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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잠든 사이
솔잎사이로 
하느작거리던 초생달이 
내일로 떠나고,
별들은 
남은 밤을 지키려 
눈을 부릅뜨는데,
갑자기 
우주를 뒤흔드는
천둥 울리니,
세상은
숨을 죽이고
새 생명을 
기다린다.
  
주인 잃은
희뿌연 꿈들이 
먼지되어 떠다니는
낡은 헛간 뒤에서
어미 사슴은 가쁜 숨을 몰아 쉬고,
아기 사슴의 가늘고 가는 다리는
우주의 울타리를 훌쩍 넘으니,
별들은 씩 웃으며
밤의 어깨를 친다. 
?

  1.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날궂이 -아이린 우

    갑자기 하늘이 컴컴 해지더니 제비들이 낮게 날고 거센 바람이 나무가지를 흔들어대기 시작했다 동네 어귀 길봉이네 할머니가 산발을 한채 허공을 향해 삿대질을 하며 고래 고래 악을 써댄다 어른들은 비 설것이로 발길이 분주해지고 강아지는 봉당 구석에 웅...
    Date2021.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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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이별 -소머즈

    떠났나요 그대를 다 알지 못했는데 그대를 다 기억 못 하는데 그리고 그대와 함께 만들어 가야 할 추억들이 기다리고 있는데 떠난다는 그 말이 떠났다는 그 말이 메아리 져 먼 산울림에 귀가 멍해집니다 시간은 흘러가고 계절은 어김없이 돌아오는데 포도넝쿨...
    Date2020.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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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공감: 아픔을 고쳐주는 공구 -이영범

    오래 전 아리조나 피닉스 에서 살었을 때의 일이다. 나의 가까운 친지 구 교수는 중국에서 심장마비로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새벽 세 시에 소식을 들은 그의 아내는 그 자리에 쓰러지고 말았다. 정신없이 장례를 치르고 마음을 추스려 교회를 가게된 것은 몇...
    Date2020.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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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창문 밖에는 가을이 저문다 -박찬희

    세월을 낚은 무게에 힘겨운 어깨가 파열음을 일으킨다 들숨과 날숨 속에 특권처럼 쥐었던 긴장의 실타래가 힘없이 풀어지던 날 20년 아득한 시간을 지우개로 지웠다 화살같이 스치었던 마을과 오가던 길을 지우고 접혀 있던 산자락마저 지워 버렸다 허무로 뭉...
    Date2020.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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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시월의 그리움 -권준희

    흔적만 여기 저기... 떠난 세월 보이지 않아도 지문처럼 남긴 기억 잠잠히 머릿속에 살다가 불현듯 예쁜 고통으로 찾아와 내마음을 후벼파면 강풍에 휘둘린 나뭇잎 처럼 요동치는 그리움 못이겨 아리고 시린 마음 끝에 매달린 눈물 끝내 하나 둘 떨구고 붉어...
    Date2020.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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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엘로이 엘로이 레마 사박다니 -김률

    예루살렘 성 안으로 들어서자 시끌법적한 소리가 제일 먼저 나를 반겼다. 소리가 나는 쪽으로 몸을 틀었다. 구레네(지금의 리비아의 수도 트리폴리)에서 예루살렘까지 빠른 걸음과 뛰기를 반복한 덕분에 잠시 숨을 돌릴 여유가 있었다. 유월절 저녁 식사 떄까...
    Date2020.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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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꽃무릇 -아이린 우

    꽃술 하늘 향해 벌리고 무엇을 기다린다 안타까운 사랑일까 슬픈 다짐일까 안으로 도사린 사연 절절한 그리움으로 토해놓은 색채 백석과 자야인가 끝내 만나지 못하는 꽃 과 잎 올해도 길상사 꽃무릇은 더 붉게 피었다는데 화려한 선홍빛 절정이 안타까워 두...
    Date2020.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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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뿔난 여자 -소머즈

    무엇이 못마땅해 발걸음이 쿵쿵 진동할까 입은 불어 터진 식빵처럼 내밀어 온 세상 불평을 쏟아낼 기세로 눈치만 보고 눈은 매가 먹이를 찾아 날개를 펴고 하강하듯 두리번거리며 쏘아본다 폭탄의 위력이 이것보다 셀까 터트리면 온 동네 쑥대밭이 될까 의심...
    Date2020.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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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하늘은 오늘도 푸르다 -안현기

    희뿌연 산불 연기 도시를 휘감고 아침 내내 창문을 지키던 어린 소녀 연분홍 드레스 위에 진분홍 꽃가방을 메고 학교 건널목에 서서 가파른 언덕을 내려 꽂히는 차들을 바라보다 전기줄 타고 오는 다람쥐를 향해 손을 흔든다. 그 작은 손놀림에 자욱한 연기가...
    Date2020.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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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소행성 205호 -박찬희

    금시초문의 낯선 병명이 호출되던 205 호 병동 긴 숨 내 뱉으며 낯선 인연들과 마주 선 날 아무렴, 때가 아닌데 아직은 내가 기억해야 할 사랑들이 대추나무에 주렁주렁 걸려있다고 아직은 떨기나무 한 그루 제대로 심어보지 못했다고 아직은 속절없는 내 마...
    Date2020.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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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더 고마울 때 -권준희

    내가 좋아하는 열 가지를 해줄 때보다 가장 싫어하는 한 가지를 안해줄 때가 더 고마워... 편안해진 마음은 오랫동안 머무르며 긴 인사를 하네
    Date2020.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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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알 나크바 -김률

    노을지는 강둑에서 하산은 16세기의 로미오가 되는 것을 거부했다. "줄리엣을 따라 죽는 로미오가 아닌 줄리엣을 살려내는 로미오가 될 거야.." 너를 떠나느니 차라리 죽겠어, 라는 말을 내가 한 뒤였다. 그것은 나의 진심이었다. 하산의 말 역시 진심임을 나...
    Date2020.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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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여름의 한 가운데 서서 -안 현기

    빨간 수박 속같은 여름 그 가운데 서서 나는 먼 길 떠나는 기러기 울음소리에서 가을을 듣고, 다람쥐는 호두나무 주위를 서성거리다 고소한 속살이 반도 차지 않은 호도를 하나 따 입에 물고 금잔화 그늘 밑의 땅을 판다. 스프링클러가 식식거리며 잔디위를 ...
    Date2020.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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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두 마리 토끼 -아이린 우

    19세기말 세계에서 가장 먼저 신분증에 사진을 붙인 나라 프랑스는 마스크는 쓰지 못하게 했다는데 도둑이나 테러범의 정체를 가리는 떳떳하지 못한 이미지와 이슬람 히잡이나 니캅에 대한 거부감 때문은 아니었을까 서양인들에게는 마스크가 얼굴을 가리는 ...
    Date2020.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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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슬픈 그리움 -김 명옥

    멀리 간 것 같은데 그 자리에 와있네요 돌고 돌아갔는데 여기 와있네요 그대의 흔적을 지웠는데 사진도 옷도 당신의 그림자도 다 치웠는데 아직 내 마음에 있네요 새로운 지역에 갔는데 거기도 당신과 추억은 남아있네요 슬픈 드라마 속에도 당신의 그림자는 ...
    Date2020.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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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고 목 (古木) -박찬희

    수령을 가늠할 수 없는 타마리스크 고목은 무거운 생애를 걸머진 채 헐거워진 몸을 풀어 그늘이 되고 새의 둥지가 된다 온몸으로 받아든 비바람의 기억들로 팽팽했던 지난 날들은 풀죽은 듯 쓸쓸한 미소로 햇살을 불러 외로움을 견디며 안으로 마음을 다독인...
    Date2020.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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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상실의 시대 (2020년의 봄 여름) -소머즈

    무엇을 잃어버렸을까 두리번두리번 아무리 둘러보아도 내 곁에서 머물렀던 추억들이 하나씩 하나씩 지워지고 있네 그대의 다정한 목소리 기억나지 않고 그대의 우아한 몸짓도 생각나지 않네 나중에 내게 무언가 들려주려 말을 건네는 그 다정함이 생각나지 않...
    Date2020.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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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너의 힘 -권준희

    ‘양심’ 은 탁한 현실속에서도 ‘진실’ 이 고개를 숙이지 않게하는 능력이 있어요. 그래서 난 네게 늘 기대어 살아요.
    Date2020.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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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카틴 숲의 진혼무 -김률

    음악은 느린 걸음으로 다가왔다. 댄스파티가 열릴 때마다 빠지지 않는 곡, '오로벨라'였다. 스탈린이 '오로벨라'를 좋아하는 이유는 태생적인 것이었다. 그는 어릴 적부터 오로벨라를 듣고 자랐다. 그루지야 태생이었고 오로벨라는 그루지야...
    Date2020.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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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하지 무렵 -안현기

    내가 잠든 사이 솔잎사이로 하느작거리던 초생달이 내일로 떠나고, 별들은 남은 밤을 지키려 눈을 부릅뜨는데, 갑자기 우주를 뒤흔드는 천둥 울리니, 세상은 숨을 죽이고 새 생명을 기다린다. 주인 잃은 희뿌연 꿈들이 먼지되어 떠다니는 낡은 헛간 뒤에서 어...
    Date2020.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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