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조나 연방상원의원 선거에서 커스턴 시네마 민주당 후보가 마사 맥샐리 공화당 후보를 3만8천197표 차로 따돌리고 당선을 확정했다.
정계 은퇴를 선언한 제프 플레이크(공화) 의원의 후임을 뽑는 이번 선거에서 시네마 후보는 49.7%, 맥샐리 후보는 48.0%의 득표율을 각각 기록했다.
이로써 민주당은 연방상원 총 100석 가운데 최소 47석을 확보해 51석을 얻은 공화당과의 격차를 줄였다.
선거 직후 개표에서 맥샐리 후보에 뒤졌던 시네마 후보는 막판 우편투표 집계 결과에 힘입어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언론들에 따르면 아리조나 유권자의 4분의 3이 우편투표로 중간선거에 참여했다.
또 아리조나 유권자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라틴계 표가 시네마 후보에게 집중된 것으로 분석된다.
현역 여성 하원의원들 간의 맞대결로 전국적인 관심을 모았던 이번 선거에서의 승리로 시네마는 사상 첫 양성애자 연방상원의원이자, 아리조나 최초의 여성 연방상원의원이 됐다.
올해 42세인 그는 상원 최연소 의원 대열에도 합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시네마의 당선은 공화당의 텃밭 중 하나인 아리조나에서 1976년 이후 처음으로 민주당 상원의원을 탄생시킨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아리조나에서 민주당 후보가 연방상원에 당선된 건 지난 1988년 데니스 디콘치니 의원이 3선에 당선된 이후 처음이다.
2016년 대선 때 아리조나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물리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도 재선 가도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생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이틀 동안 아리조나에 머물면서 맥샐리 후보를 지원하고, 개표 초반 '선거 부정' 의혹을 제기하는 등 안간힘을 썼으나 소용이 없었다.
녹색당 활동가 출신의 3선 연방하원의원인 시네마는 현재 중도 성향의 민주당원으로 분류된다.
오바마케어(건강보험법)를 지지하지만 65세 이상 노년층에 제공되는 '메디케어'를 전국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당내 진보파들의 주장에는 거리를 두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보수 성향이 강한 아리조나 유권자들의 성향을 의식한 듯 건강보험 외에 불법이민 문제와 관련해서도 초당적인 접근을 공약했다.
그는 당선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모든 아리조나인들을 위해 상원에서 독립적인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약속했다.
미 공군 최초의 여성 전투기 조종사 출신의 맥샐리 후보는 유세 기간 시네마 후보가 '중도주의자인 척하고 있다'고 비판했지만 최종 결과가 나오자 트위터를 통해 영상 성명을 내고 "방금 시네마와 통화를 해 격전 끝에 아리조나의 첫 여성 연방상원의원이 된 것을 축하했다"며 패배를 인정했다.
한편 미국 내 LGBTQ(성소수자) 인권단체들은 양성애자 후보이자 성소수자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연방 '평등법'(Equality Act)을 지지해왔던 커스턴 시네마의 연방상원 입성 소식에 일제히 환호했다.
미 의회전문지 더 힐에 따르면 LGBTQ 후보자의 의회 진출을 지원하는 'LGBTQ 빅토리 펀드'는 12일 성명을 통해 시네마를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를 뽑았던 지역의 상원의원 선거에서 승리한 LGBTQ 여성"이라고 규정하며 기쁨을 표했다.
이 단체는 또 "시네마의 승리는 투표자의 말을 귀담아 듣고 그들의 의제를 우선순위에 두는 LGBTQ 후보자가 어디서든 승리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했다.
단체는 이번 미국 중간선거 과정에서 시네마를 '게임 체인저(판을 흔드는 인물)' 후보 중 한 명으로 꼽고 선거운동에 1만달러를 쾌척했었다. 이 단체는 또 시네마를 위해 9만7000달러 이상을 모금하기도 했다.
미국 최대 LGBTQ 단체인 '휴먼 라이츠 캠페인' 역시 성명을 통해 시네마의 당선을 "역사적"이라고 평가한 뒤 "아리조나 유권자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편협함과 공포의 정치를 거부했다"고 했다.
LGBTQ 지지단체 '람다 리걸'도 트위터를 통해 "시네마는 우리나라의 첫번째 양성애자 상원의원"이라고 환영을 표했다.
시네마에 앞서 지난 1999년 위스콘신주 2선거구 연방하원, 2013년 연방상원에 입성했던 레즈비언 정치인 태미 볼드윈도 트위터를 통해 "내가 더 이상 미국의 '유일한' LGBTQ 상원의원이 아니라는 사실이 매우 행복하다"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