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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봄날이 오면 어머니 생각이 난다. 어머니는 앞마당, 뒷마당에 봉선화, 파랭이, 할미꽃, 분꽃, 맨드래미, 금어초들을 심을 때마다 나를 찾으셨다. 이 꽃은 여기, 저 꽃은 저기, 라고 일러 주면 나는 땅을 파고 물을 듬뿍 주며 도와드렸던 일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동네에도 큰나무들로 둘러싸인 숲이 있어 그 속에서 뛰어 다니며 놀았다. 꽃과 나무들과 벗삼아 살다가 사막지대인 아리조나에 처음 왔을 때 느꼈던 실망감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사막 식물들을 볼 때 주위 풍경이 어쩐지 빈 것 같고 노랗거나 자색으로 보이는 산과 들이 무정하고 박해보이기도 하여 친절성이 없는 사람과 같은 느낌을 받았던 것은 어쩌면 나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그 실망감은 오래가지 않았다. 생전에 보지도 못했던 꽃과 나무들, 특히 관목(shurubs)이 보통 우리가 자랄 때 눈에 익숙한 나무와는 달라 흥미로웠다. 가시가 많았고 특히 그 나무들에서 피는 꽃들은 신기롭기까지 했다.

아리조나에서 자라는 소위 '소노란' 사막 식물에는 사천사 종류의 꽃과 나무와 관목들이 있다고 들었다. 그 중에 선인장만해도 예순 세 가지나 된다. 그 많은 사막 식물들이 제각기 특유의 오묘하고도 아름다운 이름을 가지고 있다. 아리조나 사막 식물 중, 생명력이 강하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관목(shrub)과 물 없는 땅을 덮는 풀꽃(Ground cover)은 백가지가 넘는데 그 많은 관목과 꽃들의 이름들을 어떻게 다 지어 놓았는가를 생각하면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유럽인들이 이 나라에 와서 자기 나라에 없던 꽃들과 나무들에게 이름을 지어준 것은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정도로 대단한 일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한글에는 있지도 않고 번역한 것도 없어 글 쓰기에도 힘들지만 Red bird Paradise, Baja Fairy Duster나Red Justicia 같은 꽃은 예쁜 새들이나 나비들이 날아다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특히 12월이나 정월이면 동부와 북부 지역은 추위로 야단인데 이곳에서는 아름다운 꽃들이 만발한다. 그 꽃들을 보고 있으면 절로 즐거워지고 사는 것이 행복하다는 것을 새삼스레 실감한다. 겨울에 창문 밖에 보이는 부겐빌이아 (Bougainvillea)는 또 어떤가. 열정스럽고 뜨거운 사랑을 표시하는 듯한 '하트 핑크' 꽃은 우리에게 열정을 가지라고 얘기하는 듯 하다.

선인장도 한몫 거든다. 가시도 많고 보기도 흉한 선인장들이 하얗고 빨간 꽃들을 피어내는 것을 볼 때 자연의 신비로움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사막꽃들, 관목들 그리고 선인장들로 차려놓은 앞마당 뒷마당을 앞뒤 창가로 내다보는 일은 아리조나에서 느끼는 즐거움 중 하나이다. 그 즐거움은 시와 글도 쓰게 하고 노래도 짓고 그림도 그리게 한다. 

앞마당 뒷마당은 가히 천국의 정원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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