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 바이러스에 붙들려
테레비 앞에서 뒹굴거리다
문틈을 비집고 들어온
봄 따라서 집을 나선다.
호수 갓길에 들어서니
잔 물결이 막걸리 빛 햇살을
밀고 당기다 말고
힐끗 쳐다보더니 말을 건넨다.
“곧 북쪽집으로 돌아갈 때가 되었으니
가을에나 다시 보겠군.”
“좀 더 있어야 될 것 같아.
도깨비 놀음이 잠잠해 질 때까지는.”
낯선 여인이 맞은 편에서 웃으며 다가온다.
“황금색 광채가 아줌마 머리를 감싸고 있네요.
곧 좋은 일들이 생길 겁니다.”
“아이구 신나.
집시 점술가?”
“집시라니요.
터키에서 이민 왔고요.
미래를 끝나게 보는 능력을 갖고 있어요.
저희 할머니와 어머니처럼요.”
히히덕 거리며
햄버거집 쓰레기를 뒤지던
까마귀 두마리
원을 그리며 하늘로 솟고,
여인은 보챈다.
“아줌마 전화번호 좀 주세요.
매주 아줌마의 미래를 전화로 읽어 드릴께요.”
“됐고요.
나는 미래보다는 현재가 알고싶은데 어쩌죠.”
우린 변변한 인사도 없이 헤어진다.
여인은 아니면 말고의 표정으로,
나는 나에게서 쏟아지는 황금빛 광채를 상상하며.
물을 헤집던
청동오리 한 쌍이 키득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