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가서 예쁜 돌을 주워온 경험이 한 번쯤 있을 것이다. 돌은 그 지역의 풍토와 시간을 머금은 듯한 느낌을 준다. 그래서인지 여행지에서 예쁜 돌을 발견하면 집에 가져다 두고 싶은 유혹을 느끼게 된다. 그런데 모든 사람이 이런 마음을 갖고 돌을 집으로 가져간다면, 특정 지역 돌은 점차 사라질 것이다.
이런 일은 아리조나에서도 일어났다. 아리조나주의 페트리파이드 포레스트 국립공원을 방문한 이들이 돌을 가져가는 것이다.
페트리파이드는 세계 최고의 나무화석 밀집 지역이다. 나무화석이란 오랜 기간 나무의 형태와 구조가 화석화된 돌이다. 이 공원에는 다양한 크기와 형태의 아름다운 나무화석이 존재하는데, 오래된 것은 약 2억 년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페트리파이드를 방문한 사람은 '나무화석을 가져가고 싶다'는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나무화석 조각을 '슬쩍' 집으로 가져오곤 했다. 그런데 나무화석을 가져갔다가 불운을 경험했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리기 시작했다. 나무화석을 집에 가져간 뒤 며칠이 지나자 냉장고와 에어컨이 고장 났다거나, 키우던 강아지가 죽었다는 이야기가 퍼졌다. 주식에서 돈을 잃었다거나 어머니가 입원하게 됐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나무화석을 가져오면 불운을 겪는다는 이야기가 돌면서 실제로 불운을 경험한 사람, 불운이 생길 것을 두려워한 사람이 '양심 편지'를 동봉한 나무화석을 페트리파이드로 돌려보내기 시작했다. 페트리파이드 자원 관리 부서는 돌려받은 나무화석과 양심 편지를 모았다.
사진작가 라이언 톰슨과 필 오르는 국립공원으로 돌아온 나무화석과 양심 편지 사진을 담은 '나쁜 운, 문제의 돌(Bad Luck, Hot Rocks)'을 만들었다. 이들은 나무화석이 사진에 잘 담기도록 하얀 배경에 돌을 놓고 사진을 찍었다. 양심 편지 사진도 담았다.
1934년부터 지금까지 도착한 1200여 개의 편지 중에서 흥미로운 내용이 담긴 편지를 사진집에 수록했다. 이 사진집에는 다채로운 모양의 돌과 저절로 미소짓게 만드는 내용이 담긴 편지가 번갈아 가며 등장한다.
한 편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돌은 너무 아름다워요. 하지만 저는 이 돌을 즐길 수가 없네요. 제 양심에 1톤의 돌이 얹힌 것 같거든요. 미안해요." 한 꼬마는 메모지를 찢어 삐뚤빼뚤하게 다음과 같이 적었다. "국립공원 아저씨께. 이걸 가져가서 죄송해요. 저는 다섯 살인데 나쁜 일을 했어요. 앤디로부터." 242번째 양심 편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이 작은 돌이 집에 가길 원하네요. 그래서 돌려보냅니다. 잘 돌봐주세요. 제가 그랬듯이요. 멋진 사막에서 달빛과 유성과 함께할 수 있도록 바깥에 잘 놓아주세요."
돌을 가져가기는 쉬워도 원상 복귀시키는 것은 어려운 법이다. 페트리파이드의 면적은 약 895㎢로 제주도 면적의 절반에 해당한다. 페트리파이드 관리자가 나무화석을 원위치에 돌려놓고 싶어도 불가능한 일이다. 결국 국립공원 관리사무소는 돌려받은 나무화석을 한곳에 모아두기로 했다. 여기에 '양심의 무더기(Conscience pile)'라는 이름을 붙였다.
국립공원 관리사무소가 양심의 무더기를 만든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 방문객이 나무화석을 반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과거에는 나무화석을 가져가는 것을 막기 위해 이런 행동을 하는 사람을 '도둑'에 비유하는 등 협박하는 방식을 썼다. 지금은 설득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양심 편지를 자료 보관소에 모아서 전시하는 것도 설득 방법의 하나다.
두 번째 이유는 돌아온 돌의 상당수가 페트리파이드에서 반출된 돌이 아니기 때문이다. 페트리파이드의 박물관 큐레이터 매슈 스미스는 "사람들이 돌려보낸 돌 일부는 내가 공원에서 결코 본 적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원으로 되돌아온 돌 가운데 일부는 페트리파이드와 전혀 상관없는 돌이라는 이야기다.
불운에 대한 미신을 페트리파이드가 만들었는지, 아니면 실제로 돌을 가져갔다 불운을 경험한 사람의 입을 통해 퍼지게 됐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불운 이야기가 나무화석의 반출을 막고 있다는 점이다.
한편 아리조나 국립산림청 내 1t 바위가 사라진 지 2주 만에 제자리에 돌아오는 기이한 일도 벌어졌다.
지난 10월 아리조나 지역 명물인 '마법사의 바위'가 사라진 지 2주 만에 돌아온 것이다.
프레스캇 국립산림청 내 1t 무게 '마법사의 바위'는 검은 돌에 하얀색 석영 무늬가 독특한 조화를 이뤄 지역 명물로 관광객들의 발길을 붙잡아 왔다.
그러나 2주 전 산림청은 "누군가 바위를 제거하기 위해 무거운 장비를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바위가 사라진 소식을 알린 바 있다. 이후 바위 실종 사건에 대해 많은 언론 보도가 이어지며 바위의 행방에 관해 관심이 쏟아졌다.
바위가 다시 등장한 것은 지난 1일.
산림청 관계자는 "누가 가져갔었는지 알 수 없지만, 바위를 돌려준 것에 감사하고 바위가 제자리를 찾은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며 바위가 돌아왔음을 알렸다. 이어 산림청 측은 숲을 찾는 방문객들이 바위를 더욱더 쉽게 볼 수 있도록 새로운 장소로 옮기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산림청에 따르면 바위가 사라졌던 이유나 바위를 옮긴 이들에 대해서는 여전히 밝혀진 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