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한 조각 머리에 이고 막차가 종점에 들어서면
시든 사과 몇 알 뒹구는 광주리를 낀 아낙
천 길 낭떠러지같은 버스 계단을 내린다
종종 걸음으로 손님 빠져나가는 매표구 앞
30촉 백열등은 물탄 막걸리처럼 뿌옇다
허연 머리 노인 궁시렁대며 좌판을 정리한다
벽에 매달린 먼지 낀 마른 오징어
오늘도 다시 상자속으로 들어간다
포장마차 아낙 어깨처진 길손의 손목 잡아채고
파아란 카바이트 불 앞에 붉은 멍게 꽁치 몇마리
바다의 물살을 기억하는가 아직 신선하다
멀리 샛강에는 희미한 개짓는 소리 들리는 한 밤
어디선가 들려오는 여인의 가느다란 흐느낌 소리에 어둠은 더욱 깊어간다
발자국 소리 서서히 멀어지고
달빛은 환하게 쏟아지는데
목쉰 막노동꾼의 고함소리
버스 대신 밤길을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