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리조나에서 경찰에 붙잡힌 배송업체 UPS 직원 4명은 지난 10여년 간 많은 돈을 벌었다.
고급 주택과 고가의 차를 사고, 호화 여행도 다녀왔다.
하지만 정당한 땀의 대가는 아니었다.
마약을 배달해 번 돈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10년 넘게 마약 운반책 노릇을 하며 호화생활을 해왔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지난달 28일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아리조나주 투산 지역에선 대량의 마약 밀반입 및 운송에 가담한 혐의로 지난 2주간 11명이 체포됐다.
국토안보부와 연방·지역 경찰 등으로 이뤄진 특별수사팀은 수년 간의 조사 끝에 이들을 붙잡았다.
11명 중 밀반입을 주도한 것은 투산 지역 UPS에 근무하는 직원 4명이었다.
이들은 마약 밀매와 운반·소지, 돈세탁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이밖에 체포된 7명은 마약 운반 및 불법 보관소 운영 혐의를 받고 있다.
WP에 따르면 UPS 직원 4명은 회사의 배송 인프라를 활용해 마약을 유통했다.
멕시코 마약상이 건네준 물품을 UPS 로고가 찍힌 정식 택배 박스에 넣어 포장한 뒤 UPS 배송트럭에 실어 목적지에 전달했다.
택배로 위장해 대놓고 배달한 것이다.
이런 일이 가능했던 건 20년 경력의 UPS 직원이자 관리자인 마리오 바르셀로(49, 사진)이 범행을 주도했기 때문이다.
바르셀로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회사 내부의 배송 보안 절차를 피했다.
또 다른 관리자인 게리 러브(40)가 바르셀로를 도와 다른 직원이 알 수 없게 했다.
택배 기사인 마이클 카스트로(34)와 토머스 멘도사(47)는 트럭을 몰고 목적지에 마약을 배달했다.
윌리엄 캐덜리 투산 경찰서 경사는 "이들은 페이스타임 등 스마트폰 메신저로 밀매업자들과 교신했다"며 "바르셀로는 '(마약물품은) 누구도 찾아내지 못할 것'이라며 자신이 UPS 직원인 점을 홍보했다"고 말했다.
배송 지역은 미 전역이었다.
캐덜리 경사는 "바르셀로와 공모자들은 한창때는 일주일에 수천 파운드의 마약을 운송했다"며 "배송 지역 거리가 멀수록 더 많은 이익을 남겼다"고 말했다.
용의자들은 마약뿐 아니라 대마초, 액상 대마(THC) 전자담배 등도 배달했다.
연방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지난해 2300명의 미국인이 THC 등이 담긴 액상 전자담배를 피우다 심각한 폐 질환에 걸렸고, 이 중 47명이 숨졌다.
이번에 체포된 11명은 마약 운반 대가로 받은 돈으로 고급 주택이나 고가의 차량을 사들이고, 휴양지에서 호화 여행을 즐겼다.
용의자 중 1명인 라울 가르시아 코르도바의 집을 지난달 21일 경찰이 압수 수색을 한 결과, 이곳에선 쉐보레 콜벳,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포드 랩터 등 고가의 자동차가 나왔고, 약 5만개의 불법 액상 전자담배가 나왔다.
사건은 UPS의 범행 은폐 의혹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투산 경찰은 지난 2009년부터 바르셀로를 추적해왔지만, UPS가 적극적으로 협력하지 않아 번번이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엔 국토안보부까지 나서 투산의 UPS 유통 시설에 들어가려 했지만 회사 측이 막아 실패했다.
당국은 지난해부터 벌인 언더커버 작전으로 겨우 범인을 잡을 수 있었다.
마약 밀매자로 위장한 경찰이 가짜 코카인 배송을 의뢰해 바르셀로 일당과 접촉했다.
경찰은 GPS 추적기를 상자 안에 넣어 UPS 집하장 등 배송 소포들 움직임을 추적한 끝에 이들을 잡았다.
범죄 은폐 의혹에 대해 UPS 측은 "수사와 사법 절차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며 입장 표명을 거부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마약밀매조직은 수년 전부터 UPS·페덱스 등 배송업체를 활용해 마약을 유통했다"며 "페덱스 등은 하루 수백만개의 배송 물품을 감시하긴 어렵다는 말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