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92명.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아리조나에서 역대 최고치 1일 확진자 수가 발생했다.
6월 16일 화요일, 아리조나주 보건국 발표에 따르면 이날 하루에만 2392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왔으며 25명이 코로나19로 사망했다. 이로써 아리조나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3만9097명으로 4만명 선에 바짝 다가섰고, 사망자 수는 1219명으로 기록됐다.
아리조나에서 코로나19 감염 확진자 수는 지난 5월 15일 주지사의 '자택격리' 명령 해제 이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자택격리' 명령 기간 동안엔 하루 400~500명 선이었던 확진자 수는 명령 해제 뒤 하루 700~1000명 그리고 5월 말부터는 1000명 이상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보건국 통계를 살펴보면 특히 6월에 들어 확진자 수가 큰 폭으로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6월 1일부터 15일까지 단 보름동안 아리조나 내에선 1만6000명 이상 확진자가 나오면서 전체 확진자 수의 절반 이상을 보였다. 가히 '대유행'이라고 부를만한 상황이다.
확진자가 늘면서 심각한 증상을 보이는 감염자들을 치료할 병상도 그 한계치에 근접하고 있다. 주정부 측에선 코로나19 감염 치료를 위해 준비된 병상이 수용한계의 80% 정도가 이용되고 있다고 밝혔지만 의료현장에선 이미 그 선을 넘어선 것으로 보고 있다.
확진자가 급증하자 미국 내에서 인구비율당 감염자 비율이 가장 높았던 아리조나의 나바호 인디언 자치국은 또다시 2주간 '주말 통행금지령'을 발동했다.
상황이 점점 더 심각해지면서 아리조나 전 주민들을 대상으로 공공장소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행정명령권을 쥔 더그 듀시 아리조나 주지사는 그런 생각이 전혀 없는 것으로 보여 논란을 빚고 있다.
지난주 목요일이던 11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듀시 주지사는 확진자 급증으로 인해 아리조나의 코로나19 문제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마스크 착용 의무화에 대해선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듀시 주지사는 "코로나19 전염 확산을 막는 것에 치중하기 보다는 더 중요한 것은 감염환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병원의 수용능력을 관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확진자가 많아지면서 병원에 입원해야 할 환자들도 늘어나는 만큼 그들에게 제공하는 의료적 소스를 제대로 관리하고 확보하는 게 우선이라는 뜻이다.
주지사는 이어 전염 확산 방지를 위한 강구책으로 주민들에게 손씻기, 거리두기 등과 같은 개인위생 중요성을 강조하는 홍보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는 "개인간 충분한 거리를 둘 수 있으면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그럴 상황이 아니라면 나도 마스크를 쓸 것"이라고 애둘러 답변했다. 하지만 듀시 주지사는 코로나19 사태 발발 이후 회의를 할 때나 인터뷰를 할 때, 여러 사람들이 모인 장소에 등장할 때에도 단 한 번도 마스크를 쓰고 나타난 적이 없다. 이날 언론 브리핑 시에도 마스크는 주지사 주머니에 들어 있었지만 착용하지는 않았다.
듀시 주지사는 지난 3개월 동안 주정부가 코로나19 감염 폭증에 대비해 준비를 해왔다며 "아직 최악의 시나리오가 벌어진 것은 아니다"라고 말해 심각한 현 상황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언론들의 질타를 받았다.
공공장소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화 명령을 내리길 거부하는 주지사에게 정치계는 물론 의료계, 일반 주민들까지 반발하고 있다.
아리조나주 연방상원의원 커스텐 시네마는 주지사의 정책방향이 잘못됐다고 비판하면서 "병상 확보에 치중할 것이 아니라 전염 확산을 먼저 막아야 한다. 확산을 막아야 감염이 줄어들고 그러면 병상 부족에 대한 우려는 자연히 줄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마스크 착용 의무화와 검사 확대, 확진자 접촉 경로 확인 강화를 주문한 시네마 의원은 "주지사는 데이터가 보여주는 현실을 직시하라"고 충고했다.
아리조나 연방하원의원인 루벤 가예고 역시 "전염 확산을 막을 옵션이 우리에겐 있다. 마스크를 쓰는 것"이라며 "지금 하지 않는다면 아무도 원치 않는 두번째 샷다운을 해야 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케이트 가예고 피닉스 시장, 레지나 로메로 투산 시장, 알투로 가리노 노갈레스 시장 등도 공개적으로 주지사에게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요구했다.
아리조나의 의료계 종사자 700명도 주지사에게 보낸 공개서한을 통해 "주민들의 마스크 착용 의무화는 코로나19 확산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내용을 주장했다.
ASU, NAU 대학, 피닉스공항, 마리코파 카운티 및 피닉스 시 등에서는 방문자, 공무원, 스태프 등에 모두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를 실시한 가운데 더그 듀시 주지사가 마스크 의무착용에 대해 거부감을 보이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는 것과 궤를 같이하는 공화당 소속 인물이어서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사회 전반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화에 대한 요구가 빗발치자 듀시 주지사는 17일(수) 각 지자체 별로 마스크 의무화를 강제할 수 있도록 한 발 물러섰지만 여전히 행정명령을 통한 주 전역 실시에 대해선 결정을 보류하고있다.