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 포스트::칼럼
조회 수 84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chan.jpg

 

 

신약성경 마가복음 2장에 중풍병에 걸린 사람과 그 친구들에 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중풍병은 30대 이후, 보통은 40대 중반 이후에 일어납니다. 마가복음의 중풍병자는 그래서 아마 40대 초반까지는 정상인으로 잘 살았을 것이라 추측합니다. 

그런데 어떤 이유에선지 스트록(stroke)을 맞았습니다. 전신을 움직이지 못하고 침대에만 누워 살아야 하는 운명이 되었습니다. 누군가가 먹여주어야 했고, 옷 갈아 입혀주고, 욕창에 걸리지 않게 씻어주어야 했고, 목욕시켜주고, 대변 소변 다 처리해주어야 했습니다.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자존심마저 지킬 수 없는 불행한 삶이었습니다. 부인이 해주었는지, 자식들이 해주었는지, 부모가 해주었는지, 어떤 식으로든 누군가가 도와주지 않으면 하루도 살 수 없는 운명이었습니다.

경제적인 것은 말할 것 없었을 것입니다. 남성 중심 사회에서 남자가 그렇게 되었으니 그 자신이나 가정이나, 만일 가정이 있었다면요, 참으로 말로 다 할 수 없는 가난과 참혹함 속에 살았을 것입니다. 

재활 시설 같은 것은 꿈도 못 꾸었을 것이고, 간단한 치료조차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저 평생 길에 눕혀진 채 거지로 지나가는 사람들이 던져주는 동전 몇 닢으로 하루하루를 연명했어야 할 것입니다.

이따금 꿈도 꾸었겠지요. 마음대로 몸을 움직이며 걷고 뛰고 아이들과 손잡고 즐겁게 노는 꿈을. 

그러나 잠에서 깨어나면, 혼자 힘으로는 도저히 일어날 수도, 걸어갈 수도 없이, 천정만 우두커니 바라볼 수밖에 없는 미이라 같은 인생이었습니다. 그저 가로 1미터 세로 2미터 나무 판대기 침상이 그가 경험할 수 있는 온 세상이었고, 거기에 눕혀진 채 감옥보다 더한 칠흑 같은 나날을 보냈습니다. 

돈도 없고 직업도 없고 영향력도 없고, 가정도 아마 없었을 것입니다. 미래 같은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겠죠.

그러나 그에게 있는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돈도 없고 직업도 없고 명예도 없었지만, 그에게 한 가지 있는 것이 있었습니다. 

그 어느 것보다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친구들. 자존심마저 주장할 수 없었던 완전히 황폐화된 그에게, 그 무엇보다 소중한, 함께 아파해주고, 함께 울어주고, 함께 웃어 줄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중풍을 맞기 전에 그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알 수 없지만, 그러나 그에게 이런 친구들이 있다는 사실로 미루어 볼 때, 아마 건강했을 때 사람들과 관계를 소중히 여기고 공동체를 중요하게 생각했던 사람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침상 네 귀퉁이를 들고 있는 친구 4명과 또 침상을 지붕으로 올리는 과정에서 함께 도왔을 다른 친구들을 모두 합친다면 아마 7명 내지 8명은 족히 되었을 것입니다.

그 당시 중풍병자에게 중풍병은 사람들과 관계를 단절시키는 벽이었습니다. 

고대 그리스 로마 문명권에서 육체에 결함이 있는 아이들은 보통 방치되어 내버려졌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기형아를 키우지 못하도록 법으로 제정하라"라는 주장을 하기도 했습니다. 실제 로마에서는 "기형아를 즉시 죽이라"는 성문법이 있었습니다. 

이스라엘 유대 사회에서도 신체 불구자들은 하나님이 저주한 사람들로 치부되어 예루살렘 성에 들어오는 것이 금지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이런 중풍병자를 가까이 하고 친구로 삼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의 친구들은 이런 모든 법적 종교적 장애물들에 굴하지 않고 친구가 되기로 결심하고 그렇게 행동했습니다.

'친하다'는 것과 '친구'는 의미가 다릅니다. 친한 사람 또는 친절한 사람이라고 해서 꼭 친구라고 할 수는 없지요. 

'저 사람과 친한 사이야, 친해'라는 것과 '쟤는 나의 친구야'라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닙니다. 친한 관계, 친절한 사람은 언제든 상대가 불친절하게 나오거나 또는 과도한 희생이 요구되면 가차 없이 관계를 끊어버립니다. 더 이상 이용 가치가 떨어지거나 거래가 끝나면 멀어지죠. 주고 받는 관계이고, 준 만큼 돌아올 것을 계산하는 관계입니다. 

그러나 우정 또는 친구는 계산하지 않습니다. 계속 주기만 해도 괜찮습니다. 돌아오는 것 하나 없어도 그저 주는 것에서 기쁨을 얻고 만족합니다. 그것이 우정이고 친구입니다.

중풍병자의 친구들이 예수님이 마을에 오신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친구들은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싶었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일 것이니 같이 만나 일찍 가자, 서로 약속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한 친구가 입을 엽니다. '아니야, 우리만 갈 수는 없어. 우리 친구도 침상 채 들고 가자. 그에게 큰 힘이 될 거야. 혹시 알아? 소문이 정말 사실일지. 예수가 우리 친구를 고쳐주신다면 얼마나 좋겠어. 꼭 그를 데리고 가자!'

몸이 불편한 중풍병 친구를 데려간다는 것은 힘든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그런 고생쯤은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친구 걱정뿐이었습니다. 

러시아 태생의 심리학자 유리 브론펜브레너(Uri Bronfenbrenner)는 가족을 이렇게 정의했습니다. 가족이란 "구성원의 행복을 위해 비이성적으로 헌신하는 그룹."

계산하고 앞뒤 재는 것은 이성적이지만 친구는 아닙니다. 진정한 친구는 친구의 행복에만 몰두하여 비이성적이 됩니다.                     

(다음 호에 계속됩니다)


  1.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명도전(明刀錢)

    지난 주간 MBC 피디 수첩을 유투브로 보았습니다. 부자 세습으로 세간에 주목을 받고 있는 서울의 명성교회를 다뤘습니다. 대부분 이미 알고 있던 내용이었지만 다시 보며 참담함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저녁 늦게 보기 시작했는데 창문이 열려 있는 것도 잊...
    Date2018.10.21
    Read More
  2.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선한 의도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선한 의도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라는 구절은 특수교육을 공부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말입니다. 어느 위대한 분께서 하신 말씀인지는 모르나 미국 특수교육의 역사를 공부하면서 가슴에 팍 와 닿는 문구입니다. 미국 특수교육의 역사는 짧고 굵습니다. 모...
    Date2018.10.13
    Read More
  3.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쓰레기통 옆에서

    일본 의사 하로야마 히데요시는 그의 책 『뇌내혁명』에서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이라고 합니다. 의사였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수년 동안의 연구 끝에 건강이 가장 중요하다 하면서, 건강을 위해서는 이렇게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첫째, 건강을 위...
    Date2018.10.13
    Read More
  4.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미국에서 ESL 교실 탐방 이야기

    지구인 여러분, 영어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미국. 그리고 교육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공립 초등학교에서는 ESL 프로그램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요? English as a Second Language(ESL) 반은 어떤 학생들이 소속되어 있으며 어떤 식으로 공부를 하게 ...
    Date2018.10.07
    Read More
  5.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선택은 힘들어!

    미국은 선택의 나라다. 선택 할 일이 참 많고, 개인의 선택이 존중된다. 선택의 유무는 자유와 직결된다. 한국에서 살 때는 선택을 해야 할 경우가 많지 않아 선택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 이곳 미국에서 날마다 수많은 선택을 강요(?) 받다 보니...
    Date2018.09.30
    Read More
  6.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Spotify 예찬

    프란체스코 교황이 자신의 고국 아르헨티나의 주간지 <비바>와 한 인터뷰에서 행복에 이르는 비밀 지침 10가지를 제시했습니다. 이 시대를 함께 사는 사람들을 위한 '행복 10계명'인데, 이렇습니다. 1) 내 방식의 삶을 살되, 타인도 자신의 삶을 살게...
    Date2018.09.30
    Read More
  7. [이인선의 메디케어 칼럼] 10월이 되기 전에

    벌써 10월이 닥치고 곧 매년 이맘 때의 연례 가입기간이 시작되는군요. 10월이 되기 전에 알아두면 좋을 메디케어에 관한 몇 가지 알려드릴 것이 있어서 펜을 들었습니다. 1) 새 메드케어 카드 발급 메디케어 닷 가브에서 이메일이 왔습니다. 우리가 살고있는...
    Date2018.09.30
    Read More
  8.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약함이 주는 강함

    나는 요즘 공립초등학교에 있는 특수학급으로 매일 출근한다. 무려 70일간이나 교생실습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교생실습 기간 중에는 네 번이나 장학관에게 검열(?)을 받아야 한다니 정말 확실히 실습을 시켜 먹는구나 하는 생각이 치밀어 오른다. 이제 울며...
    Date2018.09.26
    Read More
  9.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가짜 뉴스

    백야드 텃밭을 갈아 엎고 있습니다. 텃밭이라 하기에는 좀 커서 며칠은 해야 밭을 다 일구고 파종을 할 수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밭을 일군 것이 올 해로 3년 째인데 아직 밭의 토질을 잘 모릅니다. 원래 잔디밭이었는데, 10여 년 전에 잔디를 다 걷어내고 밭...
    Date2018.09.26
    Read More
  10. [이인선의 메디케어 칼럼] 축하합니다. 메디케어 카드를 받았어요!

    뜨거운 태양이 조금 늦게 뜨고 조금 일찍 집니다. 가을이 오는 발걸음 앞에 여름은 백기를 들고 사라지겠죠. 1) 드디어 카드를 받았어요! 최근에 기뻤던 일이 있었습니다. 연세가 많으시고, 오랫동안 미국에서 사셨지만 미국 내에서 일을 충분히 안하셔서 세...
    Date2018.09.16
    Read More
  11.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지구인들이여,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신가요?

    미국에 살다 보니 영어 때문에 주눅드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특히 매주 영어로 글을 써야 하는 입장에서는 영어 때문에 가슴이 턱턱 막히고 눈물이 고이는 순간도 있습니다. 대학원에서 듣고 있는 과목의 숙제 때문에 2주 동안 동네에 있는 초등학교, 특히 ...
    Date2018.09.16
    Read More
  12.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가수 양희은의 노래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를 종종 듣습니다. 양희은 씨가 직접 지은 노랫말이 특히 마음에 와 닿아 몇 번씩 반복하여 듣곤 하죠. 이런 노랫말입니다. 다시 또 누군가를 만나서 / 사랑을 하게 될 수 있을까 / 그럴 수는 없을 것 같아 // ...
    Date2018.09.16
    Read More
  13.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완전 지구인 출몰!

    지난 겨울, 우리 집에 지구인이 왔다. 그는 아프리카 케냐에서 의료 선교를 하고 있는 남편의 후배이다. 그가 할 줄 아는 말은 한국어, 스와힐리어, 그리고 영어. 우리들은 한국어로 대화를 나누었다. 저녁 식사는 우리 교회에 있는 또다른 지구인 부부와 함...
    Date2018.09.08
    Read More
  14.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인위적 기독교(교회)

    지난 몇 주 동안 읽고 있는 책에 이런 말이 나옵니다. 웬디 제하나라 트레메인(Wendy Jehanara Tremayne)이 쓴 『좋은 인생 실험실』(The Good Life Lab)이라는 책입니다. 저자는 18세기 프랑스 철학자 볼테르의 말을 인용하는데 이렇습니다. "인위적인 종교...
    Date2018.09.08
    Read More
  15.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지구인의 정체성

    며칠 전 우리집에 한국에서 알고 지내던 지구인 가족이 놀러 왔다. 일년 반 전에 미국으로 취직이 되어, 온 가족이 미국으로 오게 되었는데, 앞으로 미국에 눌러앉을 생각이란다. 아무래도 올망졸망한 아이 셋을 키우기에는 미국이 한국 보다 더 나을 것 같다...
    Date2018.09.01
    Read More
  16.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친구 (2)

    지난 주 친구(1)에 이어 계속됩니다. 중풍병에 걸린 친구를 침상에 들고 예수님이 계신 곳에 도착했습니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단 한 걸음도 집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 친구들 사이에 잠시 침묵이 흐르는데 한 친구가 기발한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
    Date2018.09.01
    Read More
  17.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아리조나 특수교육 탐방기(2)

    미국에는 정말 다양한 특수교육기관들이 있더군요. 학교 과제 덕분에 여러 종류의 특수 교육 환경을 참관했습니다. 독립된 특수학교, 초등학교 안의 특수학급, 고등학교 안의 특수학급, 복지관, 치료 센타 등등을 말입니다. 한국에 있을 때는 우물 안의 개구...
    Date2018.08.27
    Read More
  18.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친구 (1)

    신약성경 마가복음 2장에 중풍병에 걸린 사람과 그 친구들에 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중풍병은 30대 이후, 보통은 40대 중반 이후에 일어납니다. 마가복음의 중풍병자는 그래서 아마 40대 초반까지는 정상인으로 잘 살았을 것이라 추측합니다. 그런데 어떤 ...
    Date2018.08.27
    Read More
  19.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아리조나 특수교육 탐방기(1)

    지구인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나이 마흔살이 넘어서 뒤늦게 특수교육을 공부하기 시작하였고 이제 그 공부도 막판을 향해 치닫고 있습니다. 일년 넘게, 석고와 같이 굳어버린 머리로 공부하며 맺은 열매는 옆구리의 살, 두꺼운 팔다리, 엉망진창 집안살림...
    Date2018.08.18
    Read More
  20.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한국어 학교 이야기

    샬롬, 지구인들. 더위 잘들 견디고 계신가요? 저는 아리조나에서 산 지 이제 3년이 조금 넘은 지구인입니다. 예전에는 한국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살았고 지금은 특수교육교사가 되기 위해 막바지 공부에 열을 올리고 있는 아줌마입니다. 예전에 제가 학생들을...
    Date2018.08.10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7 8 9 10 11 12 13 14 15 16 ... 20 Next
/ 20
롤링배너1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