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살 아이가 가게에서 인형을 그냥 들고 나왔다며 아이의 부모에게 수갑을 채우고 총까지 겨눈 아리조나주 피닉스 경찰이 해고 통지를 받게 됐다.
부부를 제압했던 두 경찰에게는 각각 해고와 견책 처분이 내려질 예정이다.
지난달 22일 피닉스 경찰국 제리 윌리엄스 국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5월 논란이 됐던 경찰 과잉대응 사건과 관련해 크리스토퍼 메이어 경관이 해고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이를 안고 있던 엄마에게 총을 겨누고 차 밖으로 나올 것을 요구했던 다른 경찰은 견책 처분을 받았다.
피닉스 경찰국 이사회는 메이어 경관에게 6주간의 무급 정직을 권고했지만, 윌리엄스 국장은 "이번 경우는 240시간의 정직을 받는다고 해도 그의 행동이 우리 부서와 사회에 미친 악영향을 되돌리기엔 부족하다"며 해고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지난 5월 29일 피닉스의 36th 스트리트와 McDowell 로드 교차로 상에 위치한 잡화가게인 '패밀리 달러 스토어'에서 발생했다.
흑인 부부인 드레이븐 에이메스와 레샤 하퍼는 4살 딸과 함께 가게에 들어갔다 나왔다.
딸 아이는 가게에서 인형 하나를 계산하지 않은 채 그냥 들고 나왔지만 에이메스와 하퍼는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
부부는 가게에서 나온 뒤 딸을 베이비시터에게 맡기기 위해 아파트 단지로 들어갔다.
그러자 한 경찰관이 차 문을 세게 두드리며 그들을 죽이겠다고 위협하고 차 밖으로 나올 것을 요구했다.
그 광경을 보고 있던 주변 사람들은 이 장면을 영상으로 촬영했다.
12분가량 촬영된 영상은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퍼지며 논란이 됐다.
이 영상을 보면 경찰이 부부의 차 운전석을 향해 총을 겨눈 뒤 '손을 들고 차에서 내리라'는 말을 반복적으로 하며 위협한다.
이 경찰은 본인이 경찰이라는 사실도 알리지 않은 채 총부터 겨누고 소리를 지르며 차에서 내릴 것을 명령했다.
경찰은 에이메스가 "경찰인 거냐"고 묻자 그제서야 경찰이라고 말한 뒤 계속해서 "차에서 내리라"고 소리쳤다.
하지만 아이를 안고 있어 손을 올린 채 문을 열 수가 없다고 하자 경찰은 "내리지 않으면 쏘겠다"고 위협하는 말을 반복적으로 했다.
경찰이 총을 아이들에게도 겨누자 하퍼는 "아이들한테는 겨누지 마라. 나는 임신했고, 아이를 안고 있어서 손을 올릴 수가 없다"고 말했지만 경찰은 부부의 말을 듣지 않았다.
결국 경찰은 차 밖으로 나온 에이메스를 주차장 바닥에 눕힌 뒤 팔을 뒤로 꺾어 수갑을 채웠다.
에이메스가 경찰을 향해 "과잉 대응하고 있다"고도 말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그를 일으켜 세운 뒤 앞에 있던 경찰차로 밀어붙이며 과격하게 진압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에이메스의 다리를 걷어차 무릎 꿇게 하고 "내가 하라고 하면 너는 잔말 말고 그대로 해"라고 여러 차례 소리치기도 했다.
다른 한 경찰관은 차량 뒷문을 향해 걸어가 총을 겨눈 뒤 문을 열고 하퍼에게 차 밖으로 나올 것을 요구했다.
하퍼는 4살 딸과 함께 차에서 내렸고, 왼팔에는 더 어린 딸 하나를 안고 있었다.
하퍼가 차 밖으로 나오자 경찰관은 하퍼의 팔에 안겨 있던 작은 딸을 억지로 떼어내려했고 하퍼는 결국 일면식도 없던 주변 사람에게 딸 아이를 맡겼다.
당시 임신 5개월이었던 하퍼는 "나는 정말로 그 경찰이 아이들 앞에서 나를 쏠 거라고 생각했다"며 "경찰이 내 딸을 맡는 걸 믿지 않았기 때문에 차라리 완전히 낯선 사람에게 맡겼다"고 말했다.
에이메스는 "그(메이어)는 총을 뽑았다. 우리는 두 손을 들었고, 그저 총에 맞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에이메스에 따르면 경찰관이 자신들을 체포를 하기 전에 차를 세웠음을 알리는 어떤 사이렌 소리나 불빛도 없었다고 한다.
윌리엄스 국장은 "이번 사건은 이 도시를 위해 근무하는 대다수의 피닉스 경찰관을 대표하지 않음을 확신한다"며 모든 경찰들이 이렇게 과잉 진압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한편 에이메스 부부는 올초 피닉스시를 상대로 1000만달러 소송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