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이 사르르 가지마다 꽃불을 놓고
희롱하는 사월의 끝마무리에서
어느새 힘찬 찬바람으로 마지막을 장식하려고
초여름을 재촉하는 것인가
앞집 지붕의 기왓장 위에
아름답게 자리잡고 앉은
한 쌍의 우는 비둘기 웃음소리!
함께 했던 벗을 부르는 메아리는
누구를 하염없이 부르는 외침인가
뒷뜰의 어린 뽕나무의 가냘픈 가지가지마다,
잎새마다 새겨지고 있는 것은
아득한 그리움으로 나의 가슴을 하얗게 부셔내고 있구나
잊어야 할 머나먼 그리움을
너의 잎과 가지가 피어나고 싹티우는 모습에…
바람이 휘몰아치는 가지가지 사이에
맺어진 그리움의 모습이 아련히 피어나기에
살레! 살레! 고개짓하는 모습
그래도 그리움인 걸 어떻게 해…
황홀한 옛 생각이 함빡 머금고 있는 모습에
짓궂은 바람이 한껏 흙을 쳐내면서
햇빛 쌓인 뒤뜰은 다시 허물을 내치고
따뜻따뜻한 초여름의 기운을
내 가슴에 한껏 품어 안아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