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 캐년 국립공원에서 돌발성 폭우로 강이 범람하면서 여행객 1명이 사망하고 100여명이 구조됐다.
26일 국립공원관리소(NPS)에 따르면 전날 오전 11시 30분께 그랜드 캐년 국립공원 내 콜로라도강 인근에서 여성의 시신 한 구가 발견됐다.
시신의 신원은 아리조나주 길버트에서 온 체노아 니커슨(33)으로 확인됐다.
니커슨은 지난 22일 국립공원 내 하바수 캐년 지역을 강타한 폭풍우로 콜로라도강 지류인 하바수 크릭이 범람한 뒤 실종 신고가 접수돼 NPS에서 수색 중이던 대상이었다.
그는 하바수 크릭과 콜로라도강이 합류하는 지점으로부터 약 91m 떨어진 곳에서 마지막으로 목격됐으며 당시 구명조끼를 입지 않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니커슨의 시신은 일요일이던 25일 오전 11시 30분경, 그녀가 마지막으로 목격된 곳에서 약 19마일 떨어진 리버 마일 176 근처에서 여행객에 의해 발견됐다.
NPS는 시신을 수습한 뒤 헬기를 이용해 관할 카운티 검사관에게 보냈다고 밝혔다.
지난 24일에는 강이 범람한 지역 인근의 비버 폭포 부근 협곡에 고립돼 있던 관광객과 주민 총 104명이 긴급 구조됐다.
아리조나주 방위군은 블랙호크 헬기를 동원해 이들을 대피소로 이송했다.
이 지역에 갑작스럽게 쏟아진 비는 몬순 스톰의 영향인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지역은 하바수파이 인디언 보호구역으로, 원주민 부족이 거주하며 관리하는 곳이다.
구조된 관광객 중 한 명인 슈루티 초프라(34)는 그랜드 캐년에 비 예보가 있었지만 하천이 그렇게 순식간에 범람할 줄은 몰랐다고 CNN 방송에 말했다.
그는 4명의 가족과 함께 하천 인근에서 비가 멈추길 기다리다가 지나가던 한 원주민이 이들을 향해 "더 높은 곳으로"라고 거듭 외치는 소리를 듣고 고지대로 올라가기 시작했다고 당시 현장의 상황을 방송에서 밝혔다.
하바수 크릭 근처에 사는 로셸 틸루시는 목요일이 맑은 하늘의 아름다운 날로 시작했지만 오전 11시가 되자 구름이 몰려왔고 한 시간 뒤에는 최소 30분 동안 폭우가 쏟아졌다고 말했다.
"정말 무서웠다. 내 인생에서 두 번째로 겪는 큰 홍수였다"고 틸루시는 전했다.
피해지역을 여행 중이던 로렌 피쉬벡은 “폭우가 쏟아지고 30분 정도가 되자 캠핑 지역으로 급속도로 물이 차올랐다. 고지대로 대피하라는 이야기가 나왔고 많은 사람들은 텐트나 소지품도 챙기지 못한 채 그 곳을 빠져나와야만 했다”며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한편 미국 내에서도 가장 오지 중 하나로 알려진 하바수파이는 지리적 위치로 인해 휴대폰 서비스 접근성에 제한이 있어 제대로 된 경보시스템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역 주민과 관광객들은 돌발적인 위험에 대한 경고를 여전히 입에서 입으로 전파하는 방식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