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때던 부지깽이도 거든다" 는 망종이 되면
농촌은 보리 베기와 모내기가 맞물려
눈코 뜰 새 없어진다
"어--- 얼럴--- 러 상사디야
서 마지기 논빼미가 반달만큼 남았네 "
주고받는 모내기 소리 한마당이 한참 신명 날 때쯤이면
커다란 함지박 가득 새참을 머리에 인 아낙네와
주전자를 든 아이가 논둑길에 나타나고
못줄을 잡던 동네 아이들은
제일 먼저 새참 바구니로 달려든다
새참 이래야 얼갈이김치 돼지비게가 둥둥 뜬 고추장찌개 정도였지만
막걸리 한 잔의 여유로 뿌듯했었다
그나마
보리 개떡이라도 눈에 띄면
아이들의 손은 잽싸게 움직였다
그 시절 아이들의 봄철 간식이라면
참꽃 아카시아꽃 밀청대 찔레새순 오디 산딸기 같은
자연이 주는 선물이 있었다
이웃들의 품앗이 덕으로
모심기가 끝나면
온 동네 사람들이 모여
한솥밥을 먹는다
아침 새참 점심 새참 아침 점심 저녁
다섯 끼를 준비한 아낙네의
고된 하루도
그제서야 끝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