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성 건성
신문에서 줄거리 읽고
TV에서 비평 듣고
이민 일세대의
맘 고생
몸 고생
다 그렇고, 그런 건데 뭔 난리하고 잊고 있었는데,
중년에 들어 선 아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일 없으면 연락없는 무심한 아이.
무슨 일?
가슴이 철렁한다.
한국말을 모르는 아들아이가
영어로 묻는다.
영화 미나리 보셨어요?
이름은 들어 봤어.
선댄스 영화제에서 상을 받았다던가…
우물쭈물하는데,
가라앉은 아이 목소리가 저편에서 들린다.
어제 미나리보고 많이 울었어요.
그 아들아이가 그 나이 때 나와 너무 비슷했어요.
영화를 보고 울 나이는 아닌데…
난 미나리 속의 아들을 만나고 싶어졌다.
내아이가 그 아이 나이엔 어땠었나 하고.
새 세상에 옮겨와 사느라
나는 내 숨소리도 못듣고 바쁘게 산 그 세월속에서
아이는 아이대로 남과 다름이 버거워서
외롭고 힘들었을테지.
가슴이 싸해 온다.
미안해.
너를 짓눌렀던 어린시절의 외로움
그 생생한 기역들 모두가 미나리를 보며 흘린
네 눈물속에 녹아 흐를 수 있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