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간 MBC 피디 수첩을 유투브로 보았습니다.
부자 세습으로 세간에 주목을 받고 있는 서울의 명성교회를 다뤘습니다.
대부분 이미 알고 있던 내용이었지만 다시 보며 참담함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저녁 늦게 보기 시작했는데 창문이 열려 있는 것도 잊은 채 몰입했던 것 같습니다.
날이 선선해지면서 아침 저녁으로 창문을 열지요.
새벽에 기도하러 갔는데 몸이 많이 불편했습니다.
'교회가 저렇게 속 빈 강정이 될 수 있구나,' '성경이 말하는 목사가 아니다 저 분은,' '하나님 마음이 얼마나 아프실까?'
그런 생각 때문에 기도 문이 열리지를 않았고, 어깨가 쑤시고, 찬 바람 때문에 열도 조금 있었습니다.
일찍 집으로 돌아오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과 걱정으로 눈앞이 깜깜했습니다.
결국 돈 때문이었습니다.
PD 수첩은 800억 비자금 문제에 초점을 맞추어 문제를 풀어갔습니다.
세습을 하지 않을 것이라 공언하던 분이 갑자기 태도를 바꾸어 세습을 정당화시키기 시작한 이유가 800억을 관리하던 장로가 자살한 이후였습니다.
그 후 800억에 대한 비밀의 열쇠를 쥐고 있는 사람은 오직 한 사람 김삼환 목사였습니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수많은 부동산들도 말문을 막히게 했고요.
'아, 그래서 저렇게 무리하게 세습을 강행했구나,' 나름 결론을 얻었습니다.
돈이 교회를, 목사를, 장로 교단을, 심지어는 한국 교회를 집어 삼킬 기세입니다.
나도 저렇게 돈 앞에 무너질 수 있겠다는 생각에 두려웠습니다.
명도전(明刀錢)은 고대 중국의 청동화폐 중 하나입니다.
어른 손바닥 크기의 표면에 명(明)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손칼 모양의 화폐입니다.
즉 칼(刀) 모양을 한 돈이라는 얘기죠.
보통 옛날 돈 하면 '상평통보' 같이 동그란 모양에 네모난 구멍이 뚫려 있는 모양을 상상하는데, 명도전은 그렇지 않습니다.
돈을 벌기 위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오늘의 세태를 BC 4-3세기 고대인들은 벌써 예견이라도 한 듯 말입니다!
영산대학교 배병삼 교수는 명도전을 통해 고대인들이 오늘 우리에게 이렇게 말을 걸어온다고 합니다.
"돈을 버는 짓이 칼날 끝 위에 서는 것만큼 위태롭고 어려운 일"이라고, "이익이나 소득의 뒤끝에는 목에 칼날이 치고 들어올 수 있는 위험을 각오"하라고.
명성교회 김삼환 목사가 명도전을 쌓아놓은 셈입니다.
자기 자신에게, 교회에, 또 한국 교회 전체에게요.
신자유주의를 마귀의 공격이라고 일갈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3년 11월 6일 바티칸의 성 베드로 광장에서 알현 도중 '엘리펀트 맨'을 연상시키는 한 남성과 마주하였습니다.
머리 전체가 혹으로 뒤덮여 있는 남성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축복하더니 끌어안고 이마에 입을 맞추었습니다.
이탈리아 남성 비니치오 리바(53세)였습니다.
"내 병이 전염성은 아니었지만 교황은 그런 것은 생각지도 않고 먼저 내 얼굴부터 감싸 안았다"며 "1분 남짓한 침묵의 시간 동안 나는 천국을 경험했다"고 CNN에 말했습니다.
"나는 자기 안위를 지키느라 속으로 병든 교회보다는 길거리에 나가있어 멍들고, 상처받고, 더러운 교회를 택하겠습니다."
교황의 말씀입니다.
자기 안위에 연연하다 결국 명도전에 치명타를 맞고 있는 명성교회 등 한국 교회들이 들어야 할 말씀입니다.
백범 김구 선생이 쓴 최후의 글씨 소개하고 마치겠습니다.
조선 4대 문장가의 한 사람인 신흠의 시 중 일부입니다.
桐千年老恒藏曲(동천년노항장곡)
梅一生寒不賣香(매일생한불매향)
月到千虧餘本質(월도천휴여본질)
柳經百別又新枝(유경백별우신지)
오동나무는 천 년이 되어도 항상 곡조를 간직하고 있고, 매화는 일생 동안 춥게 살아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 달은 천 번을 이지러져도 그 본질이 남아 있고, 버드나무는 100번 꺾여도 새 가지가 올라온다.
초심이 조금씩 흐려지는 나 자신을 보며 백범의 생각에 나와 교회를 다시 맞추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