을 책정했다.
이는 2016년(5만3000달러)보다 10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마리코파 카운티의 선거 관리자인 스콧 재럿은 “지역사회의 지원 없이 직접 선거를 치를 수 없다”며 “학교, 교회, 커뮤니티 센터 등 지역 사회의 신뢰할 수 있는 건물은 강력한 민주주의를 보장하기 위해 우리 모두에게 공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